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실수'로 얻은 교훈, '베테랑 효과'로 한화가 강해진다 [오키나와 현장]

고친다(일본 오키나와)=안호근 기자  |  2023.03.08 05:30
수베로 한화 감독이 7일 KIA와 평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7일 KIA와 평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작년에 베테랑 리더십이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꼈고 좋은 고참들을 영입했다. 변화가 감지된다."


한화 이글스에서 3년 차를 맞이하는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대적인 빌드업을 선언하며 베테랑들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2년 연속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은 고참 선수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바뀐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고 변화의 기류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한화는 1차 미국 애리조나, 2차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순항하고 있다. 선수들의 눈빛부터 예년과는 달랐고 5차례 연습경기에선 4승 1패를 기록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도 2연승을 거두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전지훈련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 수베로 감독은 상승세의 비결을 베테랑들에게서 찾았다. 7일 오키나와현 고친다 야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수베로 감독은 "필드 안에서보다도 밖에서 베테랑들이 보이는 모범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장민재를 일찌감치 콜업 못한 게 첫 번째 실수고 두 번째는 오선진을 트레이드로 보냈던 것"이라며 "이들과 얘기해보면 어린 선수들보다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고 더 많이 본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에서 후배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민재(33)는 수베로 감독 부임 첫해인 2021년 1군에서 단 12경기, 29⅓이닝만 소화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장민재는 선발 후보군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시즌 초반 임시 선발로 나서 깜짝 활약하자 수베로 감독은 그에게 로테이션 한 자리를 부였다. 결국 작년 32경기 7승 8패 평균자책점(ERA) 3.55로 맹활약했다. 수베로 감독이 더 일찍 그를 활용하지 않았던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날도 펠릭스 페냐에 이어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장민재는 3이닝 동안 45구를 던지며 피안타 없이 볼넷 하나만 내주고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사령탑에 믿음에 보답했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오선진. /사진=한화 이글스 친정팀으로 돌아온 오선진. /사진=한화 이글스
올 시즌을 앞두고 오선진(34)은 다시 친정팀 유니폼을 입었다. 2008년 데뷔해 한화에서만 뛰었던 그는 2021년 6월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겨야 했다.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눈도장을 찍지 못한 것과 동시에 젋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겠다는 수베로 감독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결정이었지만 오선진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1+1년 총액 4억 원에 다시 한화로 돌아왔다.

이날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로 활약한 오선진은 수베로 감독의 말처럼 후배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채은성, 이태양(이상 33)도 빼놓을 수 없다. 채은성은 한화가 6년 9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7년 만에 영입한 외부 FA다. 두 자릿수 홈런과 80타점 이상이 보장되는 외야수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이태양은 SSG 랜더스에서 우승 반지를 끼고 FA로 4년 총액 25억 원에 친정팀으로 금의환향했다.

이들로 인해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선수단 내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일고 있다. 여기에 수베로 감독은 부가적인 상승효과까지 기대했다. "이태양과 채은성은 (기존 선수들보다) 가을야구를 더 많이 해본 선수"라는 그는 "이태양은 우승팀에서 왔다. 야구를 보는 시야와 더불어 이기는 야구에 대한 경험도 젊은 선수들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필요했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시환이 뛰어난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이유 또한 채은성에게서 찾았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이 보는 것과 같이 좋다. 채은성의 영향이 컸다. 날개 밑에 감쌌다고 할 수 있다"며 "밀착해서 데리고 다니며 웨이트도 억지로 시키고 끝나고도 밥도 사주고 타격 기술적으로는 (채은성에게) 밀어치는 우중간으로 타구를 배워서 하고 있다. 마치 좌타자가 당겨치는 것 같은 타구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은원 또한 "질문하고 물어보고 궁금한 게 있을 때 말해줄 수 있는 선배들이 생겼다"며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나 디테일한 걸 묻곤 한다. 야수다보니 타격적인 부분은 은성 선배께, 수비의 디테일한 부분은 선진 선배께 묻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몸 관리 하는 법이나 컨디션을 끝까지 유지하는 루틴 등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네덜란드와 평가전에서 득점한 노시환(가운데)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채은성(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지난달 21일 네덜란드와 평가전에서 득점한 노시환(가운데)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채은성(오른쪽). /사진=한화 이글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