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당황케한 박항서 "다시 할게, 일본은 분명히 이기겠다" [亞컵현장]

두바이(UAE)=김우종 기자  |  2019.01.24 11:00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박항서(60)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일본과 8강전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기자회견 도중 자신의 말을 마치고도 "다시 하겠다"면서 한 마디를 더했다. 그가 다시 통역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길 부탁하면서 더 한 말은 "일본과 경기는 분명히 싸워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00위)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일본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0위)을 상대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양 팀의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박항서 감독은 "일본전은 베트남으로서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예선전, 사우디와 16강전의 선발 필드 플레이어 대부분이 바뀌었더라. 팀이 안정화됐다고 본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일본과 사우디의 16강전을 보러 갔는데 깜짝 놀랐다. 선수를 보고 놀란 게 아니라 소속 팀이 전부 유럽 명문 팀에서 뛰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 그 정도로 일본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팀이다. 일본이라는 큰 벽을 넘기 위해 한 번의 도전이 필요하다. 내일 한 번 힘차게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외신 기자의 질문도 이어졌다. 경기 전망에 대해 박 감독은 "일본은 적극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막느라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건 일본이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베트남-일본전'은 '미니 한일전'으로도 불린다. 박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할 때 화랑과 충무, 두 대표팀이 있었다. 나는 충무에 오래 있었다. 잠시 화랑에 간 적이 있다. 도쿄에서 한일 정기전이 열렸는데 교체로 들어가 뛰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지만 지금은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관심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것이다. 일단 베트남 대표팀 감독 역할을 가장 착실히 하는 게 내 책임과 의무라 생각한다. 거기에 계속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상대 팀 수장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 대해서는 "교류는 없었지만 현 일본 대표팀 감독을 잘 알고 있다. 일본서도 젊고 유능한 지도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 교류는 없었지만 많은 한국의 지도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면 머리가 좋다고 한다. J리그 우승 경험도 있다. 전술도 좋다. 우리가 한 번 이긴 것만으로 그를 평할 수는 없다. 능력 있고 일본을 대표할 수 있는 젊은 감독들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공식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스1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공식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스1
베트남 기자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나'라며 기대감 섞인 질문을 했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이후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였다. 와일드카드로 일단 통과를 했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다고 생각한다"면서 "팀 전력이라는 게 며칠 만에 발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훌륭한 선수를 보유한 강팀과 맞붙는다. 결과보다 경험을 많이 하면서 성장하는 데 좋은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을 웃게 만든 질문도 나왔다. '승리 시 축하를 위해 준비한 게 있나'는 질문이었다. 잠시 웃은 박 감독은 긴 침묵 후 "전문가들이 볼 때 베트남이 승리할 확률이 적다. 그러나 나와 코칭스태프는 일본을 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일본과 전쟁에서 꼭 두려움 없이 싸울 것이라는 걸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질문을 받기 전에 박 감독이 통역을 향해 "다시 할게. 표현을 분명히 해 달라"며 마이크를 가져왔다. 이에 베트남 통역이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일본과 경기는 분명히 싸워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후마이드 알 타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8강전 일본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후마이드 알 타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AFC 아시안컵 8강전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후마이드 알 타이어 스타디움에서 훈련 중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FC 아시안컵 8강전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후마이드 알 타이어 스타디움에서 훈련 중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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