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단. /사진=뉴스1
이제 4.5경기 차다. '파죽지세' 두산 베어스가 '선두' KIA를 위협하고 있다.
'미라클 두산'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7월 중순부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더니 8월 들어서는 우천취소도 없이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8월 한 달 간 14승 5패를 거뒀다. 같은 기간 1위 KIA는 6승 8패, 3위 NC의 8승 11패와 대조적이다.
더욱이 지난주 KIA와의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뒤 22일에는 SK 원정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같은 날 KIA는 안방에서 롯데에 3-7로 패했다. 이로써 두산은 선두 KIA와의 승차를 4.5경기로 좁히면서 일주일 만에 4경기 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후반기를 시작할 때 양 팀의 승차는 13경기였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분명 엄청난 상승세임에는 틀림없다. 22일까지 경기를 치른 위 세 팀은 KIA 33, 두산 31, NC 29의 잔여 경기를 각각 남겨두고 있다.
◆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두산
흔히 야구에서, 변수를 줄여나가는 것을 강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먼저 부상에 시달리던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돌아왔다. 최근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유희관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반기 올스타급 활약으로 오재원의 빈자리를 채웠던 최주환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지난 17일 KIA전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타격감 조율에 나섰다.
전력의 핵심인 양의지와 민병헌도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30일 허리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캡틴 김재호도 연이은 홈런포를 앞세워 상승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동시에 주전급 백업 유격수 류지혁을 갖게 된 것은 덤이다.
두산의 최고 장점은 '뎁스(Depth)'다. 후반기 막바지로 갈수록 두산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 잔여 경기와 확장 엔트리 적용
9월부터는 확장 엔트리가 적용된다. 과거 2011시즌 조범현 전 KIA 감독이 엔트리 확대 시행을 앞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당시 조 전 감독은 "경기 수를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가장 적게 경기한 팀들은 우리보다 13경기나 더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우리는 그 팀들보다 13경기를 5명이 없는 채로 하는 셈"이라고 했다.
조 감독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는 맞다. 더운 여름에 경기를 쉬면서 체력을 아끼고 시즌 막판에 순위가 정해지게 되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진 팀에 비해 5강 팀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서 엔트리 5명을 확대한다면 더 많은 선수로 잔여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 감독의 토로에는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장거리 원정에서 한 두 경기 치르고 이동 휴식일도 없이 바로 다음 경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충분한 뎁스를 갖추고 있느냐. 둘째 역으로 9월 이전에는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치 않아 고전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확장 엔트리 덕을 볼 수 있느냐다.
즉, 상위 세 팀의 향후 경기 일정은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밀린 하위 세 팀과의 대결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그리고 확장 엔트리를 통해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충분한 뎁스를 가진 팀일수록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KIA나 두산이나 공교롭게도 앞서 18일 기준, kt와 6경기를 남겨두고 있었지만 20일 경기에서 두산이 강우콜드 패를 당하면서 KT와 1승씩을 나눠 가졌다.
4.5게임 차라면 두산은 역전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두산은 31경기, KIA는 33경기를 각각 남겨놓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뎁스를 보고 있자면 남은 시즌 어떤 변수가 생길 지 알 수 없다. 22년 전인 1995년, 두산의 전신 OB는 27경기를 남겨두고 6경기 차로 뒤진 2위였지만 대 역전극을 펼치며 LG를 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두산의 대역전 우승 시나리오. 결코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