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내일이 없는데..." 이강철 승부수 다 통했다, '쿠동원' 3일 쉬고 쾌투→2루수 교체→4점 차 2HR 타자 번트까지 족족 성공

창원=양정웅 기자  |  2023.11.04 07:31
KT 이강철 감독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시작 전 미소를 짓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시작 전 미소를 짓고 있다.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후 KT 이강철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후 KT 이강철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허무하게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였던 2년 전 통합우승팀 KT 위즈가 다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일이 없는' 감독이 던진 승부수들이 계속 통하면서 반격을 시작하고 있다.


KT 위즈는 3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4차전(5전3선승제)에서 타선의 힘과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 속에 11-2 대승을 거뒀다. 홈에서 2패를 당하고 창원으로 내려온 KT는 이로써 적지에서 2승을 거두고 다시 수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KT는 올해 정규시즌 79승 62패 3무(승률 0.560)를 기록하며 1위 LG 트윈스와 6.5경기, 3위 SSG 랜더스와 3경기 차 2위로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6월까지 최하위로 처져있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단숨에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까지 3위 경쟁을 하다 4위로 떨어진 KT는 1년 만에 2계단 올라간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1, 2차전의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정규시즌 최종전 후 20일의 휴식 끝에 치른 1차전에서 KT는 경기력이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1회부터 선취점을 내준 KT는 2회 오영수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0-2로 뒤지기 시작했다. 이어 3회에는 3루수 황재균, 4회에는 투수 쿠에바스의 실책이 나오는 등 수비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9회 말 배정대의 만루홈런이 나왔지만 너무 늦은 시점이었고, 결국 5-9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어 2차전에서도 1회 박건우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먼저 3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뺏겼다. 8회 2점을 올리며 추격에 나섰지만, 9회 무사 1, 3루 절호의 찬스를 놓치며 결국 KT는 2-3으로 졌다.

KT 선수단이 지난달 30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KT 선수단이 지난달 30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장소를 창원NC파크로 옮겨 치른 3차전부터 KT는 반격을 시작했다. 선발 고영표가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KT는 2회 초 배정대의 투런포로 선취점을 올렸고, 7회 문상철이 쐐기 솔로홈런을 때려내면서 결국 3-0 승리를 거뒀다.


이어진 4차전, 이강철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1차전에서 75구 만에 내려갔던 쿠에바스를 3일 휴식 후 4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한 것이다. 이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1차전이 끝난 뒤 당시 투구수가 적당해서 4차전을 준비하라고 (쿠에바스에게) 이미 말을 해놨다. 당시 투구수를 봐서 빨리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2차전에서 진다고 생각을 안 해서 쿠에바스를 그때부터 준비시켰다"고도 말했다.

또한 라인업에도 변화를 줬다. 큰 틀에서는 비슷했지만, 3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왔던 박경수 대신 오윤석이 2루수 겸 7번 타자로 나왔다. 이 감독은 "(박)경수가 어제 그거(호수비)하고 피곤해서"라고 농담을 한 뒤 "내전근이 좀 딱딱하다고 한다. 나중에 리드 상황에서 대수비는 나갈 수 있다. 오윤석이 송명기 상대로 타율이 높다(통산 7타수 4안타).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KT 오윤석. /사진=뉴스1 KT 오윤석. /사진=뉴스1
KT 쿠에바스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쿠에바스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차전에서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던 쿠에바스는 4차전에서 전혀 다른 투구를 선보였다. 1회 첫 타자 손아섭의 타구를 3루수 황재균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실책을 저질렀지만, 이후로는 NC 타자들의 출루를 꽁꽁 틀어막았다. 6회 말 2사 후 손아섭이 안타로 살아나갈 때까지 쿠에바스는 1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다.

공격력도 불을 뿜었다. 1회 초 1사 1, 3루 기회에서 박병호의 적시타와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KT는 먼저 2점을 얻었다. 이어 2회에는 새로 라인업에 들어온 오윤석이 내야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바뀐 투수 이재학의 폭투와 황재균의 1타점 2루타로 4-0까지 달아났다.

KT는 3회에도 선두타자 장성우가 안타로 살아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6번 문상철이 번트 자세를 취했다. 결국 번트를 시도했고, 투수 이재학은 2루를 포기하고 1루로 던졌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오윤석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때렸고, NC 수비진이 방심한 틈을 타 오윤석이 2루까지 가며 2, 3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배정대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면서 KT는 6-0으로 도망갔다. 4점 차 리드에서 희생번트를 대는 흔치 않은 장면이 득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거기다 문상철은 1차전과 3차전 홈런포를 터트린 선수여서 더욱 놀라운 장면이었다.

KT 문상철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회 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KT 문상철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회 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득점 행진을 이어간 KT는 4회까지 8-0으로 앞서나갔고, 결국 흐름이 뒤집히지 않으면서 KT는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선발 쿠에바스는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오윤석은 5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 감독의 승부수가 대부분 성공으로 돌아간 것이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타선이 터지길 바랐는데 1회부터 선취점 올렸고 타선이 터졌다. 플레이오프치고는 편한 경기를 했다"고 경기에 대해 총평했다. "쿠에바스는 좋은 볼을 던질 거라 생각했는데 에이스답게 잘 던졌다"고 칭찬한 그는 "(1차전에 비해) 가볍게 던지면서 슬라이더 각이 훨씬 커지며 타자들 스윙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초반 점수 차가 크게 났기 때문에 쿠에바스를 빠르게 내릴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내일이 없는데 저희가..."라며 웃음을 지었다. 감독의 말처럼 KT는 내일이 없는 상황이었고, 벼랑 끝에 몰렸던 KT는 기사회생하며 역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단 2번뿐인 '리버스 스윕'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이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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