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DGK(한국영화감독조합)는 시리즈 부문을 대상으로 '벡델초이스5'와 벡델리안 수상자를 발표했다. 매년 성평등 관점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한국영화와 영화인을 선정해왔던 벡델데이는, 올해부터 그 선정 분야를 시리즈까지 확대해 운영한다. 이는 지상파뿐만 아니라 IPTV, OTT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접하는 창작 콘텐츠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작품이 이룬 성과와 나아갈 방향을 벡델의 시각으로 함께 점검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취지다.
벡델데이 2022는 작품 내 성평등 현황을 가늠하는 기준 '벡델테스트 7'을 기반으로 가장 돋보이는 성취를 보인 다음의 시리즈 다섯 편을 벡델초이스 5로 선정했다. 선정작은 '구경이'(이정흠 감독), '서른, 아홉'(김상호 감독), '술꾼도시여자들'(김정식 감독), '옷소매 붉은 끝동'(정지인, 송연화 감독),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윤성호 감독) 등이다.
선정위원단은 "최근 드라마가 영화에 비해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한발 앞서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기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의 연령대가 제한적이었던 것과 달리 다양한 플랫폼과 작가진, 원작의 풍성함으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의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가 개발돼 기존 남성 캐릭터에 국한되어 있던 콘텐츠가 확장되었다는 점이 뚜렷한 수확"이라는 점을 공통 의견으로 내놓았다.
벡델데이는 이와 함께 벡델초이스 5에 참여한 창작자 중 성평등에 기여한 창작자를 감독(연출)·작가·배우·제작자 분야로 나눠 '벡델리안'으로 선정했다. 감독(연출)으로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감독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단지 왕의 여인으로서가 아닌 궁 안의 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극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을 남겼다.
작가로는 동시대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드라마 '서른, 아홉' 의 유영아 작가가 선정됐다. 배우로는 '구경이'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영애 배우가 선정됐다. 이와 함께 '보건교사 안은영'을 비롯해 '구경이'까지 다양한 여성 중심 작품을 선보여왔던 박성혜 제작자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작자 부문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화정 벡델데이 2022 프로그래머는 "시리즈로 벡델테스트의 기준을 확장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며 "이번 기획이 K-콘텐츠의 성과를 조명하고 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 5와 벡델데이 심사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방영(상영 종료작)된 국내 시리즈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화정 벡델데이 2022 프로그래머,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나원정 중앙일보 기자, 최지은 작가 겸 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
한편 벡델데이 2022는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4일간 충무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벡델데이 2022는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 10 상영뿐 아니라 특별한 패널들과 함께하는 토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