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
함덕주.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는 16일 "함덕주가 이날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골절로 인해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좌측 주관절 핀 고정 수술을 실시했다. 재활 기간으로는 6개월 정도를 예상한다"면서 "6월 ~7월경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후 메디컬 체크 과정에서 부상이 발견됐다. 약 3주 정도 상태를 지켜보면서 재활과 수술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함덕주는 2023시즌 LG 트윈스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한 함덕주는 지난달 24일 LG 트윈스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LG 구단은 함덕주와 FA 계약 배경에 관해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라면서 "2023시즌에는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 또 팀의 필승조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단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함덕주는 부상이라는 숙제를 늘 안고 있는 투수였다. 일산초-원주중-원주고를 졸업한 함덕주는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함덕주는 2015시즌부터 68경기(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5)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함덕주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산의 왕조 건설에 힘을 보탰다.
그런 함덕주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건 2021시즌을 앞둔 3월. 당시 LG가 '옆집' 두산으로부터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받는 대신, 내야수 거포 양석환과 투수 남호를 두산으로 보내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입단 후 신인 시절부터 꾸준하게 활약하며 정들었던 팀을 떠난 순간이기도 했다.
함덕주.
함덕주.
함덕주.
함덕주는 무엇보다 시즌 초반 기존 LG의 필승조였던 이정용-정우영-고우석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흔들린 상황에서 '플랜 B'로서 불펜의 중심을 잡아줬다. 시즌 막판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 등판, 3⅓이닝 동안 1승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올리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두산에서 활약했던 2015년과 2016년, 2019년에 이어 개인적으로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함덕주의 해피 엔딩이었다.
함덕주(오른쪽)와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이 계약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FA 계약 소감에서도 말했듯이 함덕주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2024시즌 공을 뿌리고 싶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함덕주는 "2022시즌을 앞두고 LG 소속으로는 처음 스프링캠프를 갔다. 당시 수술도 했고, 잘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무리했고, 정규 시즌까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면서 "2023년에는 스스로 불안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몸을 끌어 올렸는데 이게 통했다. 올해도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 것이다. 현재는 공은 만지고 있지 않다.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덕주의 계약이 발표되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인센티브였다. 38억원 중 절반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인 18억원이 옵션이었던 것이다. 옵션은 말 그대로 보장된 금액이 아니다. 선수가 옵션에 걸려 있는 조건만큼 더 활약을 펼쳐야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다. 어떻게 보면 구단 입장에서는 '먹튀'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과거에는 선수의 향후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예전 활약을 바탕으로, 또는 이름값만 믿고 큰 금액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FA 선수를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함덕주는 "지난해 워낙 성적이 좋았는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옵션이다. 건강하게 1군에서 던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성적과 같은 부분에 대한 건 크게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LG 함덕주가 5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대로라면 함덕주가 계약 첫해부터 인센티브를 모두 가져가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LG는 클로저였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한 상황. 클로저로 유영찬이 낙점된 가운데, 상황에 따라서는 경험 많은 함덕주가 나설 수도 있었다.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해 "그 부분은 감독님께서 정해주시는 부분이다. 서운한 건 없다. 제가 서운하다고 해서 바뀔 것 같다면 서운하다고 했을 것"이라며 웃은 뒤 "제가 할 일만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지만 일단 전반기 아웃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LG 불펜도 또 하나의 고민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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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주(왼쪽)가 2023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 이닝을 마무리 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