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김석환도 에드먼-테일러처럼, '한남자' 배려와 기대감 사이 [★오키나와]

킨(일본 오키나와)=안호근 기자  |  2023.03.06 09:56
김도영이 5일 삼성과 평가전에서 유격수로 나서 다이빙캐치로 안타를 걷어내고 있다. /사진=OSEN 김도영이 5일 삼성과 평가전에서 유격수로 나서 다이빙캐치로 안타를 걷어내고 있다. /사진=OSEN
"(LA) 다저스를 보면 내외야를 같이 보는 선수들이 있다. 백업 선수는 그렇게 해주는 게 긴 시즌에 도움이 될 것."


김종국(50) KIA 타이거즈 감독이 시선은 미국 무대를 향해 있었다. 제자들이 내야 전포지션은 물론이고 외야까지 소화하는 크리스 테일러(33·LA 다저스), 한국 대표팀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과 같이 다재다능함을 갖춘 수비 능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KIA는 5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킨 타운 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평가전에서 7-11 역전패를 당했다.

9회초 8실점하며 무너졌으나 이전까진 경기를 잘 풀어갔고 특히 야수진의 활용에서 긍정적인 면을 확인한 경기였다.

7회 스리런 홈런을 때린 이우성(29)은 물론이고 김도영(20)과 김석환(24)의 활약도 돋보였다. 리드오프로 나선 김도영은 3타수 2안타 1볼넷하며 3득점을 책임졌다.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석환은 4타수 2안타 1타점 활약했다.

수비에서 존재감도 돋보였다. 김종국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둘의 멀티포지션 소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앞선 두 경기 외야수로 나섰던 김석환은 이날 1루를, 김도영은 3루수가 아닌 유격수로 출전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종국 KIA 감독. /사진=안호근 기자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종국 KIA 감독. /사진=안호근 기자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김석환은) 1루수를 준비해보는 차원이다. 후반엔 외야로 나가겠지만 체크를 해봐야 한다"며 어디가 더 좋은 것 같냐는 질문엔 "포지션 겹치는 선수가 부담될 것 같다(웃음). 외야나 내야 모두 장점이 있다. 둘 다 좋다. 그렇게 자리를 잡으면 훨씬 가동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김도영에 대해선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손목 부상)가 없다. 혹시나 박찬호가 시즌 중에 또 부상에 당할 수도 있기에 그런 것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김규성이 좋아지니 유격수도 가능하다. 센터라인이 중요하지만 김도영이나 김규성 등을 테스트하면서 안 좋아질 상황에도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종국 감독은 현역시절엔 빼어난 수비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종범, 홍세완 등의 존재로 아마시절 활약했던 유격수 자리를 떠나 2루수로 안착했다. 통산 타율은 0.247에 불과했으나 골든글러브도 수상했고 국가대포로도 활용할 수 있었던 건 안정적인 수비 덕이었다. 그렇기에 가능성 있는 제자들이 한 포지션에 국한되는 것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제대로 안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는 "주전은 한 포지션을 하는 게 낫고 백업은 여러 포지션을 맡는게 팀에는 좀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KIA 내야는 김선빈(2루수)과 박찬호(유격수)이 탄탄히 자리를 지켰다. 다만 1루의 황대인과 3루의 류지혁은 부동의 주전이라고까지 말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아쉬운 데뷔시즌을 보낸 김도영이 더욱 성장한다면 박찬호가 자리를 비울 때 혹은 3루에서 류지혁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경기 전 김도영도 "아직까진 잘 적응하고 준비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3루수 수비에선 부족함이 있다. 캠프 끝나기 전에 완성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정규 훈련 시간 외에도 시간을 내 3루 수비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도영. /사진=안호근 기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도영. /사진=안호근 기자
송구도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작년 초반엔 가볍게 던질 줄 몰랐는데 이번엔 그런 걸 잘 채워넣고 있다"며 "두 가지 스로잉으로 던질 줄 아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도영은 이날 1회초 김태훈의 좌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감탄을 자아냈다. 3회 무사 1루에도 3루쪽으로 치우치는 깊숙한 땅볼 타구를 캐치,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송구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지난 2경기 3루수와 유격수로 나서 각각 실책을 범했지만 이날은 경기 후반 3루수로 위치를 바꿔서도 준수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석환도 1루수로서 별 문제 없이 잘 버텼고 7회 최형우를 대신해 좌익수로 나선 뒤에도 경기를 무난히 소화했다.

수비력이 뒷받침된다면 주전 경쟁에서 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KIA 외야는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두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나머지 한 자리 경쟁에서도 이창진이 우위를 보인다. 김호령과 이날 스리런포를 날린 이우성도 있어 경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석환이 1루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황대인 등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어 김 감독 입장에선 한결 선수 운영이 편해진다.

물론 멀티포지션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혹자는 한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숙련도를 높이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야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타구 판단과 포구법 등이 다르고 심지어 내야와 외야는 그 차이가 더 크다. 테일러와 에드먼이 빅리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다양한 포지션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김 감독의 욕심만은 아니다. 아직 한 포지션에서 확고히 경쟁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제자들이 보다 더 빠르게 자리를 잡게 해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달라진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너무 많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딱히 누구라고 꼽기는 어렵다"고 말할 만큼 선수들의 평가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그다. 자칫 선수들이 이러한 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김도영, 김석환에 대한 특별한 주문이 얼마나 큰 애정에서 비롯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날 내외야를 모두 소화한 김석환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OSEN 이날 내외야를 모두 소화한 김석환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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