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정, 아름다운 도전" NC 가을의 기적 마침표, 하지만 '꼴찌 후보' 예상 박살낸 언더독 스토리 썼다

수원=양정웅 기자  |  2023.11.06 06:31
NC 선수단이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선수단이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신민혁(오른쪽)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서호철의 만루홈런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신민혁(오른쪽)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서호철의 만루홈런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NC 팬. /사진=NC 다이노스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NC 팬. /사진=NC 다이노스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든 우리끼리 단합해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합심해 위대한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면 좋겠다."


지난 1월, NC 다이노스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구단 신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 'We're Game Changers'를 공개한 이진만 구단 대표이사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을 향해 위와 같은 당부를 전했다.

당시 NC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NC는 무려 7명의 내부 FA(양의지, 박민우, 노진혁, 원종현, 이재학, 이명기, 권희동)가 나오면서 어려운 겨울을 보냈다. 결국 이중에서 양의지(두산, 4+2년 최대 152억 원), 노진혁(롯데, 4년 최대 50억 원), 원종현(키움, 4년 25억 원), 이명기(한화 사인 앤드 트레이드, 1년 최대 1억 원)가 팀을 떠났다.


팀을 떠난 선수들은 모두 중요 자원들이었다. 양의지는 2019년 FA 이적 후 4년 동안 골든글러브 3차례 수상(포수 2회, 지명타자 1회)과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업적을 만들었다. 창단 멤버인 노진혁과 원종현도 각각 3루수-유격수와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오랜 시간 팀에 기여한 선수들이었다. 이명기 역시 2020년 우승에 한몫을 보탰던 선수다.

두산 양의지(오른쪽)가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NC 박민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산 양의지(오른쪽)가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NC 박민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잡아야 본전인 내부 FA를 4명이나 보낸 NC는 여기에 4년 동안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던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도 메이저리그(MLB)로 보내야 했다. 이렇듯 이탈은 이어졌지만, 영입이라고는 FA 포수 박세혁(4년 최대 46억 원) 한 명뿐이었다. 2021시즌 종료 후에도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KIA 타이거즈로 떠났지만, 대신 국가대표 외야수 손아섭과 박건우를 잡은 것과는 대조됐다.


이에 NC를 최하위 후보로 예상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실제로 올 시즌 전 스타뉴스가 해설위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익명의 해설위원은 "투수진이 불안하다. 걱정거리가 가장 많은 팀"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 대표 역시 "아마도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외부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언더독'의 위치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야구는 슈퍼스타 한 명이 팀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종목이다"며 "위대한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가 지난 1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열린 2023시즌 신년회에서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가 지난 1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열린 2023시즌 신년회에서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페디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도중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NC 페디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도중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약 10개월 뒤, NC는 한국시리즈 진출 직전까지 가는 성과를 올렸다.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5차전(5전3선승제)에서 2-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2승 3패를 기록한 NC는 한국시리즈까지 1승을 남겨놓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이날 NC는 3회 초 서호철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고, 5회 초 공격에서도 손아섭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4회까지 KT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냈던 선발 신민혁이 5회 말 1사 1, 3루 위기에서 대타 김민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바뀐 투수 김영규가 6회 말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고, 3번째 투수 류진욱까지 안타와 볼넷을 기록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박병호의 병살타가 나오며 2아웃이 됐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이는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경기가 끝난 후 박건우와 제이슨 마틴, 에릭 페디 등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수원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전에 뒀지만 이후 3경기를 모두 패배한, 이른바 '리버스 스윕'에 대한 분함으로 보였다. 주장 손아섭 역시 경기 후 "당연히 아쉽고 분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NC 페디(오른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NC 페디(오른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의 암울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NC의 2023시즌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도 8위에 머무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4월 한 달 동안 5할 승률(0.538, 14승 12패)을 유지하며 중상위권에 위치했다. 루친스키를 대신해 영입한 에이스 에릭 페디가 4월 6경기에서 4승과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했고, 대체선발이었던 3년 차 이용준 역시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1.14로 호투했다. 5월 들어 잠시 주춤했던(승률 0.450) NC는 6월 13승 9패 1무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퓨처스 타격왕' 서호철이 한때 타격 1위(6월 20일, 0.333)에 오르는 등 맹타를 휘둘렀고,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던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도 돌아왔다.

다만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6월 초에는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7월 초 중심타자 박건우가 워크 에식(직업윤리 및 태도) 논란으로 1군에서 18일 동안 말소됐다. 이에 6월 말에서 7월 전반기 막판까지 2번이나 5연패를 당한 NC는 한때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7월 9일, 0.493).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한 NC는 5연승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하던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7월 들어 0.359의 타율과 5개의 홈런으로 살아난 것이 컸다.

박건우. /사진=NC 다이노스 박건우. /사진=NC 다이노스
손아섭. 손아섭.
예상 외로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자 NC는 기복이 심한 투구를 보여주던 와이드너를 퇴출하고, 8월 초 좌완 태너 털리를 새로 영입했다. 태너는 안정적인 제구를 통해 후반기 11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92로 좋은 기록을 선보였다. 여기에 돌아온 박건우가 후반기 0.360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이에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기간 전 NC는 2위 KT에 1경기 뒤진 3위에 위치했다.

비록 아시안 게임에 차출된 세 선수(김주원, 김영규, 김형준)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한때 6연패에 빠진 NC는 5위까지 내려갔지만, 끝까지 3위 싸움을 펼친 끝에 최종 75승 67패 2무(승률 0.528)의 성적으로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캡틴 손아섭은 타율 0.339, 187안타로 두 부문 1위에 올랐고, 페디는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으로 12년 만에 나온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NC 서호철이 지난달 19일 열린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NC 서호철이 지난달 19일 열린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이어진 포스트시즌에서 NC는 더욱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역대 최초 '업셋'(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는 것)이 나오리라는 예상을 딛고 1차전에서 서호철의 역전 만루홈런과 김형준의 멀티홈런에 힘입어 14-9로 승리, 가볍게 상위 라운드로 진출했다. 이어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신민혁의 무실점 호투와 대타 김성욱의 결승 투런포로 4-3 승리를 올렸고, 2차전 역시 손아섭과 박건우의 맹활약 속에 7-3으로 이겼다. 이어 무대를 창원NC파크로 옮겨 치른 3차전에서는 3-0으로 앞서던 2회 초 최정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3-5 역전을 내줬지만, 2회 말 마틴의 결승 3점 홈런이 터지면서 7-6으로 승리하며 3전 전승을 거뒀다.

NC의 상승세는 플레이오프 초반까지 이어졌다.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NC는 시즌 막판 타박상을 입어 준플레이오프에서 나오지 못했던 페디가 6이닝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1차전을 9-5 승리로 장식했다. 이어 2차전에서도 박건우의 1회 선제 투런포와 9회 말 한 점 차에서 나온 유격수 김주원의 그림 같은 수비로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NC는 올해 포스트시즌 6연승을 달렸고, 지난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가을야구 9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지난 1987년과 1988년 해태 타이거즈가 기록한 최다연승 기록과 타이였다.

NC 김주원(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말 오윤석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자 3루수 서호철(왼쪽)과 2루수 박민우가 다가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NC 김주원(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말 오윤석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자 3루수 서호철(왼쪽)과 2루수 박민우가 다가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NC의 행진은 여기까지였다. 홈으로 돌아가 치른 3, 4차전에서 NC는 연이어 패배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상대 선발 고영표에게 무득점으로 틀어막혔고, 오히려 KT 배정대와 문상철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0-3으로 졌다. 이어 4차전에서도 4회까지 8점을 내주는 등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2-11로 대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5차전에서도 지면서 NC는 '역대 7번째 4위 팀 한국시리즈 진출' 대신 '역대 3번째 플레이오프 리버스 스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0월 초부터 순위 싸움으로 인해 거의 한 달 내내 포스트시즌이나 다름 없는 경기를 한 여파가 온 것이었다.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신민혁(가운데). /사진=NC 다이노스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신민혁(가운데). /사진=NC 다이노스
NC 김영규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C 김영규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 가을야구에서 NC는 많은 희망을 봤다. 선발 신민혁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실점하기 전까지 16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페디가 빠진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좌완 김영규 역시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3게임)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김영규와 함께 아시안 게임에 다녀온 김형준과 김주원 역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기여했다. 강 감독 역시 "(올해는) 젊은 미래 자원이 많이 발굴됐다. 한 시즌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김영규, 김주원, 서호철과 불펜진의 젊은 선수 활약이 고무적이었다. 그 선수들과 형들과 호흡으로 시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강 감독은 5차전 패배 후 "우리 팀 선수들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마무리가 안 좋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시리즈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시즌 전 저평가받았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마지막이 아쉽지만 잘 치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시즌 치르면서 행복한 여정,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자평했다.

강인권 감독(맨 왼쪽). /사진=NC 다이노스 강인권 감독(맨 왼쪽).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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