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정지민 "'어떻게~' 탄생비결은.."(인터뷰)

KBS 2TV '개그콘서트-후궁뎐: 꽃들의 전쟁'

김성희 기자  |  2014.02.28 13:48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진짜 말 못할 아픔이 무엇인지 알려드려요? 추운 겨울날 잠바 지퍼 올리다가 턱 밑에 살이 확 끼이게 해드려요?"


지난해 12월 8일 첫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후궁뎐: 꽃들의 전쟁'(이하 '후궁뎐')에 나온 대사다. 궁중 여인들의 암투가 주된 내용인 가운데 코너 속 대왕대비로 분한 정지민(32)은 역설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기에 웃음이 가능했다.

코너가 주목받으면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 그 중에서도 대왕대비 정지민은 지난 2010년 KBS 공채 25기 개그맨 출신으로 '불편한진실', '막말자'에 출연했다. 데뷔 4년차인 정지민의 빛은 지금부터 발하기 시작했다.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 "'후궁뎐' 팀 분위기 완전 최고"

정지민은 '후궁전'에서 엄숙한 대왕대비 캐릭터와 정 반대였다. 화통했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후궁전' 무대에 오르기 전 한복을 입고 나이 들어 보이는 분장을 쉽지 않다. 코너 속 트레이드마크인 한복은 그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제게 한복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 KBS공채시험을 볼 때 한복을 입고 응시했었어요. 그래서 한복이 편해요. 한복이 제 몸에 최적화 됐어요. 이전에 '불편한 진실' 할 때는 옷도 짧고 해서 신경을 써야 했는데 '후궁전'하면서는 한복 라인에 맞춰서 몸에 살이 쪘어요."

원래 '후궁뎐'은 김경아, 장효인, 정지민이 함께 뒷담화를 콘셉트로 출발하면서 지금의 체제가 됐다. 공채 21기 김경아의 주도아래 함께 회의를 진행한다. 다른 팀과 달리 여자 비율이 높다 보니 아이템을 미리 준비하거나 조율이 가능했다. 여자들의 수다 속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원래는 협박하는 상궁 역할, 호위무사 역할 등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 수상한 가정부를 콘셉트로 한 코너가 있었는데 그때 지금의 캐릭터의 출발이에요.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후에 왕을 추가 했어요. 넷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PD님이 오나미 선배님, 김나희를 투입 했어요. 그러니 각자 갖고 있는 것들이 뭉치면서 시너지가 확 생겼어요."

'후궁뎐'은 김경아부터 기수 막내인 김나희까지 합이 좋은 팀으로 알려졌다. 정지민은 팀 내 유일한 남자 출연자인 개그맨 이상훈에 대해 언급했다. 이상훈은 코너 속에서 왕으로 출연 중이다.

"왕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우리 코너가 살았을까 싶어요. 사실 왕이 바보스러운데 그 부분을 잘 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 청일점이라 여자들끼리 있으면 정신없어 해요. 상훈이가 이끄는 타입은 아니지만 팀원으로서 고마운 부분이 많아요. 소품제작에서부터 사소한 일들을 척척 해줘요."

정지민의 공감대 개그 원천이 궁금했다. 그의 대사엔 누구나 한 번쯤 억울하고 흥분할 수 있는 것들을 재치 있게 살려냈다. 여기에는 선배 황현희와 함께 '불편한 진실'을 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챙길 때 옆에서 많이 배운 부분이 컸다.

"제가 캐릭터들을 혼내고 협박해야 하다 보니 대사를 짤 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구상해요. 살면서 억울한 부분은 누구나 있고 공감을 하니까요. 예를 들어 DMB를 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끊길 때 등 소소한 부분을 체크해요."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 "유행어 '어떻게~'의 탄생..어떻게 된 거냐고?"

'후궁뎐'에서 탄생한 유행어 '어떻게~'의 출발은 정지민이 공채에 응시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합격 후에도 협박, 공감대 개그를 준비했다. 대화를 하면서 그의 활발한 에너지와 개그는 강원도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는 부모님에 대한 일화도 털어놨다.

"제가 2009년 공채시험에서 낙방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아들에게 약간 협박하면서 웃음을 주는 연기였어요. 그때 '어떻게'를 썼어요. 더 깊게 들어가면 아버지가 '어떻게'를 종종 사용해요. 물론 아버지는 제가 그걸 캐치한 줄은 몰라요. 어머니도 저랑 똑 같이 생기셨는데 재밌어요. 가끔 '원래 우리 가게가 유명한데 너 때문에 유명해진 건 아냐'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정지민은 부모님을 얘기하다 '후궁뎐'을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템을 밝혔다.

"집안 얘기를 하다 보면 재밌는 것들이 종종 나와요. 언젠가 '개그콘서트'에서 특집을 하게 될 경우 출연자들 말고 각자의 어머니들을 출연시키면 어떨까 싶었어요. 정말 똑 닮았거든요."

정지민의 개그인생에 있어서 선배 김경아, 황현희, 김영희를 빼놓을 수 없다. 김경아가 어머니처럼 든든한 존재라면 황현희는 25기 중 코너가 없던 정지민에게 '불편한 진실'을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황현희는 정지민에게 때로는 쓴 소리도 하면서 격려했다. 동기 김영희는 절친함 그 이상이었다.

"자게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부분이 있는데 영희는 자기중심이 있는 친구에요. 저는 충고는 정말 저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봐요. 영희는 저에게 좋은 격려와 충고를 해주고 있어 고마워요. 경아 선배님은 '개그사냥'때부터 알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아이 어머니 인데도 구성, 열정은 엄청나세요. 저희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면 정리를 해주세요. 제 어머니도 경아선배님을 알 정도로 감사해요."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개그우먼 정지민/사진=이기범 기자


◆ "개그강점은 에너지, 언젠간 이름 건 토크쇼도"

정지민은 '불편한 진실'에서 얼굴을 간간히 알렸다면 '후궁뎐'을 통해서는 제대로 각인 됐다. 그는 '후궁뎐'을 시작 한 이후로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최근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는데 누가 등을 찰싹 때려서 뒤를 돌아봤어요. 한 아주머니가 '대왕대비 마마'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예'라고 화답을 했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는 지난 4년 동안 10 가운데 0에서 1로 이제 발걸음을 뗐어요. 처음부터 10이었다면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가 필요한 시점 인 것 같아요."

정지민은 '개그콘서트'에서 차근히 단계를 밟은 뒤 기회가 주어지면 예능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강점인 공감대 형성을 살려 대선배 박미선처럼 이름을 건 토크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 개그 강점은 에너지에요. 에너지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역으로 에너지를 못 죽일 때가 있어 조절이 필요해요. 저도 앞으로 김준현, 김원효 선배님처럼 개그를 즐기면서 해보고 싶어요. 그분들은 정말 즐기면서 하는데 저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무대에 올라가요. '즐기는 자 이길 수 없다'는 것처럼 저도 열심히 해야죠."

김성희 기자 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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