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잠실' 추신수 또 작심발언→안우진 태극마크에도 영향 미칠까

김우종 기자  |  2023.01.23 14:06
키움 안우진이 지난해 9월 18일 고척 NC전에 선발 등판해 KBO리그 역대 15번째 개인 한 시즌 200탈삼진을 기록한 뒤 관중석에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안우진이 지난해 9월 18일 고척 NC전에 선발 등판해 KBO리그 역대 15번째 개인 한 시즌 200탈삼진을 기록한 뒤 관중석에 90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추신수(41·SSG 랜더스)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지난 2021년 미국 커리어를 마감하고 KBO 리그로 왔다. 선진 야구를 경험했던 그는 한국 야구를 경험한 뒤 본인이 생각했던 바를 그동안 솔직하게 풀어왔다. 때로는 작심하고 본인의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바뀐 게 잠실야구장의 시설이었다. 2021년 3월 잠실구장서 시범경기를 마친 뒤 추신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라고 운은 뗀 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가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한국과 미국의 시설 차이였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메이저리그에 10년 넘게 몸담았던 그로서는 한국 경기장 시설이 더욱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듯했다.

당시 그는 "원정팀 (실내) 배팅 케이지(batting cage·야구서 타자가 타격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은 곳)가 없는 게 아쉽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치료 공간도 부족하다.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조차 없다. 미국서 저는 경기 전 뜨거운 물과 찬물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푸는 루틴이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냥 유니폼 입고 경기장에 도착해 조금 방망이 치고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추신수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건 한국 야구의 발전이었다.

추신수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해 시즌이 끝난 뒤 잠실구장은 대대적인 시설 개선 공사에 돌입했다. 결국 더 이상 잠실구장을 방문한 원정팀 선수들은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게 됐다. 개인별 라커가 생겼다. 휴식도 버스가 아닌 라커룸에서 쉴 수 있게 됐다. 샤워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물리치료실도 생겼다. 식당 공간도 커졌다. 1982년 7월에 개장한 잠실구장 원정 시설의 대변신. 추신수의 작심발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관계자는 "만약 추신수가 잠실구장의 열악한 시설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변화가 있었겠는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잠실야구장 원정팀 샤워실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잠실야구장 원정팀 샤워실의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그랬던 추신수가 이번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문화, 그리고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 'DKNET'에 출연, 안우진에 대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 제3자로서 들리고 보는 것만으로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안타깝다. 해외로 나가서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한국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제가) 감싸준다기보다는 저희는,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2022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마크했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으며 최정상 투수 반열에 올랐다. 이미 수베로 한화 감독은 "안우진이 한국 최고 투수"라며 극찬한 바 있다. 그랬던 안우진이 이번 WBC 대표팀 최종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선수를 선발할 때, 국가대표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자긍심, 책임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에둘러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추신수는 "어릴 때 (잘못을) 했다. 잘못을 뉘우치고, 출장 정지 처벌도 받았는데, 국제대회를 못 나가는 것이다. 아, 할 말은 정말 많은데…"라며 잠시 말을 줄인 뒤 "제가 선배다. 많은 선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일찍 태어나고 일찍 야구를 한다고 해서 선배가 아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을 겪은 이가 있다면 선배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그게 너무 아쉽다. 야구 먼저 했다고 어른이 아니다. 후배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잘못된 곳에서 운동하고 있으면 뭔가 제대로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 해야 하는데 지켜만 본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몇 차례 작심발언으로 한국 야구의 많은 것을 바꿔왔던 추신수. 과연 안우진의 대표팀 발탁 등 향후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지 시선이 모아진다.

추신수. /사진=김우종 기자 추신수.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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