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38. 전통공예 시장의 성장성 고찰

채준 기자  |  2024.06.20 10:52
/사진제공=pixabay /사진제공=pixabay
인사동에 가면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공예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특별한 공예품 전시회라도 관람하면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우리네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 공예가들의 창작제품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복제품이 범람하면 창작자들의 창작의지가 꺽여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고 결국 시장은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전통공예품 시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성장도 더딘 시장인 것 같다. 필자는 변리사로서 우리나라의 전통공예품 제작자들이 창작한 제품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관련 제품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책상위에서만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들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때마침 전통조각보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여 일부러 인사동을 찾아가 보았다.

조각보는 여러 조각의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것으로서 무언가를 싸는 보자기의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전시회에서 만난 조각보들의 저마다의 개성있는 독특한 패턴과 천연염색으로부터 나오는 각각의 색감으로부터 뭔가 친근하면서도 특별한 느낌들이 온다.


천조각들로 이어지는 선과 색상들이 규칙과 불규칙을 넘나들어 전체적으로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는데 우리나라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 이미지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한국인이 나도 감탄을 하는데 하물며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사진제공=한국보자기아트협회 /사진제공=한국보자기아트협회


관심있게 보고 있자니 전시회 관계자분께서 염색과 패턴 외에도 조각천들을 손바느질로 한땀 한땀 이어 붙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설명해 주신다. 자세히 보니 바느질 패턴도 다양하여 바느질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관계자분에게 여쭤보니 보자기라는 물품은 그 기능성만을 본다면 가방 등 다양한 대체품이 존재하여 최근에는 그 활용도가 낮아지고 있어 이러한 작품들이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조각보의 패턴을 다른 물품에 적용한다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조각보의 패턴을 쇼핑백에 표현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들고 다닐 수 있게 하거나 옷이나 가방의 표면을 장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조각보를 다양한 상품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말로 하면 작품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 등에 표현된 창작디자인은 디자인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디자인권의 보호범위는 디자인등록출원서의 기재사항 및 그 출원서에 첨부된 도면ㆍ사진 또는 견본과 도면에 적힌 디자인의 설명에 따라 표현된 디자인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디자인등록출원서의 기재사항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물품명인데 물품명은 신중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

창작한 조각보를 디자인출원을 할 때 물품명을 '보자기'로 지정하여 출원하여 등록받으면 보호범위는 '조각보'와 동일 또는 유사물품에 한정되기 때문에, 조각보 등에 동일 또는 유사한 디자인이 표현되어 있는 경우에만 침해가 인정된다. 만약 누군가가 의류에 동일 또는 유사한 디자인이 표현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여부는 논외로 하고 디자인권 침해는 아닐 수 있다.

시장에서 자기제품에 대한 보호막이 충분치 않은 경우 모방품, 복제품이 곧바로 등장할 수 있다. 또는 주요 창작의 요점만 복제하여 다른상품에 적용하여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방품, 복제품의 등장은 창작자의 창작의지를 꺽어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순기능을 망가트리고 제품시장이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 있다.

대안으로서 디자인출원시 조각보에 표현된 디자인 중 중요한 창작요점을 도면에 도시하여 출원하면서 물품명을 '직물지'로 기재하고, 디자인의 설명에 '본 직물지는 보자기, 가방, 의류 등에 사용된다'고 기재한다면, 등록후 디자인권은 동일.유사 디자인이 표현된 직물지를 사용한 보자기, 가방, 의류 등에 까지 보호범위가 설정되므로 보다 두터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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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표권의 활용도 필요하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수요자가 인식할수 있게 하는 표식이다. 수요자는 경우에 따라 상표만 보고 공급자를 신뢰하여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상표권은 이러한 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하는 상표를 보호 한다. 조각보 공방에는 여러 창작자 또는 생산자가 활동할 수 있다. 공통의 상표를 사용하여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한다면 나중에는 수요자가 상표만으로 출처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공예를 보호하면서 제품시장을 확대하려면 공예가들로부터 먼저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이러한 작품들을 다양한 제품들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사업화할 수 있는 전문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시장에서 제품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권, 상표권에 관한 전문가의 손길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통공예품 관련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공예가들의 경제적 여력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감안하여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각종 공예품 공모전 출품작들을 대상으로 사업화 전문가 지원과 디자인등록 지원 방안을 마련함으로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시장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공예품 시장이 성장하려면 공예가들의 창작품이 매출로 이어져 재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시장순환구조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시장구조의 근간에 있는 공예가, 사업화전문가, 지재권보호 전문가 그리고 정부의 역할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수섭 행정사법인 CST 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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