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클린스만 경질, 1년도 안 돼 '오판' 인정... 감독 최후의 변명은 '선수 탓'

박건도 기자  |  2024.02.16 17:0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60)은 1년이 채 안 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놨다. 대한축구협회(KFA)의 명백한 오판이다.


정몽규(63) KFA 회장은 16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들과 미디어 등에게 실망시켜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라며 "KFA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쟁력과 경기 운영, 근무 태도, 선수 관리 등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최초 계약 기간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이었다. 클린스만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며 또 오명을 썼다. 이미 잘 알려진 실패 전문가다. 클린스만은 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 미국 국가대표팀에서도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와중에 클린스만은 다소 비아냥대는 듯한 작별인사까지 남겼다. 경질 발표 약 1시간 전 클린스만은 개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모든 한국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1년, 13경기 동안 패배 없이 놀라운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파이팅하길 바란다"라고 게시글을 남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 /사진=뉴시스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 /사진=뉴시스 제공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말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후 최초 공약은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한국을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겠다"던 클린스만의 약속은 허무하게 깨졌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한 번 붙었던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다시 만났지만, 0-2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짐을 쌌다. 심지어 '유효 슈팅 0개'라는 치욕적 기록도 남겼다.

마지막까지 변명일색이었다. 황보관(59) 기술위원장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15일 진행된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망)의 갈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황보관 위원장은 "클린스만은 전술 패착을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시안컵 졸전의 이유를 선수 탓으로 온전히 돌린 셈이었다.

뻔뻔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탈락 후 귀국 현장에서도 특유의 미소와 경솔한 언행으로 한국 축구팬들의 속을 뒤집어놨다. 취재진 앞에 선 클린스만은 "한국 내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하겠다. 부임 후 1년 동안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라며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 승리 당시에는 많은 분이 열광했다. 긍정적인 얘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탈락 후에는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KFA의 결정은 감독 경질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임원 회의 후 입장문에서 "종합적인 책임은 KFA와 저에게 있다. 평가는 자세히 분석한 뒤 하겠다. 대책을 세울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최대 화두 중 하나인 클린스만 경질 위약금에 대해서 일부 책임을 물 것이란 발언도 남겼다. 이미 여러 외신을 통해 클린스만의 연봉은 약 29억 원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해지 상황은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라면서도 "혹시 재정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회장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겠다. 기자회견 이후 논의한 뒤 전력강화위원회도 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장 공식 경기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오는 3월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치른다.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 2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후임 감독에 대한 상의는 없었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속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겠다"라고 했다.

일단 불타는 여론에 정몽규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할 때다. KFA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꾸려나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에 착수하겠다"라며 "선수단 내부 문제 등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사건도 있었다. 향후 코칭 스태프 구성과 선수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게다가 클린스만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후 줄곧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으로 이동하거나 해외파 점검을 핑계로 유럽 각지로 나돌았다. 한국 상주는 뒷전이었다. 말을 바꾼 격이었다. 클린스만은 부임 기자회견 당시 "한국에 머물며 축구와 문화를 배우겠다. 선수와 감독 시절 해외 경험이 많다. 배우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한 바 있다.

전력강화위는 클린스만 경질 이유로 태도 논란을 들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브리핑 중 "클린스만은 국내 체류 기간이 적었다. 국민을 무시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위원들의 의견도 있었다.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됐는데, 이번에는 근무 태도 논란이 터진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끊임 없는 논란과 초라한 성적만 남긴 감독의 말로는 중도 경질이었다. 이미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에는 개인 SNS로 사임 통보를 내린 전적이 있었던 클린스만이다. 이번에는 작별인사를 남기며 감독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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