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현아가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09 /사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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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R&B 그룹 어반자카파 멤버 조현아의 소울풀한 가창력은 어반자카파 공연을 직관했던 분들이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다. 팀의 홍일점인 조현아는 매력적인 미성의 리더 권순일과 굵은 저음으로 받쳐주는 박용인 사이에서 화음의 중간자이자 핵심으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은 물론 알토 음역대를 바탕으로 한 여성 중저음 특유의 깊은 소울과 성량으로 팀내 솔로 파트 역시 확실하게 존재감을 가져가왔다. 어반자카파가 데뷔 첫 3장의 정규앨범 모두 사랑을 받고 이후 앨범은 물론 OST까지 인기를 얻고 15년 동안 활동하며 음원 차트와 공연 업계에서 오랜 기간 강자로 군림해온 데는 조현아의 가수로서 역량이 매우 큰 몫을 했다.
그런 조현아에게 가창력 논란(?)이라니. 물론 맥락과 그 포인트는 다른 지점에 있다.
조현아가 지난 5일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솔로곡 '줄게'를 들고 KBS 2TV '뮤직뱅크'와 MBC '쇼! 음악중심'에 연이어 출연한 건 분명 색다른 행보였다. 6년 만에 발표한 솔로곡으로 음악방송 라이브 무대에 나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현아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대중에게는 뭔가 남다른 느낌일 수 있었다. 솔로 가수로서 역량이야 당연히 검증된 부분이겠지만 공연에서 그 역량이 더 발휘되는 가수의 음악방송에서의 그림이 어떠할 지에 대한 궁금증도 들었다.
/사진=KBS 2TV '뮤직뱅크'
본인이 직접 호스트로 나선 유튜브 채널에서의 좋은 반응 속에 사랑하는 이에 대한 욕심과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을 담은 '줄게' 무대를 마친 조현아를 향한 반응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사랑스러움을 다소 과하게 표현한 리본 핑크 원피스와 진한 분홍색 하이힐이 조현아와 어울리지 않다는 시선이 줄을 이었고 이에 더해 컨디션 난조 여파가 느껴지는 불안한 음정 처리 등이 가창력 논란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애초에 음악방송 계획이 이번 2번 말고 더는 없었던 조현아의 이번 '줄게' 무대가 15주년을 맞이한 어반자카파의 완전체 컴백에 더해 전하려던 특별한 선물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소속사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후 조현아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더해지긴 했지만 음악방송 직후 영상이 밈으로 돌아다니기까지 속도는 너무나 빨랐고 비판(또는 비난과 조롱)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추스릴 겨를조차 없었을 것 같다.
조현아는 그래도 생각보다는 의연한 듯 보였다.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어반자카파'를 통해 공개된 "줄게 줄게 완전체 예능을 줄게~ 어반자카파 콘텐츠 모두 다 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조현아는 "최근에 내가 '줄게' 때문에 연락을 진짜 많이 받았다. 휴대폰이 불나 있더라. 처음에는 '내 노래가 잘되고 있나?' 했는데 다음날 네이버 메인에 내 이름이 있더라"라며 "조현아 라이브 대참사라더라. 그렇게 알게 됐는데, 사실 크게 생각은 안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어반자카파'
100만뷰 이상을 기록한 무대 영상에 대해서도 조현아는 "이게 이럴 일인가?"라며 "나는 솔직히 17년 동안 가수하면서 이런 거에 대해서 과민하게 반응해 본 적이 없다. 댓글을 읽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으며 폭소하기도 했다. 조현아는 "'줄게'는 계속 부를 건데 뭔가 네일이랑 잘 맞추겠다"라며 "내가 '줄게'로 홍보했다. 옛날과는 정말 다르게, 너무 재미있는 댓글이 많고, 관심이 많은 게 느껴지니까 사실 속상한 마음보다는 더 두근대고, 그런 마음들이 더 크다"고 덤덤하게 심경을 전했다.
이어진 20일과 21일 팬 콘서트 '열 손가락'에서 조현아는 논란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어반자카파의 홍일점이자 중심으로서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2시간여에 걸쳐 20곡에 가까운 어반자카파 히트곡 무대를 소화한 조현아는 깊은 울림에서부터 특유의 그루브까지 여유 있는 무대 매너를 뽐냈다. 음악방송에서의 불안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 중간중간 멤버들과 토크를 하면서도 조현아는 의연하면서도 덤덤하게 '줄게'를 언급했다. "조현아의 '줄게'가 화사의 '주지마'와 같이 묶인다던데"라는 반응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았던 멘트 중 하나였다.
/사진제공=앤드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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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자카파의 노래를 듣고 싶어 온 팬들 앞에 선 조현아는 무대에서는 분명 진심이었다. 물론 '줄게'의 아쉬운 무대가 가수로서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악플에 가까운 조롱으로 덮여져서도 결코 안되는 무대를 조현아는 팬 콘서트에서 멋지게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 무대로 '그날에 우리'를 부르던 조현아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피아노 세션 멤버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누군가는 '줄게' 무대에 대한 좋지 않은 반응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폭소로 답한 것마저 쿨병이라고 비하한다지만, 그것이 마치 건강한 비판마저 깎아내리고 무시했다고 바라볼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