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0 도전 마친 김도영, 홈런 안 나온 일주일서 또 배웠다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땐 자신 있다, 재미있었다"

광주=김동윤 기자  |  2024.10.01 07:01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허무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KBO 리그 국내 타자 최초 단일시즌 40홈런-40도루(40-40) 도전을 끝내고 활짝 웃었다. 마지막까지 부담과 압박을 즐긴 김도영은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도영은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번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 KIA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김도영은 141경기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 OPS 1.067로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만이 47홈런-40도루로 성공했던 KBO 단일시즌 40-40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9월 23일 광주 삼성전 시즌 38번째 아치를 그리고 40번째 도루에 성공했던 김도영은 이날도 단타 하나에 그쳤다. 하지만 2회 5득점 빅이닝 때 2사 1, 2루서 중전 1타점 적시타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상대 실책 때 시즌 143번째로 홈을 밟으며 아시아 프로야구 단일시즌 최다 득점 타이기록을 세웠다. 단일시즌 143득점 고지를 밟은 건 950년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 쇼치쿠 로빈스(1936년~1952년) 소속으로 활약했던 고즈루 마코토 이후 김도영이 처음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도영은 "허무함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며 "지난 사직 경기(9월 28일 부산 롯데전)가 끝나고 시즌 끝이 다가오다 보니까 그때부터는 즐긴 것 같다. 이런 순간들이 야구하면서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생각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다 하면서 즐긴 것 같다"고 후련한 심정을 밝혔다.


KIA 김도영이 9월 30일 광주 NC전을 끝으로 2024년 KBO 리그 정규시즌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IA 김도영이 9월 30일 광주 NC전을 끝으로 2024년 KBO 리그 정규시즌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김도영은 40도루를 채운 후 40-40까지 남은 두 개의 홈런을 채우기 위해 일주일간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날 3개를 포함해 뜬 공 타구만 계속해서 나왔다. 아쉬운 상황에서도 김도영은 오히려 배운 것이 더 많다며 의연했다.

그는 "일단 크게 후회는 없다. 경기 후반 들어서 실투도 많았지만, 느낀 게 더 많았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할지 배웠다. 좋은 경험을 했다"며 "홈런 2개를 남겨두고는 매 순간 홈런을 쳐야 한다고 의식했다. 하지만 '언제 또 이래보겠어'라는 생각에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서 후회는 없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홈런을 못 쳤을 뿐 안타는 계속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자꾸 중견수 쪽으로 타구가 가니까 왼쪽으로 홈런을 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을 때는 가운데로 결대로 밀어 친 홈런이 많았다. 그런데 좌익수 쪽으로 당겨치려고 하다 보니 지난해 안 좋았던 손 쓰는 버릇이 나온 것 같다. 오늘도 우익수 방향으로 홈런을 칠 수 있는 공이 몇 번 그것 또한 크게 배웠다고 있었다.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전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40-40을 못하더라도 충분히 잘해줬다며 홈런 2개를 못 쳐도 "한국시리즈에서 남은 걸 채우면 된다"고 격려했다. 김도영은 이런 사령탑의 믿음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도영은 "올해 3월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은 계속 날 믿어주셨다. 지난해 내가 이룬 것도 없는데 캠프 때부터 계속 주전이라고 강조해 주셨다"며 "감독님은 항상 선수에 맞춰 경기를 준비해 주신다. 좋은 컨디션을 내기 위해 훈련과 휴식을 잡아주시고 초반부터 믿음만 주셨다.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나를 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어주셔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치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의식하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느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는 번트도 하고 팀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그때만큼은 정규시즌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시리즈만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범호 감독(오른쪽)과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이범호 감독(오른쪽)과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은 KIA 구단 구성원들이 모두 기대했던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동안의 많은 부상 탓에 여러 제약이 있었음에도 김도영은 KBO 기록을 여러 차례 다시 썼다. 지난 4월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시작으로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홈런-20도루를 해냈다. 7월에는 역대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8월에는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를 해냈다. 지난 9월에는 역대 3번째 단일시즌 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 기록을 세웠다.

이에 김도영은 "30-30-100-100을 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다. 그 기록은 홈런 치고 타점 능력도 있어야 하면서 달리기도 빨라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타격에서 다 되는 선수라는 의미라 뜻깊다. 또 내가 항상 꿈꿔왔던 야구가 그런 야구라 매년 그런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다음 목표는 40홈런이 될 것 같다. 내가 올해 못한 기록이었고,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기록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상 없이 끝까지 한 시즌을 마무리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 그 부분은 나 자신을 잘했다고 해주고 싶다. 풀타임 다음 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을 위해 더 단단히 준비하고, 지난해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올해 후반기 들어 꾸역꾸역 치는 느낌을 받았다. 내년에는 이럴 때를 대비해 뭘 해야 하고 어떤 루틴을 가져가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해놓은 상태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어떤 걸 더 신경 써야 할지 더 집중해서 들어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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