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송정호텔에서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 중인 최용수 강원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협(31·강원FC)은 지난해 11월 최용수(49) 감독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공격수이자, K리그 대표 사령탑과 만남에 아우라까지 느껴졌다는 것이다. 서민우(24) 역시 "아우라가 있었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가뜩이나 팀이 강등 위기에 몰렸던 상황, 선수들에게 최 감독은 분명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아우라는 금세 사라졌다. 최 감독이 직접 빠르게 선수단 사이에 녹아들었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정협은 "훈련장에서 먼저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주신다. 생각했던 그런 분은 전혀 아니었다"며 웃어 보였고, 서민우 역시 "훈련 때 장난도 많이 치신다"고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 스스로 친근한 형님이자, 축구 선배로 선수들에게 다가간 결과였다. 그는 17일 부산송정호텔에서 열린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선수 간 보이지 않는 소통의 장벽이 있으면 원만하게 한 시즌을 마치기가 쉽지 않다"며 "편안한 관계에서 지켜줄 것만 잘 지켜달라고 했다. 첫 미팅 때부터 그런 부분을 잘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 존재의 이유는 너희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말해줬다. 최대한 긴밀한 소통을 통해 도와줄 수 있도록 '축구 선배'로서 접근했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런 열린 사고나 마음을 만들어놓는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국영의 득점 직후 환호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2시즌을 준비하는 강원의 각오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새 시즌 준비 과정부터 최 감독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 속에 시작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 감독과 선수들 모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피가 마르던 승강 PO, 그리고 그 위기를 최 감독과 함께 이겨낸 기억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정협이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올해는 작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 감독의 시선도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보다 빠른 템포와 끈끈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 결과도 가져올 수 있는 경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고 싶다"며 "새 시즌 목표는 상위 스플릿(파이널A)이라고 작년에 얘기를 했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그는 이날 기자회견 말미 취재진에 직접 한 마디를 더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 칭찬 한 번 하자면, 우리 선수들이 모두 축구밖에 모르는 것 같다. 그럴수록 나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웃어 보였다. 최용수 리더십과 함께 본격적인 새 출발에 나선 강원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한 마디이기도 하다.
17일 부산 기장월드컵빌리지에서 동계훈련 중인 강원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