LG 류지현 감독의 낭만 야구, 이대호 향한 최고 예우 '뒷이야기' 공개

잠실=김우종 기자  |  2022.10.10 07:31
LG 고우석(오른쪽)이 8일 사직 롯데전 8회초 롯데 이대호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LG 고우석(오른쪽)이 8일 사직 롯데전 8회초 롯데 이대호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대호(40)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뒤덮인 8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가 3-2로 앞선 8회초. 이대호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자 LG가 내보낸 대타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24)이었다. 지난 7월 이대호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연장 10회말 그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한 고우석. 그런 고우석을 향해 삼진 후 엄지를 치켜세웠던 이대호가 마운드와 타석을 바꿔 마주했다.


2022년 한국 야구에도 낭만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클로저를 대타로 투입한 건 사령탑인 류지현(51) LG 감독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뒷이야기를 전했다. 류 감독은 원래 이대호의 깜짝 등판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경기에 앞서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만한 요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팀에는 이대호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선수들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팀은 딱히 없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올 시즌 가장 강한 마무리 투수와 대결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야구 레전드의 마지막 경기. 거기에 투수로 등판한 이대호에게 결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내보내며 예우를 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에 롯데 구단 쪽에서 언질이 있던 것일까. 류 감독은 "매니저를 통해 '그럴 수도(이대호가 투수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다만 롯데 쪽에서도 경기 상황에 따라 이대호가 투수로 못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 언제 어떻게 나온다는 게 정해진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이대호. 경남고 에이스로 활약해 투수로 입단한 뒤 타자로 전향한 이대호가 21년 만에 마운드에 오른 순간이었다. 초구는 127㎞ 스트라이크. 2구째 129㎞ 속구는 고우석이 휘두른 배트에 파울 커트가 됐다. 3구째는 128㎞ 볼. 그리고 4구째. 127㎞ 속구를 고우석이 받아쳤고, 타구는 이대호 앞으로 향했다. 놀라운 반사신경을 발휘하며 공을 잡아낸 이대호. 1루 쪽으로 달려가면서 '휙'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후 이대호와 고우석은 1루 근처에서 포옹을 나누며 감동을 선사했다.

류 감독은 또 다른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투수 고우석에게 절대 치지 말라고 단단히 지시를 내렸다는 것. 하지만 고우석은 타격 본능을 참지 못하고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류 감독은 "치지 말라고 했는데 치네요"라면서 "말을 정말 안 들어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류 감독은 "아마도 칠 거라는 예상을 다 했는데 딱 그러더라. 그냥 서 있다가 나오라고 했지만 역시나…"라고 했다. '충암고 후배' 고우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충암고 선배' 류 감독이었다.

만약 LG와 롯데 모두 순위 싸움이 걸려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 연출될 수 있었을까. 류 감독은 "순위 싸움이 안 끝났는데, 그랬다면 (이대호를 투수로 낸다는 건) 저쪽에서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팀에서 이의 제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롯데가) 그런 카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8회 이대호를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는 LG 고우석. /사진=뉴스1 8회 이대호를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는 LG 고우석. /사진=뉴스1
고우석(오른쪽)이 이대호의 4구째 공을 때려낸 순간. /사진=뉴스1 고우석(오른쪽)이 이대호의 4구째 공을 때려낸 순간. /사진=뉴스1
 8회초 롯데 투수 이대호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고우석(오른쪽)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8회초 롯데 투수 이대호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고우석(오른쪽)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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