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대신 형님·선배로' 강원 바꾸는 최용수 리더십

부산=김명석 기자  |  2022.01.18 09:25
17일 부산송정호텔에서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 중인 최용수 강원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7일 부산송정호텔에서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 중인 최용수 강원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처음 미팅실에서 뵀을 땐 아우라가 있었는데..."

이정협(31·강원FC)은 지난해 11월 최용수(49) 감독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공격수이자, K리그 대표 사령탑과 만남에 아우라까지 느껴졌다는 것이다. 서민우(24) 역시 "아우라가 있었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가뜩이나 팀이 강등 위기에 몰렸던 상황, 선수들에게 최 감독은 분명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아우라는 금세 사라졌다. 최 감독이 직접 빠르게 선수단 사이에 녹아들었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정협은 "훈련장에서 먼저 다가오셔서 말을 걸어주신다. 생각했던 그런 분은 전혀 아니었다"며 웃어 보였고, 서민우 역시 "훈련 때 장난도 많이 치신다"고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 스스로 친근한 형님이자, 축구 선배로 선수들에게 다가간 결과였다. 그는 17일 부산송정호텔에서 열린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선수 간 보이지 않는 소통의 장벽이 있으면 원만하게 한 시즌을 마치기가 쉽지 않다"며 "편안한 관계에서 지켜줄 것만 잘 지켜달라고 했다. 첫 미팅 때부터 그런 부분을 잘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 존재의 이유는 너희들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말해줬다. 최대한 긴밀한 소통을 통해 도와줄 수 있도록 '축구 선배'로서 접근했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런 열린 사고나 마음을 만들어놓는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국영의 득점 직후 환호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12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국영의 득점 직후 환호하고 있는 최용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강원은 최 감독 부임 직후 극적인 잔류 드라마를 썼다. K리그1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선 뒤, 대전하나시티즌을 제치고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승강 PO 1차전만 해도 벼랑 끝에 몰렸지만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서민우는 당시 경험을 두고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하는 건 '우리'로 뭉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 최 감독의 리더십이 중심에 있었다.


2022시즌을 준비하는 강원의 각오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새 시즌 준비 과정부터 최 감독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 속에 시작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 감독과 선수들 모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피가 마르던 승강 PO, 그리고 그 위기를 최 감독과 함께 이겨낸 기억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정협이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올해는 작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 감독의 시선도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보다 빠른 템포와 끈끈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 결과도 가져올 수 있는 경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고 싶다"며 "새 시즌 목표는 상위 스플릿(파이널A)이라고 작년에 얘기를 했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그는 이날 기자회견 말미 취재진에 직접 한 마디를 더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 칭찬 한 번 하자면, 우리 선수들이 모두 축구밖에 모르는 것 같다. 그럴수록 나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웃어 보였다. 최용수 리더십과 함께 본격적인 새 출발에 나선 강원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한 마디이기도 하다.


17일 부산 기장월드컵빌리지에서 동계훈련 중인 강원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7일 부산 기장월드컵빌리지에서 동계훈련 중인 강원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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