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김광현 떠올라" KIA 이의리 향한 높은 기대, 안 뽑을 수가 없다

김동윤 기자  |  2023.01.10 05:35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이의리./AFPBBNews=뉴스1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이의리./AFPBBNews=뉴스1
KIA 타이거즈 영건 이의리(21)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30인에 든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의아했다.


당연했던 이유는 이의리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 세대교체를 내세운 이번 야구 국가대표팀 목적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김광현(35·SSG), 양현종(35·KIA) 이후 최근 대표팀에는 이렇다 할 좌완 에이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2021년 혜성처럼 나타나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는 한국 야구에도 축복이었다.

2년 차 징크스도 없었다. 지난해 29경기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6, 154이닝 161탈삼진을 기록하며, 첫해 아쉬웠던 이닝 소화 능력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 지난 2년간 만 25세 이하 선수들 중 규정 이닝(144) 이상을 소화하면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좌완 선발 투수는 이의리뿐이다.

또한 비록 2경기뿐이지만, 국제무대 경험도 갖췄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도미니카 공화국(5이닝 3실점), 미국(5이닝 2실점)을 상대로 1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뛰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대표팀 구성상 좌완은 꼭 필요하고, 어리고 잘하는 좌완을 데려간다면 이의리는 1순위였다.

의아했던 이유는 지난 4일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이강철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발 기준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에 초점을 맞췄다. 호주 타자들의 스윙 궤도를 분석한 결과 각이 큰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이번에 뽑은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땅볼 유도형이거나 포크볼, 커브 등 각이 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의리는 기본적으로 최고 시속 152km의 빠른 직구와 평균 132km의 슬라이더가 장점인 선수다. 지난해에는 한국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직구(63.5%), 커브(14%), 슬라이더(12.9%), 체인지업(9.5%) 순으로 많이 던졌다. 커브 비중을 늘리며 많이 발전했다는 평을 듣긴 했으나,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하지만 직구와 슬라이더, 입증된 두 가지 구종으로도 대표팀에 발탁되기엔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의리의 슬라이더는 지난해 피안타율 0.167, 피OPS 0.500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국가대항전에서 시속 150km 이상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를 엔트리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라면서 "직구, 슬라이더만 던진다 해도 최소한 좌타자는 상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팀에 합류하기엔)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대하는 것은 선발 투수로서 역할이다. 이강철 감독은 세대교체를 이유로 젊은 투수들에게 가급적 선발 기회를 줄 것을 암시했고, 이의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잠재력을 지녔다. KBO 구단 관계자는 "2008년 김광현이 (대표팀에) 뽑힐 때가 떠올랐다"면서 "이의리는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들어가는 날이면 KBO에서 5~6이닝을 쉽게 던지는 투수였다. 최상의 컨디션이라면 최대 2008년 김광현이 보여준 퍼포먼스까지 기대되는 선수"고 밝혔다.

이의리에게 높은 기대를 거는 이가 한둘은 아니다. 기대치가 이러니 포크가 없고, 커브는 만들어가는 중이라 해도 안 뽑을 수가 없다. 만약 그 기대가 현실이 된다면 야구팬들은 과거 김광현에게 받았던 설렘을 다시 느낄지도 모른다. 2008년 김광현은 자신의 첫 국제무대였던 베이징 올림픽에서 멕시코와 대만을 상대로 2경기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고 이후 KBO리그 에이스로 올라섰다. 이의리에게도 한층 더 성장할 기회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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