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발목에도 전력질주' 투혼의 4번타자... 키움은 이런 선수를 보냈다

수원=김동윤 기자  |  2022.10.21 09:37
KT 박병호가 20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5회말 2사 1,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박병호가 20일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5회말 2사 1,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위즈의 박병호(36)가 '박병호 시리즈'라 불리는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박병호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KT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린 두 팀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운명의 5차전을 치른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잘해주지만 (박)병호에게는 특히 더 고맙게 생각한다. 무사 1루와 2루는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타점은 하나뿐이었지만, 그 하나가 결승 타점이었다. 2-2로 팽팽했던 5회말 2사 1, 2루에서 박병호는 최원태의 5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 쳐 좌전 1타점 적시타로 3-2를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이 고마움을 느낀 장면은 따로 있었다. KT가 5-4로 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좌익선상으로 타구를 멀리 보냈다. 1루로 향하는 박병호의 움직임은 둔탁했다. 지난달 겪은 발목 인대 파열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 질주로 2루까지 도달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KT 더그아웃 분위기는 달아올랐고 결국 황재균의 쐐기 2타점 적시 2루타, 송민섭의 좌전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KT 박병호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7회말 무사 1, 2루서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KT 박병호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7회말 무사 1, 2루서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 후 박병호는 "(다리는) 괜찮다고 해야될 것 같다. 최근 들어 가장 빨리 뛴 것 같은데 누가 말렸어도 뛰었을 것 같다. 내가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2루에 못 가면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열심히 뛰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8회말에는 결국 홈런성 타구로 좌측 담장을 맞히는 안타로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개인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한 경기 4안타였다. 종전 기록은 2014년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 2019년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의 3안타.

4번째 안타도 사실 나오지 못할 뻔했다. 7회말 2루타 후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가 예정돼 있었던 것. 박병호는 "원래는 교체될 예정이었는데 다음 타석이 올 것 같아 '괜찮다, 뛰겠다' 하고 남았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박병호는 이런 선수였다.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나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3경기 타율 0.583, OPS 1.532. 성적도 성적이지만, 뛰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당초 시즌 아웃이 예상됐던 부상이었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위해 재활을 선택했고 결국 시즌 말미에 복귀했다. 돌아와서는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내며 KT의 가을야구를 이뤄냈다.

이 모습이 키움에서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상대편에서 지켜보던 키움 팬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 이적 후 9시즌 간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었고 잔류를 희망했지만, 키움은 그를 떠나보냈다.

반면 3년 30억 원에 박병호를 영입한 KT는 최고의 4번 타자를 얻었다. 124경기만 출장했음에도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 OPS 0.909로 3년 만에 홈런왕을 차지했다. 강백호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 부진에 시달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박병호가 중심을 잡아준 것이 컸다.

화려하게 부활한 4번 타자의 가을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병호는 "무엇보다 이겨서 좋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더그아웃에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잘 이뤄졌고 승리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5차전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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