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팬들이 얘기했다" 감독 경질마저 팬 핑계, 흥국생명 어디까지 가나

인천=김동윤 기자  |  2023.01.06 06:40
흥국생명 팬들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자체제작 클래퍼를 들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팬들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자체제작 클래퍼를 들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는 것일까. 흥국생명 배구단이 정규시즌 2위 팀의 감독 경질의 이유로 팬들을 내세워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홈 경기에서 GS칼텍스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고 승점 2점을 챙겼다.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이 경질된 후 맞이한 첫 경기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이날도 흥국생명은 권순찬 전 감독이 했던 방식 그대로 김연경(35)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등록명 옐레나)를 함께 전위에 내세운 로테이션을 내세워 승리했다. 옐레나 36점, 김연경 22점으로 효과만점이었다. 경기 후 '패장' 차상현 GS칼텍스 감독도 김연경과 옐레나가 전위에 있으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별로다. 김연경과 옐레나가 두 명 있으면 부담스럽다. 속공을 써야할지 날개에서 공격으로 풀어나가야할지 세터 입장에서는 제일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적으로도 증명됐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 첫 경기를 마친 6일 현재 15승 4패(승점 44)로 1위 현대건설과 4점밖에 차이나지 않는 2위다. 지난달 29일에는 전년도 정규시즌 1위팀이자 어벤저스로 불리는 현대건설을 잡아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김연경과 옐레나의 위치 문제는 감독 경질의 이유가 됐다.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은 경기 전 권순찬 감독의 경질 이유로 "선수 기용의 문제가 아닌 선수단 운영과 관련해 김여일 전 단장과 갈등이 있었다"면서 "팬들은 김연경, 옐레나가 전위/후위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있는 장면을 원했다"고 팬 핑계를 댔다.

팬들의 이야기가 (감독보다) 우승에 더 가깝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배구단 운영의 목적은 우승이다. 김연경 선수가 있는데 우승을 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감독 경질이 우승을 위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 팬들의 기준이었다. 신 단장은 "유튜브에서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다른 곳에서도 들었고 주위 분들도 많이 이야기했다"는 근거 없는 발언을 했다.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실체는 누구도 알지 못해 신뢰하기 어렵다. 또 제 아무리 배구팬들의 식견이 높다해도 현장 지도자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며, 제한된 정보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해당 발언은 수십년을 현장에서 뛰어온 배구 지도자들을 무시한 것과 다름없다.

경기 후 신 단장의 해명을 취재진으로부터 접한 현장 관계자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수 감독대행은 "팬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지 모르겠다. 사실 옐레나, 김연경이 전위, 후위에 같이 있든 떨어져 있든 연습은 다 돼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 우리가 판단할 땐 이것이 가장 좋은 포메이션이라 생각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은 "경기 운영에 정답은 없다. 그런 것(로테이션)을 이유로 경질됐다고 하면 더 납득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모든 감독님이 경질당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 기용이 아닌 선수 운영의 문제"라는 발언도 거짓이었다. 신 단장은 김여일 전 단장의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해 극구 부인했으나, 선수들은 해당 문제에 대해 직접 권순찬 감독에게 건의까지 한 상황이었다. 김해란은 "나뿐 아니라 선수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로 인해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었고 감독님께도 말씀드렸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옆에 있던 김연경도 "나온 이야기 모두 사실이다. (전 단장이) 원하는대로 하다가 진 경기도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말을 보탰다.

결국 3시간도 가지 못할 뻔한 거짓말이었고 팬들을 앞세운 구단의 해명은 기만에 농락이 됐다.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에는 3411명의 팬들이 모여 선수들을 응원했다. 김연경은 "끝까지 힘낼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다. 이영수 코치님까지 나가신다고 하는데 팬분들이 우리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흥국생명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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