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백설공주'는 모든 것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작가를 되살리려 하지만, 되살리고 난 뒤에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방해되는 것은 모두 없애 버리려는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녀의 키워드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정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이걸 순수한 정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개발사인 포케라보 마츠오 료키 플래너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돈을 가장 잘 벌어 주기 때문이라고...
시노앨리스가 보여줄 비뚤어진 동화 캐릭터를 만나기 전에, 플레이어들의 인상에 남은 게임 속 비뚤어진 동화 캐릭터들을 오랜만에 살짝 만나봤습니다.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vs '시노앨리스'
역시 첫 번째는 이쪽 방면으로는 가장 유명한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입니다.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있을지도 모를 미래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6개월 뒤를 다룬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해보면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는 뭔가 많이 뒤틀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패키지 일러스트. 어릴 때는 '아메리칸 맥기'가 개발자 이름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미쳤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이상한 나라는 우리가 아는 동화 속의 모습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붉은 여왕(the Red Queen)의 잔학한 통치로 기괴하게 뒤틀려 있는데다가 앨리스에게 적대적이죠. 그런 환경에 떨어진 앨리스도 동화 속과는 다릅니다. 생존을 위해 무기를 들어야 했고요.
당시에는 이런 소재가 흔하지 않았던 터라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게임의 만듦새나 기괴한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도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괜찮았던 터라 약 11년 뒤에는 후속작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한국에서는 디아블로나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던 때라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그 독특한 세계관에 푹 빠져드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후속작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의 패키지 일러스트. 전사의 느낌도 살짝 듭니다.
'시노앨리스'의 앨리스. 자신에게 많은 제약을 걸어 싸워 나가는 '속박'이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행동 외에는 작중에서는 꽤 정상인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앨리스 다음으로 게임화가 많이 이뤄지는 동화가 아닐까 싶은 '빨간모자(혹은 빨간두건, 빨간망토. 여기서는 시노앨리스 한국판의 표기에 따라 빨간모자로 표기합니다)'. 벨기에의 게임 개발사 테일 오브 테일즈가 만든 'The Path' 같은 어드벤처 호러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빨간 망토 다크사이드'처럼 쯔꾸르 호러 게임으로도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째 다 호러 게임이네요.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캐릭터는 앞에 잠깐 언급한 빨간모자보다는 조금 밝은(?) 캐릭터입니다. 바로 캡콤의 대전격투게임 '뱀파이어 세이비어'에서 처음 등장한 '바렛타(해외판 Baby Bonnie Hood)'입니다. 캐릭터 선택창이나 전투 시작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빨간 망토 같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왜 이 캐릭터가 괴물들의 싸움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렛타는 사실 마물을 사냥하는 다크 헌터, 그 중에서도 최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S클래스의 헌터입니다. 인간이지만 마물과 대치하고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정신력에 마계의 탁기에도 오염되지 않는 '어둠의 심장'의 소유자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뱀파이어 세이비어의 최종 보스이기도 한 제다 도마에 의해 마계에 소환되지만, 당황하지도 않고 마물 잡아서 돈 벌 생각에 싱글벙글하기만 합니다.
뱀파이어 세이비어2 오프닝 중 바렛타가 나오는 부분만 잘랐습니다. 범상치 않은 녀석이란 걸 알 수 있죠.
자신이 고용한 용병 존과 아서를 호출하는 '쿨 헌팅', 할머니를 떠올리며 울다가 그대로 상대에게 돌진에 칼로 난도질하고 바위로 때리다가 상대를 번쩍 들어 눈물로 만들어진 웅덩이에 빠뜨리는 '뷰티풀 메모리' 같은 초필살기도 인상적이죠.
바렛타를 시노앨리스의 빨간모자와 비교해보면 폭력적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렛타는 돈을 벌기 위해 마물을 사냥하는 헌터지만, 시노앨리스의 빨간모자는 그저 쾌감을 얻기 위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죽이려고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바렛타 쪽이 좀 더 호감입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 같진 않으니까요.
시노앨리스의 빨간모자. 쓰고 있는 빨간 두건에 대해 피가 얼마나 튀든 눈에 띄지 않아서 좋다고 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근데 그러면 빨간색 전신 러버슈트를 입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과자집으로 유명한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 어릴 때는 그저 과자집 한 번 가보고 싶다 정도의 감상이었지만, 커서 이런저런 내용을 알고 나니 상당히 잔인한 내용의 동화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죠.
Makopudding이 만든 플래시 게임 '그레텔과 헨젤'은 그런 원작의 잔혹함을 잘 살린 플래시 게임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만 보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파트1에서는 계모가 먹을 게 없어서 남매를 숲으로 쫓아내려고 하자 이를 알아챈 그레텔이 돌아오는 길을 표시할 돌을 줍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결국 숲속에 버려진 남매가 과자집까지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화 느낌 물씬 나는 그래픽이 인상적입니다. 게임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요.
마치 데드스페이스에서 어떤 네크로모프에게 죽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듯, 그레텔과 헨젤에서 그리는 죽음도 누구에게 죽느냐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집니다. 이런 다양한 '죽음'을 수집하는 게 게임의 부가 목적이기도 하죠. 동화에서는 남매가 너무나도 무탈하게 과자집에 당도한 면이 있다고는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원작의 모습을 대체로 잘 살린 '그레텔과 헨젤'과 비교해보면 시노앨리스의 '헨젤·그레텔'은 좀 더 비뚤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레텔과 헨젤'은 오빠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매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인데, '헨젤·그레텔'은 오빠는 이미 머리만 남아서 새장에 담겨 있으니까요.
시노앨리스의 '헨젤·그레텔'. 왜 헨젤은 머리만 남아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