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도 멘탈 나갔다 "선수가 어디까지 감당해야 되나요" [인천현장]

인천=김동윤 기자  |  2023.01.05 23:05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
"선수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복잡하네요."


구단이 만든 논란에 선수들은 똘똘 뭉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인터뷰실에 들어오자마자 승리를 이끈 스승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다. 김연경(35·흥국생명)도 이젠 구단의 '제멋대로' 운영과 해명에 멘탈이 나간 모습이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홈 경기에서 GS 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로 승리했다.

선수들에게는 뜻깊은 승리였다. 지난달 29일 선두 현대건설을 잡고 한창 분위기가 올라온 상황에서 첫 소집일인 이달 2일 오전, 선수들은 권순찬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받았다. 훈련은 취소됐고 분위기는 심각했다. 5일 경기 후 김해란은 "(현대건설전 승리 후) 앞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휴식을 취하고 복귀했는데 감독님 경질 소식을 들어 다들 당황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연경은 복귀 후 장염 증세를 겪었다. 속도 안좋은데 구단 일로 마음마저 어지러웠다. 하지만 경기장에 나섰다.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훈련도 제대로 못 했고 아파서 경기를 뛸지 안 뛸지 고민했다. 그래도 내가 안 뛰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출전했다"고 밝혔다.

승리 후 또 한 번 당황스러운 소식을 받아들였다. 이영수 감독대행이 경기 직후 사퇴를 결정한 것. 김연경은 취재진에게 그 소식을 접하고는 "놀랐다. 다들 많이 힘든 와중에 준비해 경기 결과도 좋았는데 이영수 코치님까지 사퇴라니.... 선수가 어디까지나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마음이 복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영수 흥국생명 감독대행. /사진=한국배구연맹 이영수 흥국생명 감독대행. /사진=한국배구연맹
이날 경기 전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은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사퇴 이유로 두 사람의 갈등과 팬들이 원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취재진이 이 이야기를 전하자 김연경은 "경기 운영에 정답은 없다. 그런 것으로 경질됐다고 하면 더 납득이 안 되는 것 같다. 회사에서 무슨 얘길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다음 감독님이 온다 해도 신뢰할 수 없다. 결국 회사에서는 회사의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원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누구를 위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음 경기도 우리끼리 해야 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프로팀에서) 이런 일이 있나 싶은데, 이렇게 생긴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동안 흥국생명에서 뛰며 많은 일을 겪은 김연경이지만, 매번 새롭다. 김연경은 "어찌 됐든 이런 일이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구단에서 운영할 수도 있고 여러 사안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말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정말 안타깝고 이런 일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흥국생명의 홈구장 삼산월드체육관에는 많은 팬들이 찾아 '행복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달린 클래퍼를 들고 목 놓아 선수들의 이름을 외쳤다.

김연경은 "우리가 끝까지 힘낸 것은 많이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이영수 코치님이 나가신다고 하는데 팬분들이 우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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