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란./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35)이 개인 커리어 15년 만의 V리그 정규 1위를 달성한 뒤 흥국생명 맏언니 김해란(39)에게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시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IBK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26승 9패, 승점 79점을 기록하면서 잔여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의 통산 6번째 정규리그 1위로 2018~2019시즌 후 5번째 우승을 노린다.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김연경과 김해란은 모두 정규리그 1위에 기뻐하면서 "올 시즌 힘든 날이 많았는데 잘 견뎌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 차례 언급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 선수단은 정규시즌 2위를 이끌고 있는 감독의 중도 경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선수단과 불화가 없었고 치열한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성이 달랐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순찬 감독이 경질되자 이영수 수석코치도 감독대행으로서 1경기만 치른 뒤 자진사퇴했다. 내정됐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도 부담스러운 여론에 사의를 표명했고 김대경 코치가 뒷수습을 했다.
김해란(왼쪽)과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
당시 김연경은 김해란과 함께 구단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면서 "정말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 부끄럽고 안타깝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때도 김해란은 김연경을 대신해 솔직하게 구단 윗선의 경기 운영 개입과 그에 따른 선수단 분위기를 전하며 총대를 맸었다.
불의에 당찬 맏언니의 모습을 김연경도 잊지 못했다. 김연경은 권순찬 전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그때 많이 힘들었는데 해란 언니가 잘 버텨줘서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따로 표현했다.
이처럼 흥국생명에서 김해란의 경기장 안팎에서의 공헌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2017년 흥국생명에 합류한 뒤 팀의 맏언니이자 주전 리베로로서 김연경 시대 이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자녀 계획을 이유로 은퇴했다 돌아왔음에도 건재한 기량을 보여줘 종목을 불문하고 여자 프로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김연경도 "언니를 볼 때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육아를 하면서 본업에 충실하기가 어려운데 이게 바로 엄마 파워다"라면서 존경심을 나타낸 바 있다.
올 시즌도 엄마 파워는 건재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리시브 효율 45.90%로 수비 2위, 디그 2위를 기록하며 리그 수위급 활약을 보여주고, 밖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린 흔들리지 말고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리고 그런 '해란 언니' 뒤에는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김해란은 "딸과 며느리가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게끔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아들 (조)하율이도 엄마가 배구 팡팡을 하러 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찾지 않고 기분 좋게 보내준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뭉클한 심정을 전했다.
김해란(왼쪽)과 김연경./사진=한국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