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화끈한 취임 선물 받을까... 3년 전 허문회는 안치홍 영입, 올해는 '집토끼' 2명 다 잡아주나

롯데 전준우(왼쪽)가 24일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있다.

롯데 안치홍(왼쪽)이 24일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대권 도전을 위해 '우승청부사' 김태형(56) 감독을 품에 안았다. 과연 구단은 김 감독에게 통 큰 취임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김태형 감독은 24일 24일 오후 2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 사파이어룸에서 롯데 제21대 감독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강훈 롯데 대표이사와 주장 안치홍을 비롯해 전준우, 구승민, 김원중 등이 참석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김 감독은 "신인 감독 때 겁없이 목표를 우승이라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 첫째 목표는 포스트시즌, 이후로는 우승이다. 선수들과 잘 호흡해서 롯데가 강팀이 되도록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김태형 신임 롯데 감독.

이렇듯 김 감독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그동안 본인이 거둔 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2015년 두산 베어스 감독 부임 첫 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NC 다이노스)를 연달아 통과한 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승인 93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년 동안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 감독은 2019년 무려 9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전 전승으로 꺾고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1년까지 김 감독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두산은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친 뒤 김태형 감독과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후 김 감독은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2023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현장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기를 분석하면서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이 24일 열린 제21대 롯데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일성을 밝히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 등 FA(프리에이전트) 3인방을 데려왔다. 시즌 시작 후에는 4월 말 한때 9연승을 달리면서 선두에도 올랐다. 5월 말까지 롯데는 승률 0.614(27승 17패)로 3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6월에만 6연속 루징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5할 승률이 붕괴된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마저 시즌 중 건강 문제로 물러나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제대로 된 반등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결국 롯데는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게 됐다.

━

김태형 신임 롯데 감독(오른쪽)과 이강훈 롯데 구단 대표이사.

이날 취임식에서는 이른바 '취임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구단에서 '모셔온' 감독인만큼 전력보강을 위한 선수 계약을 통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취임선물은 24억 원 받았으면 됐다"며 농담을 던진 김 감독은 "항상 FA 말씀 많이 하시는데, 그 부분은 구단에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구단에서 판단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동안 롯데는 신임 감독에게 몇 차례 선물을 안겨준 바 있다. 2004년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자 외야수 정수근과 투수 이상목을 데려왔고, 2016년 조원우 감독 부임 당시에는 불펜 자원인 윤길현과 손승락을 영입했다. 2020년 허문회 감독이 취임했을 때는 내야수 안치홍을 FA 시장에서 데려왔다.

롯데 안치홍(왼쪽)과 전준우.

올해 FA 시장에서 롯데는 우선 '집토끼' 단속이 중요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전준우와 안치홍이 FA 자격을 얻는다. 전준우는 올해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 17홈런 77타점 80득점 9도루 154안타 OPS 0.852의 성적을 올렸다. 올해 37세의 나이에도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로 남았고, 홈런과 타점, OPS도 롯데에서 1위에 올랐다. 전반기 0.272였던 타율이 후반기에는 0.356으로 오를 정도로 체력 문제도 없었다.

올 시즌 주장직을 맡았던 안치홍 역시 121경기에서 타율 0.292 8홈런 63타점 57득점 124안타 OPS 0.774를 기록했다.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꾸준한 타격감을 이어가며 롯데 타선을 지켰다. 수비범위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무난히 2루수 자리를 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두 선수는 나란히 2020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FA 계약을 맺었다. 내부 FA였던 전준우는 4년 최대 34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 안치홍 역시 2+2년 최대 56억 원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전준우와 안치홍은 모두 계약기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4시즌 동안 전준우는 타율 0.311 61홈런 333타점 OPS 0.839, 안치홍은 타율 0.292 40홈런 257타점 OPS 0.791의 성적을 올렸다.

롯데 구승민과 안치홍, 김태형 감독, 전준우, 김원중(왼쪽부터).

김 감독도 '구애'를 펼쳤다. 이날 취임식에는 전준우, 안치홍과 내년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투수 구승민과 김원중이 참석했다. 이를 언급한 김 감독은 "당연히 팀에 남아서 저를 도와달라고 하고 싶다. 감독은 선수가 많을 수록 좋고 욕심이 있다"며 "대표님께 필요한 선수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선수 본인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준우는 취임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FA 계약을 앞두면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일단은 순리대로 기다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31년 동안 하지 못하고 있는 우승을 위해 김 감독을 데려왔다. 김 감독 역시 "우승이 누구 집 애 이름도 아니고 쉽게 되는 건 아니다"면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 첫째 목표는 포스트시즌, 이후로는 우승이다"고 과감히 말했다. 김 감독의 목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력 유지가 필수적이고, 그 첫 스텝은 바로 내부 FA의 잔류라고 할 수 있다.

김태형 신임 롯데 감독.

이강훈 롯데 구단 대표이사(왼쪽)가 24일 열린 롯데 제21대 감독 취임식에서 김태형 신임 감독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