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억 듀오' 쾅쾅→'78억 1할 타자' 차례, 홈런왕 감독은 캡틴을 믿는다

잠실=안호근 기자  |  2024.04.11 06:01
두산 김재환(오른쪽)이 9일 한화전 홈런을 날리고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김재환(오른쪽)이 9일 한화전 홈런을 날리고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여전히 팀 타율은 0.257로 8위. 그러나 홈런은 19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결정적인 순간 터져나오는 거포들의 홈런으로 기분 좋은 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9일과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2연전에서 김재환(36)과 양의지(37)가 연이틀 결승 스리런 홈런을 작렬하며 연승을 달렸다.

이번 시리즈전까지 2승 8패로 하위권에 처져 있던 두산은 연승과 함께 7승 9패를 기록했고 공동 5위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와 격차를 1.5경기로 좁혔다.


전날 경기 반가운 홈런포가 터져나왔다. 잠실 홈런왕 출신이지만 지난해 10홈런으로 커리어 로우를 그린 김재환이 역전 스리런포를 날린 것.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어낸 홈런이긴 했으나 이미 3개의 아치를 쏘아올렸던 김재환이다. 그 이상의 의미는 내용에 있었다.

김재환은 1사 1,3루에서 좌투수 김범수를 상대로 존 바깥쪽으로 향하는 시속 148㎞ 속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밀어친 타구임에도 시속 173.9㎞의 총알 같은 날아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9일 한화전에서 좌중월 스리런 홈런을 때리고 타구를 바라보는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9일 한화전에서 좌중월 스리런 홈런을 때리고 타구를 바라보는 김재환.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해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던 김재환은 유독 시프트에 힘들어했다. 상대팀들은 극단적으로 우향우를 택했지만 김재환은 왼쪽으로 좀처럼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홈런 10개 중 밀어친 홈런은 단 하나였다.

그렇기에 결정적인 홈런을 그것도 좌투수를 상대로 좌측으로 넘겼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김재환을 상징하는 그 스윙을 모두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던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진짜 진짜 좋은 스윙이었다. 쉬운 코스도 아니었는데 정말 훌륭한 스윙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주로 기회가 부족했던 젊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마무리 훈련에 자청해 합류해 이승엽 감독의 특별과외를 받은 그는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의 강정호 아카데미로 향했다. 시즌 전부터 "예전 좋았던 때의 스윙을 찾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낸 그는 개막 후 타선을 이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일 경기에선 양의지가 1회부터 결정적인 석점포를 날렸다. 시즌 3호 홈런이 10경기 만에 나왔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통산 타율 0.307, 포수 타격왕을 기록했고 자유계약선수(FA)로 277억원을 챙긴 양의지의 대포는 놀라울 일은 아니다.

김재환과 연이틀 나란히 결승 홈런을 날렸다는 점에서 지난해 재미를 보지 못한 중심타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예감케 했다. 이승엽 감독은 "가을야구에 가고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김재환이 살아나야만 한다"고 했는데 양의지도 오랜 동료의 반등이 반갑기만 했다.

양의지가 10일 결승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양의지가 10일 결승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그는 "(김)재환이가 야구장에 나와서 정말 밝게 야구하는 게 형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다. 작년엔 정말 힘들어했다"며 "대화도 많이 했는데 더 잘해서 올해는 30홈런 이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의지는 "힘들어할 때 별 얘기를 안 했다. 야구 얘기는 잘 안 하고 '괜찮다'고 얘기는 했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옆에서 보기에 쉬는 날에도 나와서 운동하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가 결과가 안 좋으니 그랬는데 지금은 결과도 좋고 결정적일 때 예전처럼 멋있는 홈런을 쳐줘서 그걸로 인해 팀의 사기도 올라가고 좋은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이승엽 감독은 여전히 100% 전력은 아니라고 말한다. 2군으로 향한 헨리 라모스와 불펜 투수 홍건희의 복귀와 적응 등도 있지만 타선의 폭발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선 올 시즌을 앞두고 4+2년 78억원에 팀에 잔류한 '캡틴' 양석환(33)이 깨어나야만 한다.

올 시즌 타율은 0.175 1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85를 기록 중이다. 최근 홈런은 지난달 28일 KT 위즈전이었다. 이날도 양석환은 2사사구로 멀티출루를 기록하긴 했지만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선수 시절 '믿음의 야구'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이승엽 감독은 "석환이가 주장으로서 타선 이외에서도 해야 될 역할이 많다. 선후배들과 잘 어울려야 하고 팀 분위기를 연패할 때도 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본인도 성적이 안 나는데 얼마나 힘들겠나"라며 "주장의 역할은 충실하게 잘 하고 있고 당연히 타격은 사이클이 있지 않나. 초반에 좋지 않아도 조금씩 잡히면 분명히 제 페이스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그렇고 팀도 조급증은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석환이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슬럼프가 길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길면 안 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각각 20홈런씩, 모두 함께 살아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두산이다. 끌려가는 경기에서도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게 홈런이라는 걸 한화전 2연승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양석환까지 반등한다면 두산 중심타선은 어떤 팀과 견줘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막강한 위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두산 양석환(가운데)이 10일 승리 후 이승엽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양석환(가운데)이 10일 승리 후 이승엽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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