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톱10' 중 EPL 6팀... "다른 리그는 들러리 전락"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3.01.26 16:08
세계 축구팀 매출 1위에 오른 맨체스터시티의 선수들.  /AFPBBNews=뉴스1 세계 축구팀 매출 1위에 오른 맨체스터시티의 선수들. /AFPBBNews=뉴스1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2021~2022시즌 '풋볼 머니 리그' 보고서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축구팀 매출 순위 30위 안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이 절반이 넘는 16개나 포함돼 있다.


올해까지 26년째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딜로이트는 "EPL 클럽들의 상업적인 약진이 이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지 않아 매출 순위 30위 안에 EPL 20개 클럽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라고 EPL의 상업적 독점시대를 전망했다.

이 리포트에서 매출 1위는 2020~2021시즌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7억 3100만 유로·약 9828억 원)가 차지했고 역시 EPL 팀인 리버풀(7억 170만 유로·약 9435억 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6억 8860만 유로·약 9253억 원)가 각각 3, 4위에 올랐다. 첼시(8위)와 토트넘(9위), 아스널(10위)을 포함하면 '톱10' 가운데 EPL 클럽은 무려 6개나 된다.

전통의 빅 클럽 레알 마드리드(2위)와 FC 바르셀로나(7위)를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 라 리가는 30위 내에 모두 5개팀이 올랐으며 이탈리아 세리에 A와 독일 분데스리가는 각각 3개 클럽이 포함됐다.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리그는 각각 1개 클럽이 30위 내에 올랐다.

세계 축구팀 매출 순위 톱30(금액 단위는 100만 유로).   /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세계 축구팀 매출 순위 톱30(금액 단위는 100만 유로). /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이 리포트가 발표되고 몇 시간 뒤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안드레아 아녤리 회장은 EPL의 상업적 독점현상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2021년 유럽 최고 명문 클럽들만 참가하는 유럽 슈퍼리그 창설 계획의 설계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유럽 축구는 미래를 위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 이상 다른 유럽 국내리그는 EPL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어 그는 "모든 유럽 축구 리그는 압도적인 EPL 때문에 필연적으로 침체할 수밖에 없다. EPL은 향후 몇 년 사이에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갈 것이고 이에 따라 다른 리그는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아녤리 회장은 이날 유벤투스의 분식회계 혐의 때문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아녤리 회장이 홧김에 이런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EPL이 다른 유럽 리그를 상업적으로 압도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지적은 유럽 축구계에서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EPL의 상업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파리 생제르맹(PSG), 레알 마드리드 등 소수의 빅 클럽을 제외한 대다수의 유럽 클럽들은 EPL에 선수를 내주고 이를 통해 얻는 이적료 수입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유럽 리그는 EPL 클럽을 위한 마이너리그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지난 20일 열린 EPL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지난 20일 열린 EPL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더욱 심각한 부분은 2022~2023 시즌에 EPL의 상업적 성장세가 더욱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EPL은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2022~2023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EPL은 국내외 중계권료를 모두 합쳐 128억 5000만 달러(약 15조 8000억 원)을 벌어들인다. 다른 유럽 축구 리그가 상상하기도 힘든 이 거액의 중계권료로 인해 EPL의 상업적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EPL의 중계권료가 더욱 위력적인 이유는 해외 중계권료 때문이다. EPL은 전체 중계권료 수입 가운데 이번 시즌 처음으로 국내 중계권료(약 7조 7000억 원)보다 해외 중계권료(약 8조 1000억 원)가 더 커졌다. EPL의 해외 중계권료가 높은 이유는 다른 유럽 빅 리그에 비해 스타 선수들이 많아 글로벌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EPL은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우승을 놓고 경쟁할 만한 빅 클럽이 더 많이 있다는 점도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유다.

이처럼 EPL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축구 제국으로 우뚝 솟으면서 해외 자본의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매각설이 불거져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에 대해 미국과 중동 자본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일 달러를 앞세운 중동 자본뿐 아니라 미국 자본이 EPL 클럽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부분에서 답보하고 있는 미국 프로 스포츠보다 EPL의 전지구적 상업적 성장세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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