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 재판? 예상 못했죠"..서바이벌 묘미 살린 '검은 양 게임' [★FULL인터뷰]

SBS 추리 서바이벌 '검은 양 게임' 박경식PD 인터뷰

윤성열 기자  |  2022.05.20 10:19
박경식PD /사진제공=SBS 박경식PD /사진제공=SBS
SBS 새 예능 '검은 양 게임 : 장르만 마피아'(이하 '검은 양 게임')가 지난 13일 베일을 벗었다. 대중에게 친숙한 '마피아 게임'을 활용한 추리 서바이벌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연출을 맡은 박경식PD는 첫 방송 이후 스타뉴스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뒤편 내용이 궁금하다'는 의견을 많이 주셔서 뒷편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다 봤을 때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판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해 뒷부분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률이 만족스럽게 나온 건 아니지만 '만듦새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에 용기를 얻고 열심히 제작하고 있다"며 "첫술에 배부르기엔 어려운 장르라 일단 성적보단 다 봤을 때 '완성도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제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 4부작으로 꾸며질 '검은 양 게임'은 단절된 공간, 제한된 정보 속 '나'와 다른 '남'을 찾는 추리 서바이벌 게임이다. 8인의 참가자들이 각기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검은 양 2명(마피아)과 흰 양 6명(시민)으로 나눠 '마피아 게임'을 진행하는 포맷이다. 흰 양은 검은 양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코드를 추리해 이들을 탈락시켜야 한다. 참가자들은 지난 3월 말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며 4박 5일간의 촬영을 마쳤다.

참가자들은 각기 독특한 인생 경험을 가진 8인으로 구성됐다. 첫 회에서는 운동 중독자 A(석현준), 특수부대 출신 B(고인호), 남성잡지 모델 C(김나정), 서바이벌 경력자 D(김경훈), LGBT E(풍자), 탈색머리 F(송미정), 핵인싸 G(정재호), 국민 아이돌 출신 H(핫펠트)가 등장해 첫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박PD는 구체적인 참가자 섭외 기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며 "애초 기획의도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 혹은 내가 불편해할만 사람들이 4박 5일 동안 직접 부딪힐 경우 '과연 제대로 구별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에서 시작했다. 최대한 다양한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수백 명을 만나봤다. 그분들의 코드를 싹 정리해서 기본적으로 2대 6의 구조가 나오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박PD는 또한 "그 상황에서 '어떤 조합을 만드는 게 시청자들이 좀 더 편하게 보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코드의 명확한 기준이나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갔던 건 아니다. 최대한 다양한 분들을 만나 보고 리스트업을 했을 때 몇 가지 2대 6의 구조가 나오는 구조들이 생겼고, 그 가운데 참가자들의 캐릭터들을 고려했을 때 '많은 분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 조합이 어떤 것일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검은 양 게임'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SBS '검은 양 게임'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SBS
참가자 중에선 걸 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도 포함됐다. 그는 유일한 연예인으로 '검은 양 게임'에 도전했다.


박PD는 핫펠트 섭외 이유에 대해 "연예인이라서 라기보다는 정확하게 자신의 코드를 밝힐 수 있을만한 분들을 찾고 있었다"며 "예를 들면 페미니스트, LGBT라든지 사회 편견에 맞서서, 개의치 않고 '나는 이런 코드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있었다. 그 가운데 적합한 분이 마침 연예인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핫펠트는 앞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며 자신의 뚜렷한 소신을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박PD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각자 자신의 인생으로 추리를 하는 게 콘셉트다 보니, 자신의 코드를 명확하게 잘 숨기는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코드를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도 중요하다. (핫펠트는) 그런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핫펠트는 제작진의 섭외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는 제작진의 후문이다. 박PD는 "예은을 만나 미팅을 해보니 워낙 이런 추리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며 "우리 프로그램에 왔을 때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해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연예인이라서 억지로 끼어 넣었다기 보다 우리 프로그램에 되게 필요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검은 양 게임' 방송 화면 /사진='검은 양 게임' 방송 화면
하지만 첫 회부터 핫펠트가 '검은 양'으로 몰리며 최후 심판대에 오르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박PD는 "첫 편에 나온 재판 부분은 촬영 3일째 상황이다"며 "그 재판 직전까지만 해도 H(핫펠트)가 떨어질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미 다른 두분이 굉장히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H에게 몰리는 재판이 되면서 제작진도 현장에서 좀 당황했고 긴장감이 생겼다. 제작진이 느꼈던 긴장감을 전해주고 싶어 편집상으로 내용을 앞부분으로 당긴 거다. '연예인이니까 일찍 떨어질 거다'라는 걸 계산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첫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선 핫펠트의 '페미니스트' 관련 발언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검은 양 코드'를 찾는 과정에서 여성 참가자 F가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고 밝히자, 핫펠트가 "여대를 다녔고 20대 정중앙에 있는 분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거짓말인가?"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간 것.

이에 박PD는 "사전미팅 때 너무 극으로 치닫는 분들은 배제하고 '우리들과 비슷한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뽑았다"며 "편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엄청 극과 극으로 간 사람들 같지만, 진짜 편견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참가자를 모집했다. 제작진도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똑같이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은연 중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굳이 편집하지 않고 방송에 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참가자들도 나와 다른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어서 그렇게 입밖으로 낸 거지, 아니면 혼자만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편견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용들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고, '참가자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식PD /사진제공=SBS 박경식PD /사진제공=SBS
'검은 양 게임'은 추리 서바이벌 특유의 복잡한 룰을 걷어내고, 여러 세대가 즐기는 '마피아 게임'의 룰을 차용해 시청자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는 지상파 플랫폼에 어울리는, 시청자들이 쉽게 따라 갈 수 있는 추리 서바이벌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스스로 '서바이벌 장르 마니아'라고 소개한 박PD는 "'다른 서바이벌 장르와 달리, 같이 몰입해서 추리하면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봤을 때 가장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더 지니어스' 때부터 워낙 서바이벌 장르를 잘 챙겨 봤어요. 이런 서바이벌 장르들이 장르적 한계에 머물러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뭘지 항상 고민했었죠. 자기들끼리만의 놀이? 그 안에 포함된 사람들끼리만의 두뇌 싸움에만 너무 집중돼 있다 보니까 대중적인 접근성을 갖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서바이벌 장르를 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지상파 TV는) 대중적인 접근성이 중요한 플랫폼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재밌고 편하게 같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마피아 게임'까지 오게 됐죠."

'검은 양 게임'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SBS '검은 양 게임'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SBS
'검은 양 게임'은 오는 20일 2화 방송을 앞두고 있다. 2화에선 베일에 가려진 검은 양 1인의 정체가 공개될 예정이라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화에선 검은 양 코드, 4회에선 또 다른 검은 양 1인의 정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박PD는 앞으로 관전 포인트에 대해 "시청자들이 한발 앞선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좀 더 편한 입장에서 관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4회까지 갔을 때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도 우리들과 비슷한 사람들인 만큼, 다른 서바이벌을 볼 때처럼 참가자들을 욕하면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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