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지난 11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노브랜드배 고교동창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신세계그룹 제공)
이번 사태의 쟁점은 또 있다. 구단 운영에서 'SK 색깔 지우기'와 '모그룹의 직접 개입'이라는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SSG는 2022시즌 내내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그 화려한 성과의 중심에는 류선규 전 단장이 있었다. 류 전 단장은 1997년 LG 트윈스에 입사해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뒤 2001년부터 현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입사했다. 이후 마케팅팀 기획파트장, 홍보팀장, 육성팀장, 전략기획팀장, 운영그룹장, 데이터분석 그룹장 등 요직을 거쳐 2020년 11월 단장으로 부임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21년 1월 신세계 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SSG 랜더스가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20년 SK맨'인 류 전 단장은 물론, 민경삼 현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수뇌부 교체 등 급진적인 변화는 없었다. 류 전 단장은 2년간 동행하며 합리적인 비FA 다년 계약 및 주요 FA 계약 등을 이끌어내며 SSG를 강팀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고, 많은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사진=뉴스1
SSG 구단은 1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비선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분 또한 자문 역할을 해 주시는 분들 중 한 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인사가 새로 선임된 김성용(52) 단장과 절친한 사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SSG가 'SK 색깔 지우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SSG 랜더스는 많은 변화 없이 SK와 큰 차별을 두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니폼 색깔부터 시작해 대부분 교체 없이 SK 시절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야구단 운영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그러나 이번 류 전 단장 사임을 시작으로 신세계 이마트 그룹의 뜻이 야구단에 더욱 강하게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성용 신임 단장은 24년간 야탑고 야구부 감독을 지낸 뒤 지난해 말 SSG의 퓨처스 R&D 센터장으로 영입돼 프로 무대를 처음 밟은 인물이다. 때문에 정용진 구단주가 이번 단장 교체를 계기로 랜더스에 SSG의 색깔을 강하게 입히고 구단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11월 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눈에 종이 꽃가루를 붙인 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