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박병호가 보여줬다... 우타 유망주에게 많은 기회 보장해야 하는 이유

도곡동=김동윤 기자  |  2023.01.05 10:59
박병호./사진=KT 위즈 박병호./사진=KT 위즈
2022시즌 홈런왕 박병호(37·KT 위즈)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박병호 개인으로서는 2014 아시안게임, 2015 WSBC 프리미어12, 2018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에 이어 5번째 태극마크다.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의 발탁 이유로 "1라운드에서 아시아 국가들과 4경기를 하는데 박병호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또 도쿄돔이 좁기 때문에 큰 거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대교체 문제만 아니면 그의 발탁은 당연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KT로 둥지를 옮겨 124경기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 OPS 0.908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6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적은 경기를 치렀음에도 2위와 7개 차이의 압도적인 홈런왕이었다. 또한 1루 수비에서도 늘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기에 대표팀 주전 1루수로서는 안성맞춤이다.

아쉬운 것은 박병호의 발탁이 젊은 거포의 부재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최종 엔트리 30인 중 거포로 분류할 만한 선수는 박병호를 비롯해 양의지(36·두산), 최정(36·SSG), 나성범(35·KIA) 정도다. 평균 36세의 그들을 밀어낼 젊은 선수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우타자 기근은 기술위원회로 하여금 좌우 균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좌타자 비중이 높은 현 엔트리에 대해 "안 그래도 우타자 생각을 많이 했다. 호주 선발 투수는 좌완일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 라인업은) 왼손에 너무 치우쳐 있었다. 그래서 박병호와 박건우(33·NC)도 뽑았다"면서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좌투수를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실 KBO리그와 한국야구의 우타자 기근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5년만 봐도 시즌마다 홈런 5위 내에 20대 토종 우타자는 없었다. 박병호, 최정, 양의지, 김재환(35·두산) 등 30대 타자들이 주를 이뤘다. 메이저리그로 향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을 제외하면 매년 20홈런이 기대되는 우타자는 없었다.

이정후./사진=뉴스1 이정후./사진=뉴스1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 KBO 구단 관계자 A는 "우타자는 좌타자에 비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고교 무대와 프로 무대의 변화구 수준 차이가 크다. 충분한 기회를 받아도 최소 3년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B는 "최근 KBO리그 타자 유망주들이 좌타자에 쏠려 있었다"고 기본적인 재능의 차이를 언급했다.

딱 하나만 원인으로 꼽긴 어렵다. 복합적이다. 더 큰 문제는 우타자 기근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타자 유망주가 투수 유망주에 비해 1군 진입과 주전을 차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이후 강백호, 이정후 외에 KBO 신인왕이 모두 투수에서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연스레 특급 유망주들이 투수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 KBO 스카우트 C는 "최근 아마추어의 흐름을 보면 피지컬 좋고 야구에 재능이 있다 싶으면 투수를 많이 한다"면서 "그 이유 중 하나가 드래프트에 지명되는 숫자를 보면 야수보다 투수가 많다. 대학 진학할 확률도 그렇다 보니 트렌드가 됐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은 없다. 우타 거포 슈퍼스타의 탄생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과거 김현수의 등장은 아마추어 야구에 우투좌타 유망주의 흐름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정후가 KBO 간판으로 활약하면서 많은 야구 꿈나무들이 제2의 이정후를 꿈꾸고 있다. 과거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등 메이저리그 홈런 열풍이 이후 수많은 강타자들을 만든 것처럼 슈퍼스타의 탄생은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결국 우타 유망주들의 많은 출전 기회가 필요하다. 현재 리그를 호령하는 우타자들 모두 많은 경험을 쌓은 20대 후반이 돼서야 잠재력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스카우트 C는 "투수는 구위가 좋으면 고졸이라도 불펜으로 출장할 수 있다"면서 "타자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데 고등학교 때는 아무래도 3학년이 돼서야 경기 출전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타석 경험이 굉장히 부족하다. 프로에 와서 경험을 쌓고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은 성공하게 되는데 그렇게 자리 잡기까지 인내하고 이겨낼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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