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보다 믿음직한 21세 빅게임 피처 탄생... 韓야구는 에이스를 찾았다

수원=김동윤 기자  |  2022.10.14 01:04
KT 위즈 소형준./사진=뉴시스 KT 위즈 소형준./사진=뉴시스
KT 위즈의 우완 투수 소형준(21)이 빅게임 피처의 탄생을 알리면서 새로운 국가대표 에이스 후보로 자리 잡았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 에이스를 애타게 찾던 한국 야구는 실력은 물론이고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까지 고루 갖춘 선발 투수를 얻었다.


소형준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5⅓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1무 이상의 성적만 거둬도 됐던 KT는 소형준의 호투와 집중력 있는 타선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빅게임 피처답게 많은 이닝을 끌어줘서 불펜 운영을 여유롭게 가져갈 수 있었다"면서 수훈 선수로 소형준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던 소형준은 4회 류지혁에게 좌중간 2루타,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진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타구가 1루수 강백호의 옆을 스쳐 가 첫 실점을 기록했고 최형우에게 땅볼 출루, 김선빈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까지 몰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이미 KT 불펜에는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령탑은 뚝심있게 소형준을 밀어붙였고, 그 선택은 최고의 결과로 돌아왔다. 2볼 0스트라이크에서 투심 패스트볼로만 밀어붙여 끝내 황대인에게 헛스윙 삼진을 끌어낸 것.

KT 위즈 소형준./사진=뉴시스 KT 위즈 소형준./사진=뉴시스


이 감독은 "만루에서 맞으면 바꾸려 했다. 데스파이네를 내보내면 볼넷도 걱정해야 한다"고 웃으면서 "(박)영현이도 같이 준비했는데 영현이를 만루에서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소)형준이가 그런 위기에서 잘 이겨내리라 믿었고 잘 이겨냈다. 그때가 결정적이었다. 거기서 추가점을 줬다면 흐름이 넘어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보다 믿음직스러운 투수로 공인받은 것이다. 소형준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봤고, 명투수 조련사로도 잘 알려진 이 감독에게서 나온 말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21세의 어린 투수가 향상심마저 높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소형준은 "스스로 100점 만점에 60점을 주고 싶다. 5회초 3-1로 쉽게 갈 수 있었는데 내 포구 실책으로 3-2가 돼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 내가 6회까지 깔끔하게 막았으면 벤자민이 올라오는 일도 없었을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자책했다.

소형준은 2020년 1차 지명으로 이제 겨우 3년 차지만, 데뷔 후 가을야구 개근에 통산 포스트시즌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89로 빅게임 피처란 칭찬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날 팀의 수원 첫 가을야구 선발로 나선 것을 비롯해 팀의 첫 가을야구 선발(2020년 플레이오프 1차전), 2021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수원 KT'의 역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여러 의미가 담긴 중요한 경기에서 흔들림 없는 호투도 그가 에이스의 덕목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주된 이유다. 소형준은 빅게임에 자주 나서는 것에 대해 "안 그래도 경기 전에 형들이 이런 상황이 너한테만 온다고 하더라"고 웃으면서도 "이런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결과보단 경기에 몰입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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