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38㎞' 백정현은 완벽했다... '광속구 시대'에 화두를 던지다

고척=안호근 기자  |  2023.04.19 06:01
삼성 투수 백정현이 18일 키움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삼성 투수 백정현이 18일 키움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최고의 피칭으로 피칭으로 압도한 경기였다."

박진만(47)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미소 지었다. 시범경기에서 2위를 차지하며 반란을 노렸던 지난해 7위팀 삼성은 8위로 오히려 실망만 안겼다.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에 고민이 커져가던 찰나, 끝없이 추락했던 에이스가 완벽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백정현(36)은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8이닝 동안 93구를 던지며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7⅓이닝 동안 퍼펙트피칭을 펼쳤다. 누가 뭐래도 이날 고척스카이돔의 주인공은 백정현이었다.

KBO리그 42년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피처의 탄생을 예감케 했으나 손짓 하나가 아쉬웠다. 8회 1사에서 에디슨 러셀의 땅볼 때 손을 뻗었는데 타구가 그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되며 내야안타가 됐다.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되며 노히트노런마저 깨져버렸다. 다음 타자 이지영을 병살타로 가볍게 처리하고 8회를 마쳐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9회에도 등판한 백정현은 힘이 빠진 듯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물러났다. 1점을 내줬고 승계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실점은 2로 늘었으나 2패 후 첫 승리 투수가 됐고 누가 뭐라해도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백정현이었다.

8회 1사에서 퍼펙트피칭이 무산된 뒤 아쉬워하는 백정현. /사진=뉴스1 8회 1사에서 퍼펙트피칭이 무산된 뒤 아쉬워하는 백정현. /사진=뉴스1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팬들의 응원이 백정현을 반겼다. 한 남성 팬은 "백정현 선수 투구에 감동했다"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끝까지 그를 기다린 팬들은 연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 바로 박진만 감독이었다. 그는 경기 후 "백정현이 최고의 피칭으로 압도한 경기였다"며 "폭발적인 투구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도움이 되는 피칭을 해줬다"고 극찬했다.

아쉽게 퍼펙트게임을 놓친 백정현은 "어릴 때부터 꿈을 꾸던 것이었다"며 "3회 때부터 (퍼펙트게임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좀 힘들더라"고 밝혔다.

유독 컨디션이 좋다거나 실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계속 삼자범퇴로 이닝이 마무리되자 운이 따르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백정현은 "팀 승리가 먼저이기 때문에 운이 따르고 있으니까 최대한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다"며 퍼펙트가 깨졌던 상황에 대해서도 "야수들이 압박감을 느끼는 걸 알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로 인해 깨져서 더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동료들을 생각하는 배려심도 나타냈다.

2021년 14승 5패 ERA 2.6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뒤 삼성과 4년 38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그는 지난해 4승 13패 ERA 5.27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냈다. 시범경기 때도 부진했고 시즌 첫 등판 경기에서도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지난 12일 SSG 랜더스전 5이닝 1실점으로 반등하더니 이날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마치 2021년을 보는 듯 했다.

역투를 펼치고 있는 백정현. /사진=뉴스1 역투를 펼치고 있는 백정현. /사진=뉴스1
백정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부진했던) 원인을 계속 찾으려고 연구했다. 그래서 좋았을 때 일기 같은 것도 되돌아보기도 하고 좋은 투수들이 어떻게 던지는지 보고 연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속 150㎞를 넘어 160㎞에 달하는 공을 뿌리는 '광속구' 투수들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강속구 열풍이 불고 있다. 이날 백정현의 속구 최고 시속은 138㎞. 그러나 백정현은 이를 단순히 숫자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투수들을 보면서 그냥 공이 빨라서 결과가 좋은 게 아니라 좀 더 코스별로 잘 던지더라"며 "공이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변화구도 예리하게 (원하는) 코스에 던지고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느낀점을 전했다.

이들과 똑같이 승부할 수는 없다. 자신만의 해법은 따로 있었다. 백정현은 "결국에 또 제구력인 것 같다. 스피드를 의식하다 보니까 힘 있게 던지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공의 목적이 없어진 것 같기도 했다"며 "그래서 그 타깃을 좀 잡으려고 노력했고 경기에서도 해봤는데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이 빠르지 않은 투수의 속구를 더욱 위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완급조절이다. 백정현은 이날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으며 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 중 4개의 결정구가 체인지업이었고 그 덕분에 속구의 위력도 더 배가되며 '빠르지 않은 빠른공'으로도 2개의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백정현은 "저번 경기에 슬라이더를 많이 던져서 (강)민호 형이 이번엔 체인지업을 던져보자고 했다"며 "(지난 시즌) 많이 던지다보니 상대 타자들이 미리 (체인지업을) 생각하고 들어온다는 느낌도 받았고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하다보니까 그래서 아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3시즌을 보낸 뒤 2021년 리그 ERA 2위를 차지했던 백정현은 지난해 다시 추락했다. 한 차례 성공에 이은 실패는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퍼펙트피칭을 바라봤던 그의 눈부신 투구가 우연만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백정현(왼쪽)이 8회 1사 후 퍼펙트게임이 깨진 뒤 마운드에 방문한 포수 강민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백정현(왼쪽)이 8회 1사 후 퍼펙트게임이 깨진 뒤 마운드에 방문한 포수 강민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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