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팀이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이라크에 1-2로 패한 뒤 망연자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모리야스 하지메(56) 감독이 이끄는 일본 국가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저녁 8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AFC 카타르 아시안컵 D조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는다.
이라크, 베트남과 함께 D조에 속한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조 2위와 16강 진출 확정을 두고 다툰다. 조 1위는 이미 확정됐다. 이라크가 인도네시아를 조별리그 1차전에서 3-1로 이긴 데 이어 '우승 후보' 일본을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D조 1위를 확정했다.
일본은 단 한 번의 패배로 조 1위는커녕 16강 진출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가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조 3위 팀 중 상위 4개국이 16강에 합류한다. A~C조가 모든 조별리그 경기를 끝낸 가운데 중국(3경기·승점 2), 시리아(3경기·승점 4), 팔레스타인(3경기·승점 4), 인도네시아(2경기·승점 3), 바레인(2경기·승점 3), 오만(2경기·승점 1)이 조 3위로 머물렀다. 이 중 가장 적은 승점을 거둔 중국이 탈락을 확정했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가 최소 상위 4개국에 들어 16강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승점 4점은 확보해야 안심이 되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아직 승점 3점인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패하기라도 하면 다른 조 결과에 따라 탈락이 결정되는 벼랑 끝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다른 조 3위 후보들의 남은 상대가 약체인 것도 일본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의 에이스 구보 다케후사. /사진=일본 축구협회 SNS
일본 대표팀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이라크 상대 선발 명단. /사진=일본 축구협회 SNS
가장 승점이 낮은 F조의 오만은 국제축구연맹(FIFA) 74위로 최약체 키르기스스탄(98위)을 만난다. 대승은 물론 다득점도 가능한 상황이어서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는 태국을 제치고 조 2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E조의 바레인(86위)도 승점 3점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순위(87위)의 요르단(2경기·승점 4)을 만나 언제든 조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물론 조 3위 팀 중 가장 유리한 것은 인도네시아(146위)를 만나는 일본(17위)이다. 비기기만 해도 승점 4점을 달성하는 상황에서 16강 진출은 따놓은 당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직전 경기에서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이라크(63위)를 만날 때도 일본의 패배를 떠올린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당장 이라크전 선발 멤버도 아사노 타쿠마(보훔),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미나미노 타쿠미(AS 모나코)-이토 준야(스타드 랭스), 엔도 와타루(리버풀)-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 리스본), 스가와라 유키나리(AZ 알크마르)-다니구치 쇼고(알라이얀)-이타쿠라 고(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이토 히로키(슈투트가르트) 등 유럽파가 주축이 된 4-2-3-1 포메이션이었다.
문제는 최후방에서 터졌다. 이미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잦은 실수로 2실점 했던 주전 골키퍼 스즈키 시온(신트트라위던)은 이라크전에서도 불안한 공중볼 처리로 패배의 원흉이 됐다. 키 188cm의 아이만 후세인(알 자지라)에게 전반 5분 만에 실점하더니 전반 추가시간에 또 한 번 헤딩골을 허용했다.
일본 골키퍼 스즈키 시온(가운데 초록색 유니폼)이 지난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실점에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이라크는 탄탄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강하게 압박해 들어갔고 빠른 역습으로 일본 진영을 뒤흔들었다. 다급해진 일본은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하타테 레오, 마에다 다이젠(이상 셀틱) 등 공격수를 대거 투입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엔도가 추격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2경기 연속 졸전을 펼치는 대표팀의 경기력에 일본 국내의 여론도 날로 뜨거워지는 상황.
여기에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약팀이 강팀을 잡는 '자이언트 킬링'에 익숙한 사령탑이라는 것이 일본으로서는 신경 쓰인다. 신태용 감독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이끌고 당시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에 앞선 2017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는 일본을 4-1로 대파한 좋은 기억도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전력 차는 비교 불가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2021 하노이 동남아시안게임 동메달, 2007 아세안 대회 이후 17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끄는 등 선전했다. 지난해에는 당시 랭킹 1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적은 점수 차(0-2)로 패하는 등 선전하기도 했다.
일본 현지 매체도 신태용 감독의 과거 이력에 주목했다. 일본 매체 '더 앤서'는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대결 전 소름 끼치는 발언을 했다"라며 "그는 일본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예기치 못하게 강호를 이기는 재능을 발휘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 일본과 경기를 해봤다. 지도자로서도 경험이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좋은 팀이다. 배우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이 모두의 예상대로 인도네시아를 꺾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130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가진다. 낙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 한일전이 성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