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키노33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이규창 키노33엔터테인먼트(38) 대표는 이른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으로 꼽힌다. (엄밀히 따지면 이규창 대표는 교포 출신이자 한국계 미국인이다)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하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에 알려지는 데는 이규창 대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모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이규창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과 인연을 맺은 스타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언급했다. 가수 김준수의 뮤직비디오와 JYJ의 남미 진출, 빅뱅 멤버 탑의 영화 '동창생' 캐스팅, 김수현 주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음향 관련 작업 등등 여러 에피소드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 대표에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그렇게 설명해 주시니 영광"이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정부 기관에서 나를 찾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대표는 실제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와도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었고 조만간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가 설립한 키노33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음반 제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다. 회사 이름에 이 뜻이 담겨 있다. 키노(kino)가 독일어로 영화(시네마)라는 뜻이고, 33이라는 숫자는 한 음반의 레코드가 1분에 33번 회전한다는 데서 차용했다. 회사 규모는 크진 않지만 한국의 수많은 콘텐츠를 미국에 알리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 대표의 주 업무이기도 하다. 회사 본사는 미국 LA에 있지만 사실상 1년 중 70% 이상을 한국에서 일한다.
이 대표는 이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소니 픽쳐스와 창투사에서 각각 10년, 1년을 근무했다. 소니 픽쳐스와의 인연은 지난 2001년으로 넘어간다. 당시 중국 영화 '와호장룡'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던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대표는 친구와 우연히 LA에 놀러 왔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걸 알고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 곳에서 소니 픽쳐스의 인사팀장을 만났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Q라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친분을 이어간 끝에 소니 픽쳐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이후 이 곳에서 근무하며 미국 할리우드를 주 무대로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버리지 않았다. 미국에서 도 '올인', '보고 또 보고', '모래시계',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인기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봤다.
이 대표가 2004년 휴가 차 한국에 와서 친구를 만나기 전 시간을 때우려 본 영화가 바로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였다. 이 대표가 '태극기 휘날리며'가 전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영상에 강렬한 인상을 느껴 곧바로 미국에 가 소니 픽쳐스 회장에게 '태극기 휘날리며'를 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대표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칸에서 수입하며 강제규 감독을 만났다. 이 대표는 "강제규 감독과의 만남이 한국 스타들과 한국 감독들과 인연을 맺게 된 가장 큰 계기"라고 말했다.
"감독님 통해서 장동건과도 인연을 맺었어요. 그 때 장동건이 연예인 야구팀 멤버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 야구 선수로 활동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플레이보이즈라는 팀에 저도 합류했고 거기서 조인성, 김승우, 현빈, 오만석 등을 알게 됐어요."
이규창 키노33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이 대표는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을 통해 한국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 시킨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 대표는 영화 '테이큰' 시리즈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인천상륙작전'에 캐스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와 맥아더 장군 역을 누구로 섭외할 지 이야기를 나누며 농담 조로 로버트 드니로, 톰 행크스, 알 파치노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섭외도 나왔는데 나는 자신 있게 '오케이'라고 말했어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더라도 최소한 섭외 문의는 가능했었고요. 최근까지 007 시리즈 주연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 에이전트와도 인연이 있었는데 리암 니슨도 같은 에이전트가 맡았더라고요."
이 대표는 "처음에 리암 니슨은 '인천상륙작전' 출연을 고사했다"며 "그럼에도 섭외를 위해 리암 니슨 집에도 직접 찾아가고 여러 노력을 거듭한 끝에 2014년 10월 리암 니슨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은 최근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독일, 오스트리아, 대만 등 여러 국가들에 선 판매됐고 배급사 CJ 측도 동남아시아 쪽에 팔았다. 미국 쪽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창 키노33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해외 진출에 대해 질문했다. 이 대표는 "나와 같은 역할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프로모션도 진행해야 하지만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는 저처럼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아요. 그래서 제가 더 발로 뛰어야 하기도 하고요."
순간 이 대표는 "정부의 힘을 받고 싶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정말 많은 해외에서의 성공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혹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인지를 물었다. 이 대표는 솔직하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을 받는 것이 좀 힘들었어요. 주위에서 '교포니까 만나지마', '사기꾼일거야'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어렸을 때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지내서 한국말 못한다고 보이지 않게 무시도 당할 때도 있었죠.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미국의 작은 시골 어딘가에 있는 세탁소나 음식점을 가면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는 데 제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고 더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나중에 한국에 가면 모든 한국인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시기 상으로는 제가 소니 픽쳐스에서 퇴사한 이후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마음고생도 좀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일들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말했다.
"한국 영화가 됐든 해외 영화가 됐든 한국 콘텐츠만의 매력을 미국 등 세계에서 널리 보여주고 싶은 일원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