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한국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BBNews=뉴스1
26일(한국시간)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자 각계 각층에서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윤여정의 수상은, 상을 받은 사람이 특히 윤여정이라 많은 축하와 축복을 받고 있다.
단지 윤여정이란 배우가 거둔 성취 뿐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김혜수와 전도연 등 수많은 후배연기자들이 축하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받아서 마땅한 축하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축하들 속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의 축하가 유독 눈에 띈다. 윤여정이 상을 받은 당일부터 조영남의 인터뷰가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고 있다. "바람 피고 헤어진 자기에게 최고의 한방"이라는 둥, "다른 남자 만나지 않아서 고맙다"는 둥. 전화해서 소감을 물은 사람들도 사람들이지만, 77세인 사람이 낄 때와 빠질 때를 구분 못하는 것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소감마저 어이없다. 윤여정이 상을 탄 게, 왜 자신에 대한 복수라는 것인가. 복수의 대상이나 된다는 말인가. 윤여정이 이혼한 뒤 열심히 일을 해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결국 오스카까지 받게 됐으니, 그 원인 제공자인 자신의 덕이라도 된다는 뜻인가. 아무리 자아가 비대하더라도, 우주가 자기 중심으로 돈다고 하더라도, 왜 부끄러움은 남의 몫인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건, 예술가의 덕목이 아니다. 주위에 그만큼 폐를 끼쳤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자유로운 영혼인양 너스레를 떨었지만, 민폐다.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윤여정의 소감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되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을 묻자 "인생을 오래 살아서 배반을 많이 당해 봤기 때문에 이런 거 바라지도 않았다"고 했다. 상을 받고 난 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어떻게 알겠냐. 점쟁이도 아닌데"라면서 "앞으로 계획은 없다. 오스카를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냥 하던대로 할 거다. 예전부터 마음을 먹은 게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민폐 끼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면 좋겠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는 특별한 연기 철학이 없다고 하지만, 55년이 넘도록 아이들 밥 굶기지 않도록 절실하게 연기를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철학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최고의 순간 이런 건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동양 사람에게 아카데미는 높은 벽이 됐다. 그런데 내 생각은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자, 최중만 되면서 살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만 나 사회주의자가 되나"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이 '미나리' 정이삭 감독에 대해 평한 게 일품이다. 윤여정은 "내가 흉 안 본 감독은 정이삭이 처음"이라며 "그에게서 희망을 봤다. 한국인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왔다. 그 세련됨을 보는 게 좋았다. 걔라고 화가 안 났겠나.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 내가 정이삭을 만난 것도 배우를 오래 해서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후보가 한명씩만 데리고 올 수 있어서 한예리와 왔다며 "이번에는 견학이지만 다음에는 (후보로) 오렴"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걸은 어른이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젊은이에게 길을 알려준 것이다.
윤여정의 말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고, 동년배들이 열심히 살았다고 감탄하는 건, 솔직하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진솔하고 유쾌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지 않는, 구태여 가르치려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윤여정의 수상은 조영남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귀하고 감사한 말들만 들어도 어려운 세상이다.
그저 윤여정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