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졌는데...' 네덜란드 연파한 한화, '설레발' 아닌 희망이라 읽는다 [오키나와 리뷰]

고친다(일본 오키나와)=안호근 기자  |  2023.03.09 06:57
지난달 22일 네덜란드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채은성(오른쪽)에게 축하를 받고 미소짓는 노시환(가운데). /사진=한화 이글스 지난달 22일 네덜란드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채은성(오른쪽)에게 축하를 받고 미소짓는 노시환(가운데). /사진=한화 이글스
드디어 막을 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는 아마최강이라는 불리는 쿠바를 제압했다. 야구 팬들의 온 관심이 WBC로 향해 있지만 네덜란드의 승리 소식에 새삼 주목을 받는 한 구단이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네덜란드는 8일 대만 타이중 구장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A조 1차전에서 쿠바를 4-2로 이겼다.

쿠바를 잡아낸 네덜란드에 2연승을 거뒀던 한화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한화는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른 1차 스프링캠프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 첫 경기에 4-1, 두 번째 경기에 15-4 압승을 거뒀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네덜란드의 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프로야구(NPB) 단일시즌 최다 홈런(60개)의 주인공인 블라디미르 발렌틴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뛰는 조너던 스쿱, 빅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디디 그레고리우스와 2017년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도왔던 로저 버나디나 등이 버티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2013년, 2017년 대회에서 모두 4강에 진출했고 1라운드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강팀이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8일 2023 WBC 개막전에서 쿠바를 꺾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네덜란드 선수들이 8일 2023 WBC 개막전에서 쿠바를 꺾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화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 평가전에서 3-3으로 비기며 2차 캠프를 마무리했다. 1,2차 캠프에서 치른 7차례 연습경기 성적은 5승 1패 1무, 승률 0.833. 돌이켜보면 네덜란드와 2연전부터 달라진 한화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다.

1차전 마운드에선 2년차 신성 문동주가 최고 시속 156㎞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네덜란드 타선을 2이닝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고 타선에선 장진혁과 이진영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네덜란드 격파에 앞장섰다.

2차전에선 노시환이 투런 홈런을, 김인환이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이밖에도 타선이 전체적으로 폭발하며 대량 득점으로 네덜란드 투수진을 괴롭혔다. 투수 중에선 펠릭스 페냐가 152㎞ 강속구를 바탕으로 2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문동주와 페냐 등 150㎞대 공을 손쉽게 뿌리는 투수들을 상대한 네덜란드 대표팀이 적잖이 당혹감을 나타냈다는 게 한화 관계자의 전언이다. KBO리그 최하위팀을 상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WBC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었을 네덜란드에 경각심을 심어준 두 경기였다.

지난달 19일 네덜란드전에서 투구하고 있는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지난달 19일 네덜란드전에서 투구하고 있는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반면 자신감을 얻은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가 국내 팀들을 상대로 5경기에서 3승 1패 1무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채은성, 내야수 오선진, 투수 이태양을 영입하며 포지션별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이 과정을 통해 선수층이 한층 탄탄해졌다. 더불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새로 합류한 베테랑들이 팀에 경험과 함께 다양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번 캠프에 합류한 신인 투수와 내야수 김서현, 문현빈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사령탑을 미소짓게 했다.

주장 정우람은 "항상 이 시기엔 (기대되는 선수로) 누구 하나를 뽑기 어렵다. 절반 이상이 눈에 띈다. '이 선수가 잘한다, 기대된다'며 설레발 을 칠 수 있는 시기인데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면서도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는 있다. 신구 조화가 되고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 좋은 신인들도 많이 들어왔다. 이 선수들이 부진할 때 베테랑들이 결과를 내주면 더 좋아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령탑과 선수단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미국과 오키나와에 동행하며 선수단을 지켜본 취재진, 팬들까지도 올해는 한화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범경기도 시작하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한화가 예년에 비해서는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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