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계절' '갈매기' '바람아..'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전형화 기자  |  2020.06.02 11:04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인 \'습한 계절\'(위)과 한국 경쟁 대상인 \'갈매기\'(아래 왼쪽)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스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인 '습한 계절'(위)과 한국 경쟁 대상인 '갈매기'(아래 왼쪽)와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스틸.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상식을 열고 각 부문별 수상작을 발표했다.

지난 1일 오후6시 전주영화제측은 CGV전주고사1관에서 김승수 조직위원장, 이준동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 경쟁 부문 감독과 배우 등 약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을 비롯해 진모터스가 후원하는 다큐멘터리상과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시상하는 넷팩(NETPAC)상 등의 총 16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국제경쟁에서는 가오 밍 감독의 '습한 계절'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습한 계절'은 중국에서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가오 밍 감독이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파이 구'(2006)에 이어 선보인 두 번째 장편이자 첫 번째 극영화다. 영화는 중국 남부 도시 ‘선전’에 사는 젊은 네 남녀가 대기를 가득 메운 습기처럼 불통하며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보여준다.


국제경쟁 심사위원들은 총평을 통해 “중국 젊은 세대가 처한 문제의식을 화면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돋보였다”면서 “8편의 작품은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인간의 고통,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속에서 자라난 젊은이들의 방황, 사회적 억압과 인습 속에서 아이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어머니의 존재 등을 공통 소재로 하면서도 각각 새로운 관점과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그 가운데서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감독이 다루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에 앞서 수상 소식을 전달받은 가오 밍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지금, 영화라는 밝은 빛이 우리 삶에 온기와 힘을 주고 있다. 머지않아 곧 전 세계의 영화관이 다시 열려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경쟁 작품상(NH농협 후원)은 아르헨티나의 클리리사 나바스 감독이 만든 '천 명 중의 단 한 사람'이 수상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루이스 로페스 카라스코 감독의 '그해 우리가 발견한 것'이 차지했으며 마리암 투자니 감독이 연출한 '아담'의 두 배우, 루브나 아자발과 니스린 에라디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에 호명됐다.

올해 125편이 출품해 11편이 본선에 오른 한국경쟁에서는 김미조 감독의 '갈매기'와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가 공동으로 대상(웨이브상)의 영예를 안았다. '갈매기'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중년여성 ‘오복‘이 동료이자 재개발 대책위원장 ’기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을 좇는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아들의 시선에서 이혼한 엄마의 일상을 관찰하며 가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으로, 신동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에 신설한 배우상은 배종대 감독의 '빛과 철'의 염혜란, 이태겸 감독의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오정세에게 돌아갔다.


한국경쟁 심사위원들은 “올해 경쟁작들은 형식부터 주제와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으며 암울한 시대 속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춘 작품의 경향성이 짙었다. 특히 기존에 여자 배우들에게 주어지던 인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개성 넘치는 여성 서사 영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면서 “관객 없는 영화제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상영을 결심한 감독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응원했다.

또 CGV아트하우스상에는 한국경쟁작인 임승현 감독의 영화 '홈리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 1040편의 역대 최다 출품작 가운데 25편이 본선에 올라 경합을 벌인 한국단편경쟁에서는 한병아 감독의 애니메이션 '우주의 끝'이 대상(웨이브상)을 수상했다. '우주의 끝'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성의 귀갓길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단순한 구성 속에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넉넉히 품은 작품이다. 여기에 방성준 감독의 '뒤로 걷기'가 감독상(교보생명 후원)을, 강정인 감독의 '각자의 입장'과 유준민 감독의 '유통기한'이 심사위원특별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조민재, 이나연 감독이 공동연출한 '실'은 특별 언급됐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들은 “올해 25편의 한국단편 경쟁작들은 다양한 소재, 다양한 계층과 세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회를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면서 “25편의 영화를 만드신 제작진 모두가 앞으로 코로나 혹은 그 무엇에도 지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가시길 기원한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비경쟁부문 상영작 중 아시아영화 1편을 선정해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시상하는 넷팩상은 푸시펜드라 싱 감독의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코리안시네마와 한국경쟁작 중 다큐멘터리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다큐멘터리상’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인물 ‘김순악’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해낸 박문칠 감독의 '보드랍게'가 차지했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6월 2일 오후 6시에 전주프로젝트마켓 시상식을 열고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1 선정작 등을 발표, 시상할 예정이다. 6월 9일로 예정했던 장기 상영회는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 움직임에 따라 잠정 연기되었으며, 안정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되면 전주 지역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덕분에 챌린지 상영회와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일정을 계획,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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