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합류한' 허문회 감독, 왜 말 없이 훈련 지켜만 봤나 [★현장]

김해=심혜진 기자  |  2019.11.15 05:17
허문회 롯데 감독./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허문회 롯데 감독./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허문회 롯데 감독의 사령탑으로서의 첫 행보는 조용했다. 대신 '매의 눈'이 있었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 13일 롯데 마무리훈련이 진행중인 김해 상동구장으로 첫 출근을 했다. 감독의 첫 합류임에도 큰 분위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감독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모르는 선수도 있을 정도였다. 선수단과의 상견례는 없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지금은 말보다 관찰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나중에 되어서야 내가 나서겠지만 현재는 선수 뿐 아니라 코치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예정이다. 그것이 존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취임식 때부터 소통을 기반으로 한 '멘탈 야구'를 강조하고 있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이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그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야구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먼저 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허 감독은 한 선수를 예를 들었다. 내야수 한동희(20)였다. 그는 "넥센(현 키움) 코치로 있을 때 한동희가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정말 인상이 깊었다. 주위 코치들에게 한동희에 대해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말대로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한동희는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3루수로 출전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성장은 더뎠다. 지난해 87경기에서 타율 0.232(211타수 49안타), 4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59경기에서 타율 0.203(187타수 38안타), 2홈런 9타점으로 더 성적이 떨어졌다.


허 감독이 진단한 부분은 '멘탈'이다. 허 감독은 "아마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실책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한동희를 괴롭혔을 것이다. 또 동기들의 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마도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면서 "연습은 누구나 시킬 수 있다. 코치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겠지만 정작 선수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쌓일 수도 있다. 지도자는 선수의 마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희 같은 경우에는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주입식 훈련에 익숙해서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한다"며 "하지만 자기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우러나서 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선수 개개인이 자기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야구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선수의 성향과 장·단점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허 감독의 목표 1순위다. 이에 따른 세부적인 계획도 있다. 일단 다음 주부터 선수 한 명씩 20분간 차례로 면담을 진행하며 선수단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그의 관찰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시기가 언제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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