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임박' 심준석, 17년째 없는 '아마서 직행→ML 데뷔' 투수 되나

양정웅 기자  |  2023.01.14 07:02
심준석. /사진=김동윤 기자 심준석. /사진=김동윤 기자
국내 무대 잔류 대신 미국 진출을 선언한 '강속구 유망주' 심준석(19). 과연 17년 동안 명맥이 끊긴 한국인 투수의 '미국 직행 후 빅리그 데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심준석은 최근 메이저리그(MLB) 팀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2일(한국시간) "심준석과 피츠버그의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올해 덕수고를 졸업하는 심준석은 194cm, 103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60km(2022년 연습경기)의 패스트볼이 강점인 선수다. 비록 지난해 제구 난조를 보이며 4사구를 35개나 내줬지만, 20⅔이닝 동안 무려 4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구위만큼은 일품이었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심준석을 국제 유망주 순위에서 10위에 올렸다. 매체는 "심준석의 투구를 본 스카우트들은 그가 2022년 세계적으로 최고의 공을 던졌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속 100마일(약 160.9km)을 넘나들며 꾸준히 94~96마일(약 151.3~154.5km)이 나오는 직구를 던지며, 12-6 커브가 일품이다"며 "투구폼이 깔끔하고 운동능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를 앞세워 심준석은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빅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하면서 기대감을 자아냈다. 결국 해를 넘기고 국제계약 기간에 열매를 맺게 됐다. 야구계에서는 심준석의 계약금이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심준석. 심준석.
심준석의 미국행은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이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 여부에 쏠리게 됐다. 계약 자체도 힘들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KBO 리그 FA 제도가 생기기 전이나 도입 초기에는 아마추어에서 직행한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1호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50)는 한양대 2학년을 마치고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뒤 1994년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

이어 조진호(48·1998년 데뷔), 김병현(44·1999년 데뷔), 김선우(46·2001년 데뷔), 봉중근(43), 서재응(46·이상 2002년 데뷔) 등이 미국에 직행한 뒤 4년 사이 빅리그 무대에 올랐다. 그 사이 KBO를 거치고 올라간 선수는 이상훈(52·2000년 데뷔)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2004년 백차승(43·현 미국 국적)을 기점으로 미국 직행 투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사례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2006년 류제국(40)의 데뷔를 끝으로 빅리그에 오른 류현진(36·토론토), 임창용(47), 오승환(41·삼성), 김광현(35·SSG), 양현종(35·KIA)은 모두 KBO 리그를 거치고 온 투수들이었다.

이는 일본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고교 졸업 당시 NPB 닛폰햄 파이터스가 그를 설득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당시 닛폰햄이 준비한 자료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고졸 선수 21명 중 단 한 명도 빅리그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로도 해당되는 선수 중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건 타자인 최지만(32·2009년 계약-2016년 데뷔)뿐이었다.

트리플A까지 올라왔던 이승학(44)이나 송승준(43), 이대은(34) 등도 있었으나 결국 빅리그 목전에서 도전을 포기했다. 그만큼 미국 직행 투수의 빅리그 데뷔는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타자 쪽에서는 미국 직행 선수의 메이저리그 승격이 앞선 2시즌에서 2번이나 나온 것이다. 2014년 7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박효준(27)은 7년이 지난 2021년 7월 콜업됐다.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을 맺은 배지환(24) 역시 지난해 9월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2016년 최지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준석 역시 어려운 싸움에 뛰어들게 됐다. 자신이 가진 재능은 출중한 만큼, 마이너리그에서 보낼 인고의 시간을 견딘다면 9번째로 KBO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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