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에서의 박영현.
박영현(왼쪽)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닝을 막아낸 후 포효하고 있다.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비 라인업을 막힘 없이 설명하던 류중일(60)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말문이 뒷문에서 막혔다. LG 트윈스, KT 위즈 선수들의 공백이 처음으로 느껴진 순간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APBC 대비 훈련을 앞두고 "오늘(7일) 호주, 일본, 대만의 주요 투수들 영상과 기록을 봤는데 다들 잘했다. WBC,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나온 친구들도 대거 포함돼 어디 하나 만만한 나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초대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2023 APBC 대회는 일본 도쿄돔에서 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다. 5일 소집된 대표팀은 6일부터 13일까지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훈련 및 연습경기를 진행한다. 8일과 11일 각각 오후 1시 30분에 국군체육부대(상무)와 연습 경기를 가진 뒤 14일 일본 도쿄로 떠난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이날 시작될 한국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는 LG 트윈스와 KT 위즈 소속 선수들의 합류 여부다. 부상을 당한 강백호는 엔트리에서 제외됐으나, 정우영, 문보경(이상 LG), KT 박영현이 훈련에서 빠져 있다. 대신 예비 엔트리 20명에 포함된 투수 조병현(SSG), 이병헌(두산), 김태경(상무), 포수 허인서(상무), 내야수 한태양(상무), 나승엽(롯데), 문현빈(한화) 등 총 7명이 대구 캠프에 합류했고, 플레이오프까지 9경기를 치른 NC 소속 선수들(김영규, 김형준, 김주원)도 이날 훈련부터 합류했다.
대표팀은 LG-KT 선수들의 합류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아 놓고 있다. 류 감독은 "선발로는 문동주, 곽빈, 원태인, 오원석, 최승용이 있는데 훈련 과정을 보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부터 넣을 생각"이라며 "(강백호, 문보경이 빠진) 1루는 노시환을 어제(6일)부터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 3루에 김도영이 와 있어 1루 노시환-3루 김도영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정해영. /사진=KIA 타이거즈
뒷문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빠진 LG, KT에 국가대표 필승조들이 있어, 현재 훈련에 합류한 인원 중 전문 마무리는 정해영(22·KIA)뿐이다. 정해영 역시 3년 연속 20세이브를 포함해 4시즌 통산 218경기 16승 19패 12홀드 90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중인 준수한 마무리다. 하지만 정해영의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류 감독은 뒷문에 대해 "고민이다. (아시안게임 멤버에 비해) 고우석이 빠졌고 처음에는 박영현에게 맡길 생각이었는데 그 선수가 지금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선수들이 합류하는 시점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한 고민을 드러냈다.
대표팀으로서는 한국시리즈가 빠르게 마무리된 후 정우영과 박영현이 합류하는 것이 베스트다. 정우영은 올 시즌은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으나, 통산 318경기 22승 22패 109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한 필승조다. 박영현은 2022년 KT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데뷔 2년 차임에도 통산 120경기 3승 4패 3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4경기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 5⅓이닝 1볼넷 8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뒷문을 틀어막으면서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다만 대표팀 출국이 예정된 14일은 6차전이 예정돼 있어 한국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함께 일본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류 감독은 "LG-KT 선수들의 합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어느 시기를 보고 아예 배제할지 늦게라도 대회 3, 4번째 경기부터는 뛰게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무리가 (정)해영이 정도라 그 친구들이 빠지면 계산이 안 선다. (정)우영이나 (박)영현이 같은 경우 이기는 경기에 다 투입될 텐데 6차전까지 가면 선수들의 피로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큰 경기를 하고 오면 긴장감이 풀릴 텐데 그 상태로 대표팀에 와 경기력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뭐가 좋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김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