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우 / 사진=SBS '따뜻한 말 한마디' 방송화면
'본부장님' 이상우가 변했다.
이상우는 지난 2일 첫 선을 보인 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 제작 HB엔터테인먼트)에서는 외도한 과거 앞에서 뻔뻔한 남편 김성수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초반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나은진(한혜진 분)의 죄책감과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송미경(김지수 분)의 괴로움에 집중하며 전개를 펼쳤다. 이에 한혜진과 김지수의 감정 연기가 주로 비쳐졌지만, 이상우도 확 바뀐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해 눈길을 모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1회와 2회에서 이상우는 결혼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이혼을 용납할 수 없는 남자 김성수로 분해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아내 은진에게 때론 빌고 때론 소리를 지르며 초반 극의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번 작품 속 이상우의 연기는 그간 그가 보여줬던 연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 더욱 주목된다. 이상우는 앞서 작품들에서 주로 어려움에 처한 여인을 도와주는 착한 남자 역할을 맡아 왔다.
SBS '조강지처클럽'에서는 이혼녀 나화신(오현경 분)의 인생역전을 돕는 본부장 구세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KBS 2TV '사랑을 믿어요'에서 결혼 생활 위기에 봉착한 서혜진(박주미 분)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재벌 2세 한승우로 여심을 흔들었다.
MBC '신들의 만찬'에서도 고준영(성유리 분)이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는 흑기사로로 나섰으며, '마의'에선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강지녕(이요원 분)의 행복을 빌어주는 순애보를 선보였다. SBS '천일의 약속'에서 서연(수애 분)이 유일하게 진심을 털어 놓는 고종사촌 오빠로 등장해 미묘한 케미를 형성했다.
이처럼 이상우는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돌아서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은 아련한 순정남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다. 한마디로 '본부장님' 혹은 '실장님' 배우의 전형이었던 셈. 하지만 '따도남'의 대표 주자였던 그가 '버럭 마초남'으로 이유 있는 변신을 선언했다.
극중 김성수는 아내 은진에게 외도를 들켰던 과거가 있지만 "그래서 내가 당신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이를 안 장인장모 앞에서 민망한 낯빛은커녕 "5~6년도 더 된 일"이라며 오히려 큰소리 쳤다.
당장이라도 이혼할 듯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도, 금세 꼬리를 내리고 매달리는 김성수는 자칫 '밉상'으로 전락하기 쉬운 캐릭터. 하지만 이상우가 맡은 덕인지 얄미움과 연민이 동시에 들게 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자리 잡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따말' 이상우 캐릭터 완전 저런 모습 처음이야", "이상우의 연기 변신. 참 좋다! 늘 착하고 당하기만 하는 실장님이 아니어서", "이상우 진짜 이 드라마 잘 선택한 것 같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누가 이상우한테 저런 역 시켰어! 딱이네, 딱이야", "이상우가 히스테릭한 연기를 하고 있다. 못 보던 모습이라 흥미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착하고 자상한 남자로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버린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김성수의 이중적인 매력을 극대화 하고 있는 이상우의 연기가 '따뜻한 말 한마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