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트릭아트는 없었지만..." 트릭아트 던전

이덕규 객원기자  |  2019.06.10 15:37
"여러분은 트릭아트를 아시나요?" 라는 서두를 한 두 번은 썼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 '트릭아트 던전'을 이전에 소개할 때 썼던 서두죠.


착시를 이용한 미술인 '트릭아트'는 아직 어린아이인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박물관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이야기를 그린 '트릭아트 던전'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앞 길을 막은 거대한 적이 화면이 살짝 돌아가 보는 시점을 달리하니 그냥 벽화가 되어버린다거나 하는 요소가 신선했죠.

그리고 6월 초, 오랜 개발 끝에 출시된 '트릭아트 던전'을 직접 플레이했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에서 플레이어는 '에이든'이라는 소년이 되어 모험을 떠납니다. 모험의 배경은 할머니와 함께 찾은 박물관. 에이든의 목적은 떨어진 엄마와 아빠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에이든이 엄마, 아빠에게 다가갈수록, 박물관은 소년을 이상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기본적으로 에이든은 무력합니다. 변변한 공격 수단도 없고, 어린아이라는 설정을 반영해서인지 뭔가 하고자 할 때의 행동도 굼뜬 편입니다. 방향 전환을 할 때 이전에 가던 방향으로 관성을 받으면서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요소가 있어 컨트롤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의 난관이 에이든이 전력으로 탈출에만 집중해야 풀리도록 되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그런 에이든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트릭아트'입니다.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장치를 조작하면 화면을 돌려 보는 시점을 다르게 해 없던 길을 만들어내거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죠. 가끔 길을 만들려고 했던 행위가 새로운 위기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탈출하면서 장치를 조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보통 '트릭아트'하면 그림이 완성됐을 때 '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쉽게도 '트릭아트 던전'에는 그런 맛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왜냐면요,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트릭아트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트릭아트를 보게 되면 '오 이런 것도 있나'하고 놀라게 되지만, 트릭아트 박물관처럼 트릭아트로 가득 찬 곳이라면 아무리 신기한 트릭아트가 나오더라도 '이런 것도 있구만'하게 되지 않나요?

'트릭아트 던전' 역시 트릭아트가 퍼즐을 풀어나가는 주요 수단이고, 어디서 어떤 트릭아트가 나올지 예상하기 쉽습니다. 그림이 어그러져 있거나 플레이어 캐릭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적이 나온다면 거의 무조건 트릭아트가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죠. 게임 이름은 '트릭아트 던전'이지만 '트릭아트'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의외로 트릭아트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지만 다른데 가서 놀라는 말을 듣고 토라지는 에이든의 심리 묘사가 꽤 절절하거든요. 저도 어릴 적에 부모님이 바쁘고 힘든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관심을 구하곤 했는데, 그런 제 모습과 겹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해 "너희 부모님은 너에게 관심이 없어. 널 귀찮아 하고 있을 거야"라며 에이든의 속을 긁는 까마귀도 그렇습니다. 까마귀라는 다른 화자로 표현됐지만, 아마 에이든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었어요.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할 때 저런 극단적인 생각이 가끔 들 때도 있고 그랬으니까요. 자꾸 제 어린 시절이랑 겹쳐 보여서 쉽사리 넘길 수만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마무리는 그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그럼 결론입니다. '트릭아트'만을 보고 '트릭아트 던전'을 선택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에이 이게 뭐가 트릭아트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트릭아트 던전'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특별합니다. 저처럼 분위기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면, 꽤 인상적인 게임이 될 수도 있거든요.

'트릭아트 던전'은 약 2시간 플레이에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막히는 부분 없이 게임 플레이가 이어지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에 엔딩까지 달리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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