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기수' 논쟁, 144→135G 줄이면 10개 구단 적자 '332억' 늘어난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2024.04.30 06:30
지난 26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LG-KIA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OSEN 지난 26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LG-KIA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OSEN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3개 구장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더블헤더가 진행됐다. KBO리그에서 4월에 더블헤더가 열리기는 2004년 4월 28일 사직 롯데-삼성전 이후 20년 만이다. 최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잔여 경기 일정 기간인 9·10월에나 더블헤더를 편성하곤 했는데 올 시즌에는 4월부터 금요일·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 날 더블헤더가 치러진다.


게다가 올해는 정규시즌이 예년보다 일주일 먼저 개막해 현장에서는 투수 운영이 부담스럽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고 부상 선수도 적지 않은 가운데 더블헤더까지 4월에 바로 시행되니 감독이나 투수코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경기수를 줄이자는 의견이 다시 나오면서 해묵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필자는 야구단에 근무하면서 한 시즌 팀당 144경기가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원래도 KBO 구단들의 선수층이 두껍지 않았는데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선수층이 더욱 얇아졌다.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가 편성되면 현장에서는 경기수가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경기수 감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구단의 적자폭이 연간 150억~200억원 수준인데 경기수를 줄이면 구단 수입이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모든 구단들이 모기업으로부터 자생력 강화를 끊임없이 요구받는 상황에서 수입 감소와 이에 따르는 적자폭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

/사진=스타뉴스 /사진=스타뉴스
만약 경기수를 줄인다면 구단의 적자는 얼마나 늘어날까. 현행 팀당 144경기(홈 72경기)는 상대하는 9개 팀간 16경기의 합산인데 팀당 1경기씩을 뺀 팀간 15차전을 가정하면 135경기(홈 67~68경기, 여기서는 편의상 67.5경기 기준으로 계산)가 된다. 그럴 경우 경기수 기반의 구단 수입 하락은 다음과 같다. 구단마다 금액의 차이가 있지만 항목별로 대략적인 수입에서 홈 4.5경기씩(72→67.5)의 감소분을 단순 계산해봤다.


구단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광고 수입이다. 팀당 연간 300억원으로 가정할 때 홈 4.5경기가 줄어들면 18억 7500만원이 감소한다. 다음은 입장수입. 120억원(2023년 구단 평균 123억원)으로 본다면 7억 5000만원이 줄어든다. 이어 중계권료는 지상파 및 유무선 중계권료를 합쳐 990억원의 KBO리그 수입이 발생하는데 10개 구단이 안분하면 99억원이지만 4.5경기가 적어지면 팀당 6억 1875만원이 감소한다. 그리고 야구장 매점 수입이 있다. 12억원으로 가정할 때 7500만원이 줄어든다.

나머지 구단 수입은 경기수와는 연관성이 적어 고려하지 않았다. 위 4가지 수입의 감소액을 합하면 팀당 33억 1875만원이 된다. 2024년 10개 구단 소속 선수 평균 연봉(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 79억 4910만원의 41.8%에 달한다. 리그 전체로 계산하면 10개 구단 합해 매년 331억 8750만원의 적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또 구단별로 4년간 감소분을 모으면 132억 7500만원이 된다. S급 FA 선수를 계약할 수 있는 금액이다. 구단으로선 포기하기 어렵다. 경기수가 줄어드는 만큼 선수, 코칭스태프의 연봉을 감액할 수 있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경기수 단축을 수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수, 코칭스태프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서울 잠실야구장.  /사진=김우종 기자. 서울 잠실야구장. /사진=김우종 기자.
그렇다면 경기수 축소 말고 선수단을 좀더 여유 있게 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경기수가 부담스러운 것은 주로 야수보다는 투수에 과부하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정원을 1명 늘려서 불펜투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 모두 참가한 선수의 소속팀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한 해에 국제대회가 2회 이상 계획돼 있는 경우에는 A, B팀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정규시즌 종료 후 열리는 국제대회는 포스트시즌 탈락팀 선수들로 구성하는 방법 등을 통해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조기에 시행하지 않고 선수단 운영의 과부하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경기수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도 일리가 있고 구단으로서 경기수를 축소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가 있다. 따라서 경기수 조정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머리를 맞대 다른 방법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류선규 전 SSG 단장.  류선규 전 SSG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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