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준석/사진=임성균 기자
마냥 어린 모습만 생각했는데 진중하고 생각이 깊은 면이 꽤 어른스럽다. SBS '찬란한 유산'의 고은우 역으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연준석(19), 갑오년 새해 대학 새내기가 된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입학을 앞두고 있는 연준석을 만났다. 새내기가 되는 기대감을 조금 더 가져도 될 텐데, 그는 오히려 어른이 된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도 항상 진지하게 고민하는 연준석. 그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 "학창시절, 아쉬움은 없어요."
아역배우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를 많이 나가지 못한 것은 연준석도 마찬가지. 마지막 학창시절인데 아쉽지 않은지 묻자 중학교 때 누구보다 재미있게 지냈기 때문에 괜찮단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연기보다는 친구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없어요. 고2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많이 하면서 심적으로 달라진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가 오히려 사춘기 같은 기분이었어요. 가뜩이나 낯을 많이 가리는데 학교를 많이 못나가서 친구들하고 많이 친해지지 못했어요. 지금도 친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웃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수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촬영 현장을 즐길 수 있을까. 그는 무서운 건 오히려 자신이 현장에서 폐를 끼칠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대답이다.
"낯을 많이 가리기는 하는데 한 번 풀리면 확 풀어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웃음). 카메라가 무섭다기보다는 현장 분위기가 신경 쓰이죠. 어릴 때는 다들 형이고, 아저씨고 노는 것처럼 현장을 느꼈는데, 지금은 스태프들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폐 끼치고 싶지 않고, 이런 저런 것들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점점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무섭고, 어려워지고. 더 많이 잘하고 싶어요."
너무나 올곧아 보이는 소년이다. 연준석에게 장난스럽게 지금까지 제일 큰 일탈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홀로 부산으로 떠났던 것이란다. 심지어 매니저는 그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말이다.
"입시에 대해 고민하다가 엄마와 충돌이 좀 있었어요. 새벽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인터넷으로 부산행 KTX 표를 예매해서 새벽 여섯시에 기차를 타고 무작정 부산에 갔어요. 1박 2일 동안 맛있는 것도 먹고, 혼자 돌아다니고, 헌책방도 가고 국제시장도 갔어요. 좋더라고요. 나중에 집에 오니까 엄마도 이미 알고 계셨어요. 카드를 쓰면 문자가 가잖아요(웃음). 매니저 형에게는 물론 부산에 있다는 거 알렸어요. 우연히 뭐하고 있느냐는 전화가 와서 부산에 있다고 말씀 드렸어요."
배우 연준석/사진=임성균 기자
◆ 2013년의 나, '미스터김'부터 '상어'까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연준석은 쉴 틈이 없었다. KBS 1TV '힘내요 미스터김'에서 탈북한 소년 철용으로 다섯 달을 살았고, KBS 2TV '상어'의 한이수 아역으로 출연해 애잔한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는 제법 알아보는 눈도 늘어났지만 아직도 그 반응이 어색하기만 하다.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졌고, 사인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여전히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작년 보다는 덜 어색해진 것 같긴 해요. 일단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에는 너무나 감사하죠. 그 관심이 스스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잘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올해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수시는 언제나처럼 경쟁률이 상당했다.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을 뽑는 실기 전형에서 연준석은 주다영과 함께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뒤늦게나마 합격을 축하하자 그는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직은 입학까지 몇 달이 남아서 크게 실감은 나지 않아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요? 학교에서 휴대폰으로 확인을 했는데 아무래도 수능 전이고 친구들 분위기도 있으니 조용히 저 혼자 알고 있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합격했다고 하니까 바로 교무실로 달려가게 되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막상 입시를 준비할 때는 고민도 많았다. 갑작스럽게 연극영화과 실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고, 연극영화과를 가는 것이 배우로서 플러스가 될지도 생각해야 했다.
"사실 입시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고민도 많았어요. 감독님들이나 선배님들 중 연극영화과를 권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연기는 아무래도 극에 가까우니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4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최단기간에 연기의 기본기를 채울 수 있는 시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연준석/사진=임성균 기자
◆ 14학번 새내기 연준석
이제 곧 신입생이 되는 연준석.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다. 그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면허를 따는 것이란다.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니 홀로 차를 몰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꽃다운 스무살, 연애 욕심이 날 법도 한데 이 남자는 영 연애에 관심이 없다.
"연애는 아직 관심 없어요. 문득 생각하면 하고는 싶은데 제가 누굴 만나서 연애를 한다는 게 낯설어요. 만약 누구를 만나게 된다면 한 번을 만나도 진중하게 만나고 싶어요. 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러는 것 보다는 진짜로 꾸미지 않아도 멋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만나고 싶어요."
그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연준석은 '클래식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트렌디 하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있고 자신만의 중심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연준석. 한 마디 한마디 진중하게 내뱉는 자세만 보아도 제 기준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게감이 있고 중심이 있는 사람이 멋진 것 같아요. 배우 중에는...너무 먼 분이긴 한데(웃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정우성 선배님이요. 진중하시고, 아우라가 있고. 그 아우라가 잘생겼다고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도 물론 있다. 낯을 많이 가리고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은 연준석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직 인간관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요. 문자나 연락도 잘 하는 성격이 아니고요. 문자 하나를 보내도 굉장히 고민해서 보내요. 그러다보니 인간관계에서 유연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제 곧 새내기가 되는 연준석은 작품 활동을 하는 것도 물론 욕심이 나지만 되도록이면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대학생활은 물론이고 스무 살에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해볼 생각이다.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특히 성인 연기는 성인들의 경험이 있으니까요. 환경 상 스무 살에 가장 많은 경험을 할 것 같아요.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애정신이요? 그것도 고민이에요. 아직 연애 경험이 없는데, 간접적으로 듣고 해야 하나? 많이 걱정 되네요"
입시의 걱정은 훌훌 털어버린 연준석, 상반기에는 영화를 한 편 찍을 예정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스무 살 연준석이 궁금하다.
안이슬 기자 drunken0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