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연발' 유격수 감싼 최저연봉 외인, 반전투만큼 인성도 빛났다

김동윤 기자  |  2022.10.20 04:51
타일러 애플러./사진=뉴스1 타일러 애플러./사진=뉴스1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가 유격수 신준우(21)의 계속된 실책에도 최소 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애플러는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0자책)으로 키움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최저 연봉인 총액 40만 달러로 키움에 입단한 애플러는 가성비 있는 활약을 했다. 3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30의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한 차례 완봉승(5월 27일 사직 롯데전)을 하는 등 연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딱 그 정도였다. 애플러는 평균 시속 145.2km의 빠르지 않은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맞춰 잡는 투수였다. 이는 정규시즌 막판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1로 리그 수위권 활약을 펼쳤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큰 활약이 기대되지 않는 이유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 역시 애플러를 3차전 선발로 예고하면서 "우리 팀 3번째 선발"이라며 별 다른 이유를 내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애플러는 기대 이상의 반전 활약을 보여줬다. 다양한 구종(직구 31개, 투심 패스트볼 25개, 슬라이더 20개, 포크 10개, 체인지업 7개, 커브 6개)을 공격적으로 구사하며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요리했다. 신준우의 아쉬운 수비가 아니었다면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기대할 만한 피칭이었다.

키움 신준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1회말 1사 1루에서 KT 앤서니 알포드의 타구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키움 신준우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1회말 1사 1루에서 KT 앤서니 알포드의 타구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신준우는 3차례 실책으로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1회말 1사 1루에서 앤서니 알포드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다 공을 놓쳐 박병호 앞에 1, 2루 찬스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애플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장성우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는 더욱 아찔했다. 2루 베이스 쪽으로 향한 배정대가 친 땅볼 타구를 잡는 것은 좋았으나, 한 번에 1루 송구를 하지 못했다. 결국 강백호가 우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키움의 첫 실점이 발생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알포드의 타석에서 신준우는 땅볼 타구를 잡았지만, 송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공을 더듬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한 경기 3실책으로 1989년 정진호(태평양), 2000년 홍성흔(두산), 2000년 박종호(현대), 2007년 이대수(두산) 이후 나온 포스트시즌 최다 실책 타이 기록이었다.

그러나 애플러는 실책을 연발하는 신준우를 한 번도 탓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사인을 보낸 애플러는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침착하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장성우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긴 했으나, 김민혁을 4-6-3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벗어났다. 신준우도 이번에는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후 중계진의 화면에 잡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닝 종료 후 멋쩍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신준우를 애플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등을 툭툭 두드리며 감쌌다. 달래는 애플러나 교체됐지만 위로받은 신준우의 얼굴에는 모두 미소가 가득했다. 투구만큼이나 빛나는 인성이었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애플러가 정규시즌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날 공격적인 피칭으로 상대 타선에 큰 찬스를 주지 않고 본인의 역할을 다해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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