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간호사 논란, "예술로 봐달라"는 어이없는 변명[스타이슈]

공미나 기자  |  2020.10.10 07:00
/사진=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캡처 /사진=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캡처


그룹 블랙핑크가 지난 2일 정규 1집 'THE ALBUM'(디 앨범)을 발매하며 연일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앨범은 선공개곡 'Ice Cream'(아이스크림)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13위를 기록하며 K팝 걸그룹 세계 순위를 세웠고, 앨범은 이틀만에 판매량 60만장을 돌파했다. 타이틀곡 'Lovesick Girls'(러브식 걸즈)뮤직비디오는 공개 3일 만에 1억 조회수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여기에 갑작스러운 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가 된 것은 멤버 제니가 뮤직비디오 속 입고 등장한 간호사 복장이다. 제니는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내가 사랑에 아파할 때 의사는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해)라 노래하는 30여년 전 사라진 헤어캡, 짧고 타이트한 치마, 붉은 하이힐을 착용한 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명백한 성적 대상화"라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면서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한다"고 비판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장면에 대해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변명에 가까운 YG의 입장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지난 7일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까지 나서 "특히 대중문화예술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블랙핑크라는 그룹이 수많은 사랑을 받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뮤직비디오 한 장면 속 간호사 성적 대상화가 문제 될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됐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YG는 뒤늦게 뮤직비디오에서 해당 장면 삭제를 결정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비슷한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08년 한 여가수가 발표한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현실을 왜곡한 간호사 복장으로 같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2017년에 모 드라마에서는 간호사가 몸에 붙는 상의와 짧은 치마를 입고 근무하는 모습을 그려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YG는 해당 장에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

차별, 혐오, 대상화 등 약자를 향한 문제에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흔한 핑계일 뿐이다. 특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해당 장면은 결국 무의식적으로 한 직업군에 대한 성적대상화를 재생산하고, 대중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이라는 가사를 반영했다."


해당 장면에 대해 YG가 밝힌 연출의 변이다.

간호사 연출이 필요했다면 그것이 꼭 캡을 쓰고 짧고 타이트한 옷을 입은 모습이어야 했을까. 간호사의 이미지가 필요했다며 왜 제니는 실제 간호사처럼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지 않았을까. 이를 성적 대상화라고 바라보는 것이 그저 수용자의 왜곡된 시선일까. 간호사에 성적 코드를 씌우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YG의 무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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