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무궁화FC./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경찰 본연의 임무인 치안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부서부터 감축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17일 의경의 단계적 감축이 야구단과 축구단부터 시작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가 답했다. 경찰청은 지난 15일 의무경찰 단계적 폐지와 관련, 경찰청야구단과 아산 무궁화 FC의 추가충원이 없을 것임을 KBO와 프로축구연맹에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잔류선수에 관한 경찰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분들이 입대하실 때 제도 변경 등에 대한 통지(보직전환동의서)는 받으셨지만 신상에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죄송하다”며 “선수들 피해가 없도록, 운동을 하셨던 분들임을 감안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각별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KBO 및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의 회의에 관해서 이 관계자는 “경찰청의 입장을 전달했고 그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했다”며 “경비국은 의경 모집에 관련한 부서이고 야구단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과, 축구단은 경찰대학 교육계에서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관련부서에서 심도있는 논의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대학쪽에선 16일 아산시 및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와 함께 한차례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김진형 홍보팀장은 “16일 회의한 것은 맞다. 외부적으로 밝힐 부분은 아니다. 1, 2, 3안이 있어 고려해볼 단계도 아니고, 원론적인 얘기들만 오갔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 무궁화체육단엔 육상부 마지막 선수 3명이 지난 11일 전역해 폐부되면서 축구단만 남아있다. 유도등 개인종목들은 추가 충원없이, 그래서 한 명의 일반병 보직 전환도 없이 그렇게 무리없이 폐부되었지만 리그에 참여하는 경찰청야구단과 무궁화FC의 폐단은 개인종목처럼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축구 14명, 야구 20명의 선수들은 일반병 보직전환되는 경우를 맞게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형 팀장은 “보직전환동의서는 2014년 입대자부터 매해 써왔던 것이다. 그것을 새삼 통보라고 하면 안된다. 의경폐지, 체육단 축소는 예전부터 누구나가 그런 방향으로 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사안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줄이고 축구단, 야구단은 어떻게 줄여가겠다는 얘기는 아무도 안해줬다. 연맹도 9월14일 돼서야 ‘뽑지않는다’는 경찰대측의 유선통보를 받았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야구단.
KBO 장윤호 사무총장 역시 “경찰의 입장을 공문으로 받은 것은 지난 15일 오전이 처음였다. 정운찬 총재 취임 이후 경찰청야구단과 관련하여 이 공문외 경찰의 공식 입장을 전해들은 바는 없었다. 폐단에 관한 소문과 언론보도가 있어 금년 봄 총재께서 당시 이철성 청장을 방문해 당부의 말씀을 전한 바는 있다. 이후 아무런 언질이 없었고 KBO로선 10월 모집을 앞두고 지난 9월17일 경찰청야구단 충원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답을 공문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리고 15일 답을 받은 것이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경찰청회의에 대해선 “사전에 예정된 회의였다. 통상적 회의가 될 것으로 알았는데 그날 아침 이 같은 공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회의 내용에 대해선 “아무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원래 KBO가 생각해 두었던 안을 전했다. 현재 남은 20명 외에 금년에 30명을 뽑아 2019시즌을 마치고 내년 20명이 제대하면 남은 30명으로 2020올림픽까지 마친 후 폐단하자는 안이다. 차선으로는 ‘2019시즌 후 폐단’을 분명히 전제하고 그 전제를 감수하겠다는 선수 10명만이라도 뽑아서 현재 잔류한 20명의 선수들과 내년 퓨처스리그까지는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진형 팀장도 “KBO 정운찬총재가 프로스포츠협회장이시기도 하다. 7월 민갑룡 청장 취임후 협회장 자격으로 면담신청을 했었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9월11일인가 경찰청 전화를 받았다. ‘만약 올해부터 선수 안뽑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해왔다. 당연히 ‘난리난다’고 답했는데 결국 모집중단 통보를 받았다. 8월말까지만 해도 체육요원 선발공고를 띄워놨던 경찰청이므로 청천벽력이었다”며 “무궁화축구단은 정식 프로팀으로 초·중·고 유스팀을 의무로 운영하는데 연쇄해체가 될 위기다. 4게임 남았지만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11월11일 우승트로피 들어올리고 팀이 해체되는 아이러니를 보게될 지도 모르겠다. 월드컵 갔다온 주세종이도 있는데...”하고 말을 줄이며 안타까워했다.
무궁화FC와 경찰청 야구단의 잔류선수들은 경찰청이 내건 공고를 보고 들어온 이들이다. 치열한 경쟁도 치른 이들이다. 보직전환동의서를 쓴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8월말까지 체육요원 선발공고를 내기도 했던 경찰에 입대하면서 과연 본인들 복무중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는 예견들을 할 수 있었을까?
정부나 경찰이 전면폐지가 아닌 2023년까지의 단계적 감축을 통한 의경폐지를 정책으로 정할땐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불이익 보는 이들이 최대한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의 의경 감축 첫 발부터 알기 쉽게 최소 34명의 젊은 재능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 유예없이 폐단을 결정한 경찰청은 과연 이들을 위해 어떤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