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예상→정규시즌 3위→KS 진출, 가을을 지배한 언더독 DNA

고척=김동윤 기자  |  2022.10.29 06:39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뻐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사진=뉴시스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뻐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사진=뉴시스
천신만고 끝에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키움 히어로즈가 2위 LG 트윈스마저 무너트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언더독 DNA가 가을을 지배한 순간이었다.


키움은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년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LG에 4-1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시즌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든 결과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했다. 지난해 김하성(27·샌디에이고), 서건창(33·LG 트윈스)이 빠져나간 데 이어 8년 연속 20홈런을 때려준 박병호(36·KT 위즈)마저 이적해 더 이상 가을야구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 이러한 인식은 4월 말 주전 포수 박동원(32·KIA 타이거즈)가 트레이드되면서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키움은 한 단계 스텝 업한 안우진(23)과 이정후(24)라는 투·타 코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전반기는 김재웅(24)을 위시한 불펜진의 활약으로 2위로 마쳤다. 후반기에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2)와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의 반등이 힘이 됐다. 김혜성(23), 이용규(37), 이지영(36) 등 저평가받던 선수들은 제 몫을 했고 김휘집(20), 김태진(27), 문성현(31), 김태훈(30), 전병우(30) 등 기대받지 않던 선수들은 결정적인 활약을 하기도 했다.

키움 이정후(왼쪽)와 안우진./사진=뉴시스 키움 이정후(왼쪽)와 안우진./사진=뉴시스


이날 4차전은 올 시즌 키움의 색깔이 확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올 시즌 총액 40만 달러(약 6억 원)로 최저 연봉 외국인 선수였던 선발 타일러 애플러(29)가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리그 에이스이자 포스트시즌 무패의 케이시 켈리(33·LG)보다 더 오래 마운드에서 팀을 지탱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의 호투 이후 키움을 구해낸 또 한 번의 반전 있는 투구였다.

타선에서는 푸이그가 2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메이저리그 시절 악동으로 불린 푸이그였으나, KBO리그로 온 이후 잠잠했다. 우려했던 벤치클리어링은 시즌 중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팀원들과 잘 어울렸다. 이날 홈런 후 하이파이브를 요청한 아이와 세리머니를 하는 등 한국 문화에 잘 녹아든 모습마저 보였다.

기대치 않거나 저평가받던 선수들이 그때그때 영웅이 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규시즌 타율 0.157의 백업 좌익수 박준태(31)는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켈리 저격수로서 제 몫을 했다. 켈리를 상대로 통산 타율 5할을 기록한 박준태였지만, 고작 표본은 9타석에 불과했다. 지난 1차전에서도 두 번의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을 뿐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 2번 타자로서 제 몫을 했다. 이틀 연속 귀중한 추가점을 낸 김태진과 8회초 1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공 2개로 병살타를 끌어낸 김동혁(21)은 말할 것도 없다.

정규시즌 2위였던 LG와 비교는 말할 것도 없고 4위 KT 위즈와 비교에도 키움은 언더독 평가를 받았다. 키움은 안우진, 이정후, 푸이그 외에는 전력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KT는 탄탄한 선발진과 박병호, 강백호(23)가 중심이 된 디펜딩챔피언인 탓이 컸다. 하지만 키움은 KT에 이어 LG마저 제압하고 1위 SSG가 있는 인천으로 향한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팀을 향한 꾸준한 언더독 평가에 "답이 나왔다. 선수들이 만들었다. 평가는 어디까지나 평가일 뿐이고 바꿀 수 있다. 야구공은 둥글고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선수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약 5시간 뒤 키움 선수단은 또 한 번 사령탑의 믿음을 결과로 증명해냈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사진=뉴시스 팬들에게 인사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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