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선수단이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신민혁(오른쪽)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서호철의 만루홈런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NC 팬. /사진=NC 다이노스
지난 1월, NC 다이노스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구단 신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 'We're Game Changers'를 공개한 이진만 구단 대표이사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을 향해 위와 같은 당부를 전했다.
당시 NC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NC는 무려 7명의 내부 FA(양의지, 박민우, 노진혁, 원종현, 이재학, 이명기, 권희동)가 나오면서 어려운 겨울을 보냈다. 결국 이중에서 양의지(두산, 4+2년 최대 152억 원), 노진혁(롯데, 4년 최대 50억 원), 원종현(키움, 4년 25억 원), 이명기(한화 사인 앤드 트레이드, 1년 최대 1억 원)가 팀을 떠났다.
팀을 떠난 선수들은 모두 중요 자원들이었다. 양의지는 2019년 FA 이적 후 4년 동안 골든글러브 3차례 수상(포수 2회, 지명타자 1회)과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업적을 만들었다. 창단 멤버인 노진혁과 원종현도 각각 3루수-유격수와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오랜 시간 팀에 기여한 선수들이었다. 이명기 역시 2020년 우승에 한몫을 보탰던 선수다.
두산 양의지(오른쪽)가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NC 박민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에 NC를 최하위 후보로 예상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실제로 올 시즌 전 스타뉴스가 해설위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익명의 해설위원은 "투수진이 불안하다. 걱정거리가 가장 많은 팀"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 대표 역시 "아마도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외부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언더독'의 위치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야구는 슈퍼스타 한 명이 팀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종목이다"며 "위대한 언더독 스토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가 지난 1월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관공연장에서 열린 2023시즌 신년회에서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NC 페디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도중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NC는 3회 초 서호철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고, 5회 초 공격에서도 손아섭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4회까지 KT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냈던 선발 신민혁이 5회 말 1사 1, 3루 위기에서 대타 김민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바뀐 투수 김영규가 6회 말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고, 3번째 투수 류진욱까지 안타와 볼넷을 기록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박병호의 병살타가 나오며 2아웃이 됐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이는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경기가 끝난 후 박건우와 제이슨 마틴, 에릭 페디 등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수원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전에 뒀지만 이후 3경기를 모두 패배한, 이른바 '리버스 스윕'에 대한 분함으로 보였다. 주장 손아섭 역시 경기 후 "당연히 아쉽고 분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NC 페디(오른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다만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6월 초에는 토종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7월 초 중심타자 박건우가 워크 에식(직업윤리 및 태도) 논란으로 1군에서 18일 동안 말소됐다. 이에 6월 말에서 7월 전반기 막판까지 2번이나 5연패를 당한 NC는 한때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7월 9일, 0.493).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한 NC는 5연승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하던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7월 들어 0.359의 타율과 5개의 홈런으로 살아난 것이 컸다.
박건우. /사진=NC 다이노스
손아섭.
비록 아시안 게임에 차출된 세 선수(김주원, 김영규, 김형준)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한때 6연패에 빠진 NC는 5위까지 내려갔지만, 끝까지 3위 싸움을 펼친 끝에 최종 75승 67패 2무(승률 0.528)의 성적으로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캡틴 손아섭은 타율 0.339, 187안타로 두 부문 1위에 올랐고, 페디는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으로 12년 만에 나온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NC 서호철이 지난달 19일 열린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회 말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NC의 상승세는 플레이오프 초반까지 이어졌다.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NC는 시즌 막판 타박상을 입어 준플레이오프에서 나오지 못했던 페디가 6이닝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1차전을 9-5 승리로 장식했다. 이어 2차전에서도 박건우의 1회 선제 투런포와 9회 말 한 점 차에서 나온 유격수 김주원의 그림 같은 수비로 3-2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NC는 올해 포스트시즌 6연승을 달렸고, 지난 2020년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가을야구 9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지난 1987년과 1988년 해태 타이거즈가 기록한 최다연승 기록과 타이였다.
NC 김주원(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말 오윤석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자 3루수 서호철(왼쪽)과 2루수 박민우가 다가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 KBO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신민혁(가운데). /사진=NC 다이노스
NC 김영규가 2023 KBO 준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 감독은 5차전 패배 후 "우리 팀 선수들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마무리가 안 좋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시리즈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시즌 전 저평가받았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마지막이 아쉽지만 잘 치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시즌 치르면서 행복한 여정,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자평했다.
강인권 감독(맨 왼쪽). /사진=NC 다이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