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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가 생각하는,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자신이 연기한 최창수는 빌런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인공 고아인(이보영 분)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행사' 안에서 최창수는 막강한 빌런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오히려 조성하는 고아인(이보영 분)과 더 싸우고 싶었다면서 "리딩 때도 캐릭터의 느낌을 세게 표현했더니 작가님께서 '너무 세다'라며 안좋아하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성하는 최근 서울 압구정 모 카페에서 JTBC 드라마 '대행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월 26일 막을 내린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 조성하는 '대행사'에서 고아인을 그룹 최초 여성 임원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엘리트 코스를 밟은 VC기획 본부장 최창수 역을 맡았다.
이날 조성하는 먼저 "마지막 회 직후 아침에 시청률도 확인하고 생각지 않았던 큰 사랑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끌거라 생각을 못했다. 시청률이 4.8%로 시작해서 17%까지 찍었다. '재벌집 막내아들' 이후 첫 드라마라 은근 기대도 하긴 했지만 앞 드라마가 잘된다고 그 다음 드라마가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느꼈다. 시청자들이 냉정해졌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운을 떼며 '대행사'를 향한 관심에 감사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성하는 "작품이 주는 힘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이보영 배우가 있었기에 덕을 본 거라고도 생각했고 이창민 감독도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촬영하면서 실내 공간에서만 있을 때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고민과 편집에서의 도움을 받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조성하는 최창수를 연기하며 "처음에 대본을 받을 때는 악역이라고 해서 어떻게 다르게 세게 잘해볼까에 대해 생각했는데 실제로 대본을 보니 허당이었다. 부딪히기만 하면 싸움을 못하고 그랬다"라고 말하며 최창수가 가진 모습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구해줘' 속 악당에 비하면 악당이라고 볼 수 없는 거예요. 하하. 리딩 때도 세게 했더니 작가님께서 '너무 세다'라며 안좋아하셨고요. 그래서 최대한 다른 느낌의 악역을 찾으려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비열한 모습을 비추려 했고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의 악역은 처음이었죠."
조성하는 최창수 캐릭터를 연기하며 제일 힘든 부분에 대해 "최창수가 너무 쓸데없이 비열한 일들을 많이 하고 대사도 저렴했다. 최창수가 보여준 정치질 내지는 '강약약강' 마인드도 내 실제 모습과 맞는 구석이 1도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역할이 찌질한 역할이고 내 연기 지론도 찌질하게 하지 말자인데 어떻게 연기해도 최창수의 모습은 찌질해보였다"라고 답했다.
"아내도 직장 생활을 하는데 (최창수 같은) 인물이 꼭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회사에서도 실제로 그런 인물들 때문에 힘들게 한다고 해요. 라인에 들어야 성공이 보장된다고 해서 가방이라도 들어야겠다고 하는 모습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도 그런가요? 하하. 감독님께도 '어떤 인물을 참고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오정세 배우를 언급했어요. 저는 절대 오정세의 모습으로 갈수가 없었는데요. 하하. 그래서 나다운 최창수를 만들려고 했죠."
조성하는 "최창수가 극중에서 잘한 게 없다. 아이디어가 특출난 것도 없고 조직력도 잘 갖춰진 것 같지도 않고 고아인(이보영 분)에 비해 허술하고 정체가 뭘까 고민이 될 정도로 빈 구석이 많아서 어떻게 보여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고아인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은정도 워킹맘으로서 그 삶을 설명할 수 있었고 강한나도 재벌 3세지만 자기 입장이나 철부지로서 자기 것을 찾아가려는 설정 등이 충실하게 깔려서 최창수만 잘하면 이 작품이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잘 잡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창수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으로 그려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성하 때문에 까지는 아닌 것 같고 저 나름대로의 최창수를 그려냈다고 생각하고 이보영 등 모든 배우가 잘 만들어서 완성됐다고 봐요. 최창수는 힘이 나올 것 같다가 안나오는 전형적인 틀의 악당이 아니라서 고민이 많이 되긴 했지만요. 연기 톤도 이전과는 다르게 최대한 가볍고 심플한 느낌으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습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조성하는 '대행사' 속 기억에 남는 대사로 "(대사라기 보단) 고아인의 사무실 안에 있던 액자 속 문구인 '이끌든가 비키든가 따르든가'를 꼽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성하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메시지였다. 강렬해서 힘이 있는 것 같다"라며 "최창수는 거의 '비키든가 따르는가'에 가까웠고 이끄는 쪽은 아니었다"라고 덧붙이며 고아인과 고아인 사무실 안에서 맞부딪혔던 신을 떠올렸다.
"2부에서 고아인(이보영 분)에게 욕심이 많냐며 윽박지르는 신이 있는데 대사가 셌어요. 사실 그 신에서 최창수가 했던 더 센 대사가 있었는데 시청자들을 위해 고심을 오래 하고 편집이 됐었는데 그 수위 때문에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화였었다면 편집된 부분이 나갔어도 이해가 됐겠지만 결국은 편집이 됐어요."
한편 조성하는 이보영과 손나은의 연기 호흡 등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이보영 배우를 만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한번씩 이야기도 나누고 촬영도 했는데요. 보기보다 상당히 주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어요. 겉으로는 깍쟁이 같은데 털털하게 배우들과 맥주 한잔도 할줄 아는 훌륭한 배우였어요. (연기적으로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제가 부딪혀서 계속 깨지니 아쉬움이 많더라고요. 하하. 손나은 배우도 촬영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기가 갖고 있는 매력을 발산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고 전혜진 배우도 실제로는 차분하고 생각도 깊은 분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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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는 '대행사'와 최창수 캐릭터를 떠올리며 "인생이라는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 같다"라며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겠지만 그것에 너무 함몰돼 버리면 안될 때 상처도 큰 거니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 출세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성하는 "원래 여자와 잘 싸우지 않는다. 싸우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맞아보기만 했다"라며 "상대가 남자였던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대행사'에서는 대면으로 싸워야 해서 힘들었다. 감정 상으로는 종이를 이보영의 얼굴에 던져야 하는데 얼굴에 못 던지겠다고 말하고 다른 곳에 멀리 던졌는데 '왜 이렇게 못던지냐'고 반응이 와서 결국 땅바닥에 던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없어보였다"라고 웃기도 했다.
"실제로도 거의 화를 내지 않아요. 집에서는 절대로 화를 낼 수 없고요. 하하. 화가 날 때도 있기도 하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도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정화를 내서 좀더 좋은 표현으로 말하려고 하고요. 실제로 화를 낸지도 오래되서요. 하하. 최창수로 살다 보니 딸이 내게 '비아냥의 끝판왕이다'라고 반응해주더라고요. 감독님도 '비아냥은 역시..'라고 말했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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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성하는 올해 계획에 대해 "'대행사'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지만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되든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할 계획"이라며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것이 목표이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나뵙고 싶고 다른 캐릭터로 만나고 싶다. 찌질한 캐릭터도 해보니까 괜찮았는데 내친김에 찌질미가 넘치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