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한테 왜 이런 일이... '배구여제' 마지막 시즌까지 찬물

김동윤 기자  |  2023.01.03 16:31
김연경(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35·흥국생명)한테 정말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나 싶을 정도다. 현대건설과 선두 경쟁 중인 흥국생명이 돌연 감독과 단장의 동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김연경의 마지막 시즌에 찬물을 끼얹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임형준 구단주의 이름으로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분간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권순찬 감독에게는 구단 고문직을 맡길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배구계에 따르면 팀 내부에서도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일 현재까지 흥국생명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적만 봐도 감독과 단장이 책임질 이유와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돌아온 김연경을 중심으로 3라운드까지 14승 4패(승점 42)로 1위 현대건설(승점 45)과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다.

여자배구 흥행에도 1등 공신이었다. 2일 경기까지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총 관중 수는 14만 7690명, 평균 관중 수는 2382명으로 남자부(총관중 8만 6382명, 평균 관중 1393명)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관중몰이를 하는 흥국생명의 힘이 컸다. 흥국생명은 홈 10경기 4만 3800명(평균 4380명), 원정 8경기 2만 7319명(평균 3415명)으로 관중 동원력 1위 팀이었다.

지난 시즌 6위 팀을 탈바꿈시키는 데에 김연경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지만, 권순찬 감독도 한 몫을 해냈다는 평가다. 권 감독의 지도 하에 김나희(34), 김미연(30) 등 고참 선수들의 활약은 빛났고, 이주아(23), 박은서(23) 등 경쟁력을 보인 어린 선수들도 기회를 얻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연경(왼쪽)과 권순찬 전 감독./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왼쪽)과 권순찬 전 감독./사진=한국배구연맹
어느 면으로 보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던 감독에게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니 구단이 원하는 지향점이 어디인지 의문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면서 김연경은 또 한 번 흥국생명과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 과거 해외진출을 놓고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은 유명하다. 또 2020~2021시즌, 11년 만에 V리그 복귀를 했을 때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한 여파로 적지 않게 시달렸다.

그로부터 2년 만에 돌아온 올 시즌엔 각오가 남달랐다. 김연경은 프로 데뷔 18년 만에 처음 맞이하는 V리그 FA를 앞두고도 현재에 충실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달 10일 페퍼저축은행 승리 후 인터뷰에서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 내가 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질 것이 없다. 큰 기대도 없고 올 시즌을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현대건설과 지난해 마지막 경기를 잡고서는 1위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흥국생명 선수단 역시 '배구여제' 김연경과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김연경에 따르면 "앞으로 몇 경기 안 남았다"라는 등 서로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면서 그들만의 라스트 댄스를 꿈꿨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위층의 뜻밖 결정으로 인해 구단이 흔들리게 됐다. 지난달 29일 현대건설을 이번 시즌 처음으로 잡아내고 상승세를 탄 시점에서 터진 악재라 더욱 아쉽다.

흥국생명은 오는 5일 홈구장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4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악재를 이겨내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뤘던 2년 전처럼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즌을 완주할 수 있을지 흥국생명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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