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16세 소녀 '케이시 페어', 독일 상대로도 폭풍 활약... 한국 여자축구 소득 있었다

이원희 기자  |  2023.08.04 06:54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공격수 케이시 페어(오른쪽)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공격수 케이시 페어(오른쪽)가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공중볼 경합에 참겨하는 케이시 페어(오른쪽). /AFPBBNews=뉴스1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공중볼 경합에 참겨하는 케이시 페어(오른쪽). /AFPBBNews=뉴스1
10대 소녀가 '거함' 독일을 상대로 당당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경기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최종성적 1무 2패(승점 1), 조 4위로 월드컵을 마쳤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FIFA 랭킹 17위 한국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랭킹 2위'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앞선 2경기에서 모두 패해 16강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끝까지 투지를 발휘했다. 독일은 한국에 발목에 잡히면서 조3위(1승1무1패)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날 한국은 1~2차전과 다른 공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16살 막내' 케이시 페어(PDA)와 '21세 공격수' 천가람(화천 KSPO)을 전방에 내세웠다. 벨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베테랑 언니들 지소연(수원FC)과 조소현(토트넘)이 뒤를 받친다고 해도 상대는 우승후보 독일이었다.

하지만 케이시와 천가람은 엄청난 체격, 월드클래스 선수들로 구성된 독일 수비진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돌했고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케이시는 전반 3분부터 위협적인 찬스를 잡았다. 에이스 '지메시' 지소연이 찔러준 패스를 받아 독일 골키퍼 메를레 프롬스와 일대일로 맞섰다. 케이시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했다. 상대 골키퍼 위치를 확인한 뒤에야 슈팅을 날렸다. 슈팅이 프롬스의 슈퍼세이브에 걸린 뒤 골대를 맞고 나왔다. 케이스는 아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렇지만 케이시의 활약에 한국은 분위기를 잡았다. 전반 6분 '중원의 사령관' 조소현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치열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한국은 전반 42분 세계적인 독일 공격수 알렉산드로 포프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추가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막판 캡틴 김혜리를 비롯해 '39세 맏언니' 골키퍼 김정미, 조소현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케이시 페어(오른쪽)는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교체 출전했다. /AFPBBNews=뉴스1 케이시 페어(오른쪽)는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교체 출전했다. /AFPBBNews=뉴스1
케이시 페어(왼쪽). /AFPBBNews=뉴스1 케이시 페어(왼쪽). /AFPBBNews=뉴스1



케이시도 끝까지 활약을 이어갔다. 수비 사이의 공간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상대의 거친 압박에도 높이 뛰어올라 공중볼 경합에 참여했다. 적극적으로 수비에도 가담해 팀에 보탬이 됐다. 월드컵 첫 선발 경기, 그것도 16세 소녀가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케이시는 한국 여자 A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혼혈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1차전 콜롬비아, 2차전 모로코 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는데, 적은 출전시간에도 좋은 활약을 펼쳐 눈도장을 받았다. 독일전에서는 선발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케이시와 함께 선발 출전한 천가람도 측면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천가람은 W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천메시'라는 별명을 달고 있는 선수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최유리(왼쪽)와 케이시 페어(오른쪽)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최유리(왼쪽)와 케이시 페어(오른쪽)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케이시 페어(가운데 등번호 19번)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3일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대한민국의 케이시 페어(가운데 등번호 19번)이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스포츠전문 ESPN도 "한국은 30대인 지소연, 조소현에게만 의존할 여유가 없다. 다행히도 이번 대회 긍정적인 점은 케이시가 등장했다는 것"이라며 "케이시는 독일전에서 16세 35일이라는 나이로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케이시는 이러한 사실에 겁먹지 않았고, 자신에 대해 훌륭하게 어필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꿈에 그리던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여러 성과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케이시와 천가람 등 젊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다가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 다음 월드컵을 기대케 했다. 지소연, 조소현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을 발견했다.

케이시 페어. /AFPBBNews=뉴스1 케이시 페어. /AFPBBNews=뉴스1
등번호 19번을 달고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활약한 케이시 페어(왼쪽). /AFPBBNews=뉴스1 등번호 19번을 달고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활약한 케이시 페어(왼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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